소규모 농가서 발생…감염의심 닭 유통경로 추적 ‘안간힘’
제주 사육농, 닭 폐사 신고 미뤄 종계장, 파주·부산 등에도 판매 거래내역 불명확…조사 난항
바이러스 최장 21일 잠복 이상증상 발생땐 즉시 신고를

지난겨울 가금산업을 초토화시켰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4월4일 충남 논산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한 지 약 두달 만에 제주도 등지에서 또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엔 봄과 겨울이 아닌 초여름에 발생한 데다, 방역당국의 손이 미치기 어려운 소규모 농가에서 신고돼 재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시 방역체계 전환 하루 만에 재발생=방역당국에 따르면 제주도 제주시 이호1동에서 토종닭 7마리를 사육하는 S씨는 2일 오후 “토종닭 3마리가 이유없이 죽었다”며 제주시 축산과로 AI 의심신고를 했다.

S씨는 5월27일 도내 5일장에서 30일령짜리 오골계 5마리를 구입 후 29일부터 30일 사이 4마리는 죽고, 2일 함께 키우던 토종닭 3마리가 추가로 죽자 그제서야 당국에 신고했다. 이 닭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고병원성 H5N8형 AI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이 ‘평시 방역체계’로 전환한 지 하루 만이다.

방역당국이 유통과정을 조사한 결과, 전북 군산시 서수면내 종계장을 운영하는 C씨가 판매한 오골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오골계는 중간유통상인 제주지역의 또 다른 농가인 O씨가 C씨의 종계장에서 구입, 5일장을 통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간유통상은 종계장 등지에서 닭을 구입해 전통시장이나 가든형 식당에 파는 사람을 일컫는다.

C씨 종계장의 오골계는 제주 외에 경기 파주와 경남 양산, 부산 기장지역으로도 판매됐다. 이 종계장은 AI 의심 신고 당시 오골계 종계 1600마리를 비롯해 2만마리를 사육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이에 따라 파주·양산·제주·군산·기장 등 5개 지역의 AI 양성반응이 나온 6농가를 비롯한 20여농가에서 3만여마리를 살처분해 땅에 묻었다. 또 C씨 종계장에서 추가로 판매한 곳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국 재확산 가능성 커=방역 관련 전문가들은 AI의 전국 재확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제주에서 발생한 H5N8형은 바이러스 잠복기가 최장 21일로 길기 때문이다. 이미 증상을 보인 시점엔 AI 바이러스가 주변으로 확산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들 전문가는 “제주 5일장에서 판매될 때부터 C씨가 운영하는 종계장의 오골계가 AI 감염상태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점을 고려하면, S씨가 의심신고를 하기 전까지 최소 6일간 AI 바이러스가 ‘자유롭게’ 옮겨 다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AI가 방역 사각지대인 소규모 농가에서 신고된 것도 재확산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방역당국은 현재까지 C씨 종계장에서 대규모로 오골계를 판매한 곳은 어느 정도 파악했지만, 수마리에서 몇십마리씩 사가는 소규모 판매처를 추적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C씨 종계장에서 제주도로 유통된 오골계 1000마리 가운데 160마리가 5일장을 통해 팔렸지만, 구매자 상당수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소규모 판매처는 거래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이해관계가 얽힌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하지 않는 탓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 소규모 가금농가는 4만2000여가구로 파악된다.

하지만 본격적인 여름철로 접어들면 AI가 수그러질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그동안 AI는 주로 12월~이듬해 1월에 발생해 5월 전후로 끝났기 때문이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4일 오후 제주도청을 방문, “AI가 지금 단계에서 더 확산되지 않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이상증상이 발생하면 곧바로 신고해달라”고 축산농가에 당부했다.

<농민신문 6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