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공습 보름째…전국 확산 막아야]늑장 대응·해이한 방역의식 언제까지…
9개 시·군 32농장서 발생 서해안 따라 수도권·내륙까지 의심신고 계속…전국 확산 우려
정부, 첫 검출 2주 뒤 조치 농가, 이동중지 위반사례 15건
저효능 소독제 회수율도 저조 차단방역에 만전 기해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6일 충북 음성의 오리 사육농가에서 최초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28일 현재 농가에서 고병원성 AI로 확진 판정이 나온 지역은 경기 양주·포천, 충북 청주·진천, 충남 아산, 전북 김제, 전남 해남·무안 등 9개 시·군이다. 발생농장은 산란계 4곳, 육용오리 26곳, 종오리 2곳 등 모두 32곳으로, 예방적 살처분까지 포함해 131만5000여마리의 닭·오리가 살처분됐다.

◆전국 확산 고비=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던 AI가 보름 만에 수도권과 내륙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전국 확산 우려가 커지자 방역당국은 25일 24시부터 27일 24시까지 48시간 동안 전국의 가금류 관련 사람·차량·물품에 대해 2차 일시 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을 발령했다. 하지만 이 기간에도 경기 이천과 세종시의 산란계 농장에서 의심축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방역당국은 두 농장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고병원성 여부를 정밀검사 중이다.

현재까지 경상도와 강원도 소재의 농장에선 AI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북 봉화에선 충북 음성의 AI 발생농장을 방문한 차량이 지역 내 오리농장 2곳에 병아리를 수송한 것이 확인돼 새끼오리 1만4000마리를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다행히 정밀검사에서 해당농장 2곳 모두 음성으로 나왔지만 아직까지 경북 지역 내에서의 AI 발생을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더욱이 AI 미발생 지역의 철새 분변에서 바이러스가 계속 검출되고 있어 전국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 AI 발생 주범인 철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상 주변 농장으로의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7일까지 충북 증평·충남 부여·강원 양양·전북 익산 등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 체류 중인 철새에게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농가, 방역 고삐 당겨야=이같이 경상도와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권역이 AI에 뚫린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늑장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월28일 첫 검출 이후 정부의 조치가 처음 나온 건 2주 뒤인 11월11일이다. 그마저도 ‘철새 주의’ 단계 경보를 발령하고 예찰지역을 지정하는 수준에 그쳤다.

농가의 해이해진 방역의식도 여전히 문제다. 실제 1차 이동중지명령 기간(19∼20일) 동안 7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된 데 이어 2차에서도 8건이 방역조치를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농가 소독 미실시 2건, 농장주 이동금지 위반 2건, 사료차량 위치정보 시스템(GPS) 미부착 운행 3건, 차량 이동급지 위반 8건 등 위반사항이 포함됐다. 초동 차단방역에 참여하는 일부 농가들과 관계자들의 방역의식 수준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효력이 떨어지는 소독제를 방역당국에 반납하지 않은 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농가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방역효능이 떨어지는 소독제품에 대해 전국적인 회수조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농가들과 소독약 판매업체의 참여가 저조해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국 회수율이 3% 가량이라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기존 소독제를 아직도 사용하는 농가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럴 경우 소독효과가 떨어져 AI 발생을 예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관련 전문가들은 철새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할지라도 농가들의 차단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악의 AI 사태로 꼽히는 2014년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014년 1월16일 발생한 AI는 2015년 11월15일까지 669일간 지속돼 총 809농가의 가금류 1937만2000마리가 살처분됐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철저한 소독과 적극적인 신고 등 차단방역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재차 강조했다.

<농민신문 1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