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류> 공급과잉 늪에 허덕이는 양계산업

산란계부터 육계까지, 온 양계산업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수요를 초과한 공급량이 지속돼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양계산업 정상화를 위해 수급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경쟁적으로 규모를 늘리는 탓에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종계단계부터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 내부의 곳곳을 알아보았다.

산란계 농가 적자 심화…부화장도 연쇄 경영난
병아리 주문량 ‘뚝’…종란, 식란처리 속출

산란계 공급과잉으로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부화장 또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적정 사육수수를 훌쩍 넘어버린 산란종계로 부화해야 할 종란은 많아졌지만, 산란계 농가의 적자폭이 커져 병아리 주문량이 뚝 떨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부화장에서는 종란을 식란처리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 부화장 관계자는 “기존에 입식된 병아리도 많을뿐더러 산란성계(노계) 도태도 원활하지 못해 농가의 입추의향이 감소하고 있다”며 “병아리 가격이 1천원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음에도 일부 부화장은 주문량이 감소해 식란처리를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영세농가는 경영난으로 인해 가축구입비(병아리)조차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산란(종)계 공급과잉’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산란종계 사육수수는 1월 말 기준 71만6천646수로, 적정 사육수수인 50만수를 훌쩍 넘었다.
또한 3~5월 산란병아리 생산잠재력 지수는 전년 대비 평균 38.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계협회 측은 지난 2012년 산란종계부화장은 산란종계 사육수수를 연간 50만수 이하로 생산할 것을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생산과잉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산란계 농가별로 축사시설 현대화작업을 통해 경쟁적으로 사육규모를 키워 계란 수급불균형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세농가를 대상으로 산란병아리 구입 시 정부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산란계농가에서 가축구입비(병아리)는 농가경영비의 10~20% 정도 차지하는데, 5만수 이하의 전업농가에서는 육성장이 없어 전문 중추업자 또는 계약사육을 통해 병아리를 입식해야한다”며 “계란생산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전업농가들의 육성을 위해 병아리 구입 시 정부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육계 많아도 너무 많은 닭… 제동 장치는 없나
하반기 병아리 감소 대비 환우 진행
육용종계 3년 연속 700만수 이상 입식

올해도 육계산업은 닭고기 공급과잉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올 6월까지 병아리 생산잠재력이 계속 증가할 뿐만 아니라, 일부 종계장에서는 환우까지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육용종계 입식이 적정수수를 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축산관측에 따르면 지난해 육용종계 입식마릿수는 700만 2천마리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여, 2013년부터 3년 연속 700만수 이상이 입식됐다.

특히 농경연은 지난해 상반기 종계입식 증가로 올 6월까지 병아리 생산잠재력 지수가 전년 동기간 대비 평균 10.8%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7월에는 전년동기대비 4.6%, 8월에는 10.3%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 병아리 생산잠재력 감소전망에도, 육계 공급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병아리 생산 감소에 대비해 종계 환우가 진행 중이기 때문.

한 종계 농가는 “이번 종계 환우는 질병발생으로 인한 물량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것이 아닌, 계열사의 계획된 수급량을 맞추기 위해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상태라면 올해 역시 공급과잉으로 업계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육계 도계마릿수는 약 9억6천만마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경연 측은 올해 도계마리수를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9억8천만마리로 또다시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예측했다.

<축산신문 3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