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방역대 해제된 육계산업, 과제는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시작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사상 최대의 피해규모를 기록했다. AI로 인한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살처분마릿수는 3312만마리에 달하며, 이는 국내 사육마릿수의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던 AI는 지난 6일 김제 산란계 농장을 마지막으로 주춤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오는 3월까지는 산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정부에서는 예찰지역 육계농가의 방역대 해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 두달 가량 묶여있던 방역대가 해제된 상황에서 육계업계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봤다.

# 육계산업 피해 ‘눈덩이’

육계농가의 경우 AI로 인한 살처분 피해는 타 가금류에 비해 현저하게 작았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육계농가에 예찰지역(3~10km) 이내 병아리 입식금지 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혔지만 육계농가들은 늦장대처로 농가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하소연한다.

AI 사태로 인한 육계 살처분마릿수는 179만마리로 전체 살처분마릿수의 5.4%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아리 입식에 난항을 겪으며 육계산업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전체 육계농가들의 약 35%인 584농가가 3~10km 방역대에 발이 묶이면서 병아리 입식을 하지 못해 농가의 경영상황이 악화돼 왔다.

강용석 체리부로 농가협의회장은 “현재 14만마리 농장의 규모를 운영하고 있는데 50일 정도 입식을 하지 못해 사실상 생업이 중단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며 “육계농가의 경우 살처분으로 인한 피해보다 병아리 입식 지연에 의한 간접적 피해가 크다”고 토로했다.

정지상 한국육계협회 상무도 “정부에선 육계 부문의 AI 발생상황을 고려해 12월 하순부터 육계농가를 시작으로 입식금지를 해제하는 계획을 검토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점진적 해제가 보류되면서 상대적으로 사육규모가 큰 육계부문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이같은 입식제한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20~25%의 병아리가 폐기되고, 예찰지역 밖의 사육환경이 불량한 농가에 과잉입식을 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예찰지역 내 병아리 입식 전면 중단과 12월 말 AI 발생이 진정에 따른 닭고기 소비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가격 폭등이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대닭 기준 kg당 2390원을 기록, 소비자들 역시 비싼 닭고기를 사먹게 되면서 고충을 겪고 있다.
 
# 재입식 절차 ‘철저히’ 지켜야

이러한 가운데 입식금지가 해제되면서 닭고기 가격은 하향세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입식신청 과정에서 농가들의 입식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식제한 해제에 따른 입식단계 절차에 의하면 입식 희망농가는 입식 희망예정일로부터 14일 전에 입식을 신청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재홍 대한양계협회 부장은 “비계열사농가는 양계협회에서 입식신청을 받고 있는데 절차를 무시하고 당장 5일 뒤에 입식을 하겠다는 농가도 있다”면서 “계열사농가들은 계열사에 입식신청을 하는 만큼 계열사에서도 소독시설 운영 적정 여부, 축사 내 전용 방역복 환복 및 장화 교체 여부 등 농가의 방역상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부의 입식지연에 따른 소득안정자금 정산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육계 마리당 소득은 183원인데, 이는 현실성이 없는 자료라는 것이다.

포천의 한 육계농가는 “정부에서 발표한 소득안정자금 중 육계의 마리당 소득은 고정적으로 마리당 400~500원의 사육비를 받는 계열화 농가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입식지연으로 육계산업의 피해가 막심한 만큼 확실한 지원으로 육계농가들의 시름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양계협회 측은 “마리당 소득은 계열화업체에서 계약농가에게 지급하는 평균 사육비를 조사해 산출하거나 입식 지연농가의 최근 3년간 사육정산서를 자료로 활용해 객관적으로 산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수축산신문 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