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새해특집]소비자를 잡아라⑴소비자 리더를 키워라
뜨는 ‘쿡방’…농식품 전문가를 확보하자
유명 셰프·SNS운영자 활용
농산물 기능성·정보 알리는 방송 PD·교육 활동가 양성

과거엔 ‘삼시세끼’를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 먹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수입개방 확대로 외국산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에게 식량 이상의 의미가 되는 쌀마저도 밀가루에 곁을 내주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 삼시세끼가 전부 수입 농산물로 차려질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산 농산물은 기상이변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생산비를 보전받기는커녕 폐기처분하기 일쑤다. 특히 과일과 채소의 타격이 심하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우리 농산물만의 소비를 창출할 수 있는 ‘리더’를 육성, 소비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더를 통해 우리 농산물의 소비기반을 넓히자는 것이다.

◆스타 셰프 육성

가장 먼저 유명 요리사를 육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몇해 전부터 뜨고 있는 ‘먹방(먹는 방송)’과 요리과정을 보여주고 알려주는 ‘쿡방(요리방송)’을 진행하는 요리연구가나 유명 셰프를 활용, 국내 농산물 소비를 늘리자는 얘기다.

실제로 이들은 각종 요리방송에서 우리 농산물을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그 영양가치를 소개하며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들이 등장하는 요리방송은 요리연구가 임지호씨가 진행하는 <잘먹고 잘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와 백종원의 <집밥 백선생> 등 유명 셰프를 내세운 프로그램부터 <냉장고를 부탁해> <삼시세끼> 등 먹방까지 다양하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정수경씨(46)는 “중학생인 아이들이 자라면서 어떻게 먹는 것이 올바르게 잘 먹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면서 “단순한 먹방이 아니라 우리 식재료의 우수성과 가치 등을 설명하며 요리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엔 <잘먹고 잘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에 소개된 한우와 참나물·고구마순·참비름나물·잡곡밥을 한데 어울린 식단 방송을 보고, 그날 저녁에 바로 해 먹었다”며 웃었다.

이원일 농협유통 홍보실장은 “요리 방송이 나오면 (해당 방송에 나왔던) 음식 재료로 쓰인 농산물 판매가 상당기간 늘어난다”고 귀띔했다.


◆SNS 활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요리방법을 소개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다. <아내의 식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내의 식탁>은 간편식이 아닌 한끼를 먹더라도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요리 레시피 애플리케이션으로, SNS에서도 이미 13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아내의 식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실제 요리를 하는 25세 이상 여성 사용자가 대부분이다.

새내기 주부 이정현씨(31·서울 성동구 송정동)는 “<아내의 식탁>은 우연찮게 카카오스토리에서 만났는데, 마땅히 요리해 먹을 것이 없을 때 (아내의 식탁 레시피를) 유용하게 활용한다”면서 “그때마다 남편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방송 전문 기획자 필요

방송의 전문 기획자(PD)를 양성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우리 농산물의 기능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소비자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진실을 보도함으로써 농산물 소비를 유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전문 PD를 양성하자는 것이다.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최근 방송사와 생산자단체가 모여 만든 고지방 식단 방송이 대표적인 예다. 이 식단은 전체 식사량 중 탄수화물의 비중은 극히 줄이고, 대신 양질의 지방을 맘껏 섭취하는 식이요법이다. 이 방송 이후 그동안 비만의 주범으로 몰렸던 ‘고지방 식품’이 축산물 소비를 견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고지방 식단 보도 이후 축산물 소비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고지방 다이어트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온 이후 비수기에도 돼지고기 가격이 1년 전보다 2.6% 올랐다.

9~10월은 연중 돼지 도축이 가장 많은 시기일 뿐 아니라 추석 이후 돼지고기 소비 감소로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반응이다.

또 <생로병사의 비밀> 등 각종 시사프로그램에서도 과학적 근거를 내세운 농산물 홍보로 소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산지 농민들은 “농산물의 효능을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마다 소비촉진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사단의 밥상교육 강화 

소비자의 바른 밥상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바른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고민을 덜어주는 해법을 제시해 농산물 소비를 유도하자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시범 운영하는 ‘찾아가는 식생활교육’이 좋은 사례다. 찾아가는 식생활교육은 지역 식생활 교육활동가와 영양사 등 전문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 중에서 서류심사와 전문교육기관 연수를 통해 130여명을 강사로 선발해 국민이 생활 속에서 바른 식생활과 식습관을 실천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우리 것이 좋다’는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요리연구가 등을 활용해 식재료의 생산과정 등 산지 정보를 소개하며 소비자가 믿고 사 먹을 수 있는 영역으로 확대해나갈 수 있는 묘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신문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