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종석의 오늘 점심] 닭볶음탕? 닭도리탕!
한겨레
도리탕만큼 논란이 많은 음식도 없다. 쟁론은 연전에 국립국어원이 ‘도리’가 일본어이므로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으로 순화하기를 권고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일각에서 도리가 새 또는 닭이라는 의미의 일본어가 아니라, ‘둥글게 빙 돌려서 베거나 파다’라는 뜻의 우리말 ‘도리다’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상식적으로도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라는 근거는 희박하다. 음식 이름의 전체도 아닌 일부에 일본말을 쓴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굳이 일본말로 본다면 닭새탕이나 닭닭탕이라는 어법에 맞지 않고 우스꽝스러운 명칭이 되기 때문이다.

도리가 우리말이라 주장하는 이들은 사전에도 나오는 ‘외보도리’를 용례로 제시한다. 외보도리는 오이를 잘게 썰어서 소금에 절여 기름에 볶아 만든 음식을 뜻한다. 조선 말에 나온 <해동죽지>는 평양의 명물로 도리탕(桃李湯)을 소개하고 있다. ‘닭을 뼈째 한 치 길이로 잘라 향신료를 섞어 반나절 동안 삶아 익힌 닭곰국’(鷄

)이라는 설명으로 미뤄 볼 때 이를 닭도리탕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국립국어원도 어원에 관한 견해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일본말에 도리라는 단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일본말과 발음이 같은 우리 용어는 다 바꿔야 한단 말인가. 설사 순화를 한다 해도 조림음식을 볶음도 아니고 탕도 아닌 볶음탕이라는 어정쩡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좀 우습다.

서울 성북동의 성너머집은 가마솥에 장작불로 끓이는 걸쭉한 닭도리탕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집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