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응, 일본은 무엇이 달랐나]공고한 평상시 방역체계 구축
사전 예방상태 주기적 보완…살처분 보상금 농가 일부부담

171만마리 대 3781만마리.

비슷한 시기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를 겪고 있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땅에 묻는 닭의 마릿수다. 두나라 사이에 22배 정도의 격차가 생긴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방역시스템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에서 연례행사 치르듯 AI가 반복됐지만 일본은 2001년 광우병(BSE) 발생 이후부터 확고한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피해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방역당국도 현행 방역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갔는데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우선 검토할 부분은 평상시 방역체계다. 일본은 2004년 법을 만들어 가축질병 사전예방 상태를 주기적으로 재평가하고 보완한다. 법에 농가가 가축사육 과정에서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이행 여부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관련규정을 이행하지 않는 농가는 3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농가 스스로 방역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또 가금농가는 도도부현 가축보건위생소에 정기적으로 폐사율을 보고하고 이상증상이 발견되면 별도로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가는 평소에 차단방역 상황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 AI 조기 발견을 위한 평시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살처분 보상 부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보상금 전액을 예산으로 지원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농가에게 일부 부담을 지운다. AI 발생 때 정부의 ‘살처분 보상금’과 ‘가축방역호조기금’, 그리고 민간 ‘AI보험’ 세가지가 재원으로 사용된다. 부담 비중은 40%·40%·20%다. 이중 가축방역호조기금은 농가 스스로 조성한 적립금으로, 경영 재개에 필요한 경비에 사용된다. 국가(농축산업진흥기구)는 이 시스템의 유지비용을 보조해주는 역할만 담당한다. 일본 농가들은 보상금 일부를 떠안다보니 자연스럽게 방역에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농민신문 4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