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재발·구제역 장기화…정부 방역체계 문제없나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쳤다
AI, 잔존 바이러스 차량 전파 되풀이…“상시 방역 미흡”
구제역, 백신 2회접종 의무화·소독약 개선 등 해결안돼

구제역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발생하면서 국가 방역체계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25일 경기 이천시 마장면 소재 종오리 농장에 대한 예찰과정에서 종란 속 병아리가 폐사해 정밀검사를 벌인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고 3월26일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월28일 회복한 AI 청정국 지위를 26일 만에 상실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특히 이번 AI는 특별방역대책기간(2015년 10월~2016년 5월) 중 발생한 것이어서 방역체계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차단방역의 허술함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3월28일 농식품부는 브리핑자료를 통해 발생 농가와 역학관계에 있는 계열화사업자 소속 99농가 모두 전남·북에 위치해 있으며, 이들 농장의 잔존 바이러스가 차량을 통해 경기지역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축산농가들은 과거에도 되풀이됐던 차단방역의 허술함이 또다시 드러난 것이라고 성토했다. 실제 2014년 7월 전남 함평군을 끝으로 2개월 동안 잠잠했던 AI가 9월에 또다시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방역당국은 AI 재발의 주원인이 기존 발생농장에 잔존해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과 차량에 의해 전파됐기 때문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가금류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역당국은 AI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도 평상시 예찰이나 소독활동 등을 철저히 실시한다고 했지만,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한 방역활동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실제 방역활동은 철새 도래지 인접지역을 중점으로 이뤄져 왔다”며 “현재 AI 대책은 발생을 예방하는 것보다 사후대책에 초점이 맞춰진 사후약방문식”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발생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섣부른 청정국 선언이 이번 AI 발생에 한몫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인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최선의 방역대책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방역당국의 AI 청정국 선언은 오히려 농가들이 방역활동에 소홀해질 수 있는 원인을 제공, 방역 효과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란 얘기다.

한편 이번 AI 발생에 따라 어렵게 다시 열린 국산 신선 가금제품의 해외 수출에 적잖은 차질이 생겼다.

3월11일 홍콩 가금제품 수출이 재개됐지만 이번 AI 발생으로 경기지역에 있는 수출 작업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수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경기지역에는 4곳의 수출 작업장이 있다.

AI 재발과 더불어 충남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의 장기화도 정부의 부실한 방역체계를 뒷받침하는 형국이다. 전북 김제·고창에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올해 1월 전국의 비육돈 항체형성률은 정부 기준치인 60%에 못 미치는 55.3%에 머물렀으며, 심지어 항체형성률이 0%인 농가도 표본 2000농가 중 108농가(5.4%)나 됐다.

이처럼 항체형성률이 저조한 이유는 해당 농가들의 해이해진 방역의식도 문제지만, 강력한 백신정책을 펴지 못한 정부 탓도 한몫했다. 수의학계에서는 그동안 수의사들이 확실한 구제역 예방 효과를 위해 백신 2회 접종 의무화를 외쳤는데도 이상육 발생을 우려한 농가 반발을 이유로 아직까지 1회 의무에 2회는 권장으로 남겨둔 게 항체형성률이 낮게 나오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현재 차단방역에 사용되는 상당수 소독약이 영하의 온도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 미국 농무성 자료 등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기존 소독약 살포를 고수하며 아직까지 개선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본지 2016년 1월27일자 10면, 2월26일자 10면 보도).

한편 축산업계 일각에서는 백신에만 매달린 정책을 가축질병이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구제역의 경우 낮은 항체형성률을 농가 탓으로 몰지 말고 백신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김유용 서울대 교수는 “바이러스 질병은 백신으로는 100% 잡을 수 없다는 게 상식인데도 농식품부 관계자들은 백신 맹신론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며 “맨날 백신만 외치지 말고 샤워장 운영, 외부 출하대 설치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신문 3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