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체리부로 인수 군불…육계업계 폭풍전야

육계산업이 폭풍 전야다. 지난해 업계 4위 체리부로가 경영난에 빠져들었고, 농협이 인수를 타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된 가운데 여전히 체리부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체리부로 측은 경영 내실화 등 자구 노력을 통한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또한 농협도 체리부로 인수 건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을 회피하고 있지만 체리부로를 탐내고 있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협상 결렬 불구 올 육계시장 점유율 목표 3배 이상 늘려
“농가 사육여건 개선” 기대 속 시장점유율 확보 출혈경쟁 우려도 

▲체리부로 어떤 기업인가=1991년에 설립된 체리부로는 사료부터 원종계, 종계, 부화, 사육, 생산, 유통 등을 총망라한 육계 계열 업체다. 체리부로는 지난해 기준 육계시장에서 7.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하림, 동우, 마니커에 이어 4위 업체다.

그러나 체리부로는 지난 2014년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며 경영난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기업매물로 나오는 등 기구한 운명에 놓였다.

업계에 따르면 체리부로의 경영난이 악화된 건 2002년 국내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고 부터다. 고병원성 AI 발생과 자금난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3년과 2004년에 육계 시세가 회복돼 그나마 법정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체리부로는 2011년 2168억원, 2012년 2576억원, 2013년 3082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정상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또다시 풍파에 직면했다. 2013년 상반기 육계 2위인 동우가 자회사인 참프레의 공장을 가동하며 점유율 선점을 위한 물량싸움이 시작되자 체리부로의 경영 악화로 이어져 합병 등의 전략적 제휴 논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체리부로의 2014년 매출액은 2438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644억원 감소했다.

▲농협 체리부로 인수 타진=유독 육계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농협은 체리부로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협의 육계시장 점유율은 2.4%로 유명무실할 정도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육계시장 점유율이 낮다보니 당연히 농협사료의 양계사료 시장 점유율 또한 2015년 11월 기준 5.9%의 낮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지만 안심계란의 시장 점유율도 6.7%로 역시 낮다.

이런 가운데 농협은 지난해 체리부로의 기업매각설이 나오자 인수를 적극 검토하며 인수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들어가기도 했다.

농협의 축산경제 내부적으로는 체리부로 인수를 놓고 대외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지난해 협상이 이미 결렬된 상황에서 체리부로와의 간격이 상당히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농협이 지난해 2.4%에 불과했던 육계시장 점유율 목표를 올해 3배 이상 많은 10%로 잡았기 때문에 체리부로 등 기존 업체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농협의 축산경제 내부적으로도 육계시장 점유율과 육계사료의 동반 신장을 위해서는 체리부로 인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농협측이 관심이 있는 부분은 체리부로가 가지고 있는 유통망인 ‘한국153농산’으로 알고 있는데 김인식 체리부로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아 결렬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체리부로 육계산업 태풍 몰고 올까=농협의 체리부로 인수에 대해 업계에서는 긍정과 부정된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우선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농가들의 사육여건 개선과 육계시장이 진전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육계산업 내 계열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하림그룹이 29.1%, 동우·참프레 15.3%, 마니커 13.7%, 체리부로 7.4%, 사조화인코리아 4.0%, 목우촌 2.4% 순이다. 이런 가운데 체리부로와 농협(목우촌)이 합병하면 시너지효과로 시장 점유율이 10~1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이로 인해 육계업계에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양 측의 합병 시 소속 사육농가들의 사육여건 증진도 이뤄질 수 있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체리부로는 육계계열업체 중 사육수수료가 하위권에 속하는 반면, 사측과 농가 측의 유대관계가 긍정적으로 형성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협이 인수할 경우 농가들에 대한 혜택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육계업체 중 농가협의회가 가장 먼저 구성됐고, 2002년 체리부로의 법정관리 때에도 농가들이 사육수수료 탕감에 나섰을 정도로 사측과 농가 측과의 관계가 좋다”라며 “농가와 업체가 분쟁이 없는 상황에서 자본력이 더해지면 시너지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농협이 체리부로를 인수할 경우 또다시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출혈 싸움도 예상하고 있다.
농협의 체리부로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육계 공급 과잉의 여파가 겨우 안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이 체리부로를 인수해 육계시장에 진출하면 또 다시 시장점유율 쟁탈을 위한 물량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육계산업에서 체리부로를 둘러싼 이슈가 돌고 있는 가운데 체리부로 측은 독자적으로 경영을 정상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체리부로 측은 농협과 지난해 6월에 협상이 결렬된 이후 추가적인 논의는 없었고, 앞으로도 논의할 예정이 없다는 것이다.

김인식 체리부로 회장은 “단기간에 인수합병이 진행되길 원했지만, 농협 측에서 시간만 끌어 결국 회사만 만신창이가 됐다”라며 “앞으로 농협과 추가적인 논의는 없고 회사 내실화에 중점을 두고 경영을 이끌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농어민신문 3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