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등급판정 이의신청제 ‘유명무실’
최근 5년간 매년 20건 이하 신청…제도 모르는 농가 상당수
판정 2~3시간내 반출…‘현장에 훼손안된 상태’ 조항 발목
“등급결과 경매전 문자 발송” 지적…축평원 “판정 번복적어”

“등급판정 결과 이의신청 제도요? 처음 들어봅니다. 결과가 이상하다 싶어 전화를 해본 적이 있지만, 재심으로 이어지기는 무척 어렵다고 들어 지레 포기하게 됩니다.”(경남 김해시 장유동 한우농가 이모씨)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운영하는 축산물등급판정 결과 이의신청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축평원은 2007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축산물공판장 등에 출하한 소·돼지 도체, 닭고기·오리고기·말고기, 달걀 등에 대한 등급판정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이의신청서를 작성해 해당 작업장에 제출하면 절차에 따라 재심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축평원이 자체 홈페이지에 게시한 ‘연도별 민원목록 및 내용’에 따르면 ‘이의 제기’로 기록된 민원 사례는 2011년 12건, 2012년 13건, 2013년 12건, 2014년 17건, 2015년 1~7월 7건 등 연간 20건을 밑돈다. 특히 등급과 도체중 등으로 인한 가격차가 큰 한우에서 이의신청이 가장 많고, 생체 초음파 측정치와 실제 도체 등급판정 결과의 차이, 고령 한우 암소의 육질등급 하락 등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농가 상당수가 제도 자체를 모를 뿐 아니라 ‘축산물이 판정현장에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단서조항 때문에 실제 이의신청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육우는 등급판정 2~3시간 이내에 경매가 완료돼 외부로 반출된다. 결국 이 경우 판정 당시처럼 심부 온도가 5℃ 이하로 유지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돼지는 소에 비해 등급별 가격의 영향이 적고 출하마릿수가 많아 신청이 저조하다. 여기에 ‘위탁받은 농수산물의 판매를 거부·기피해서는 안 된다’는 농안법 규정으로 경락된 도체의 반출을 오랫동안 잡아둘 수도 없는 애로도 있다.

농가들이 정보를 받아보는 시점도 늦어 문제다. 공판장 등에 근무 중인 축평원 관계자가 경매 전 등급정보를 문자로 발송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농가들은 소가 팔려나간 후에야 등급과 가격정보를 문자메시지로 전달받고 있다. 결국 판정 결과를 납득하지 못해도 전화 등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축평원 관계자는 “한 도체에 대해 등급판정사 3명이 교차판정을 하는 만큼 재심을 거쳐도 결과가 번복되는 일은 적은 편”이라면서 “요즘에는 농가의 예상과 다른 도체중 차이, 근출혈 등 결함육 발생 등에 대한 이의제기가 많다”고 말했다. 결함육은 일일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만큼 농가들도 원인을 쉽게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축산농가들은 “이의신청 제도를 잘 모르는 농가가 아직도 많다”면서 “제도상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어렵다면, 경매 이전에 등급정보 문자메시지 발송을 확대해 제도 이용을 늘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농민신문 4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