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식탁 ⑪ 감기환자에게 좋은 음식


셀레늄 듬뿍 닭고기, 베타카로틴 가득 단호박

요즘 기온이 떨어지면서 환자 수가 늘고 있는 감기는 ‘순한 독감’이 아니다. 독감은 한 종류의 바이러스(인플루엔자)가 일으키지만 감기는 다양한 바이러스와 세균의 합작품이다. 전체 감기의 30~40%는 라이노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항생제로 세균은 죽일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어쩌지 못한다. 세상에 ‘감기 특효약’이나 ‘감기 백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감기는 약을 먹으면 1주일, 복용하지 않으면 7일 간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그러나 감기 예방과 증상 완화를 돕는 식품으로 거론되는 것들은 있다. 대개 신체의 자연치유력(면역력)을 높여 주거나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거나 항염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식품들이다.

우리의 추석과 성격이 닮은 미국의 명절은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마지막 목요일)이다. 이달의 식탁엔 감기 환자에게 권할 만한 추수감사절 음식을 올린다.

9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역 근처에 위치한 요리전문 학원 ‘테이블스푼’에서 진성은 원장과 함께 갈릭 허브 로스트 치킨·아몬드 크랜베리 브레드 스터핑·단호박 파이를 직접 만들어 봤다.

중앙일보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치킨수프는 서양에서 ‘할머니의 페니실린’

이달의 웰빙 식탁에서 감기 예방과 증상 완화를 도울 것으로 기대되는 식재료는 닭고기·치킨스톡(닭 국물)·레드와인·크랜베리·단호박이다.

감기가 들어 콜록콜록하는 가족의 아침 식탁에 치킨수프를 올리는 것은 서양의 오래된 민간요법이다. 서양인은 치킨수프가 염증을 가라앉힌다고 믿는다. 그래서 치킨수프의 별명이 ‘할머니의 페니실린’이다.

차움 푸드테라피 이기호 원장은 “닭고기의 붉은 살엔 항산화 효과가 탁월한 셀레늄(미네랄의 일종)이 풍부하다”며 “셀레늄은 우리 몸에 활력을 주고 면역력을 증강시켜 감기나 피로 예방에 유익하다”고 설명했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철분·아연도 풍부하다는 것도 제철(가을)을 맞은 닭고기의 매력이다.

레드와인, 항산화성분 많아 감기 예방 효과

진성은 원장은 “프랑스인의 크리스마스 음식인 코코뱅(coq au vin)도 감기 환자에게 권장된다”며 “닭고기와 채소에 레드와인을 부은 다음 푹 끓인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코코뱅은 ‘포도주 안의 수탉’이란 뜻이다. 포도주를 많이 생산하는 부르고뉴 지방에서 즐겨 먹는데 알자스 지방에선 화이트와인을 사용한다.

감기에 걸리면 ‘소주에 고춧가루를 듬뿍 타서 먹는 것’을 특효약쯤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잘못된 방법이다. 과음은 점막 염증과 탈수를 일으켜 감기 치료에 방해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절주는 감기 예방에 유익할 수 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연구진은 1993년 적당량의 음주가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성인 391명 대상 조사)고 발표했다. 그러나 음주·흡연을 함께 한 사람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

스페인에서 건강한 성인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미국역학회지 2002년)에선 적포도주를 하루 2잔가량 마시면 감기 발생 위험이 44%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적포도주에 풍부한 레스베라트롤 등 항산화 성분 덕분으로 풀이했다.

미국인 즐기는 크랜베리는 요로감염 치료제

우리 선조는 추석 명절 때 닭고기를 즐겨 드셨다. 미국 추수감사절의 단골 식재료는 칠면조다. 미대륙에 도착한 정착민들은 인디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기 사냥에 나섰는데, 이들이 쉽게 잡을 수 있던 사냥감이 날지 못하는 칠면조였던 데 유래한다.

우리의 추석 과일이 조율이시(대추·밤·배·감)라면 미국 추수감사절의 대표 과일은 크랜베리(cranberry)다. 색깔이 마치 학(crane)의 머리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과일엔 안토시아닌(껍질 성분)이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크랜베리는 감기 원인균이 요도나 방광에 달라붙는 것도 막아준다

고려대 의대 이성재 교수는 “크랜베리는 특히 요로감염의 치료와 재발 방지에 효과적인 과일”이라고 조언했다.

단호박은 밤처럼 맛이 달아 밤호박이라고도 한다. 감기 예방 식품으로 주목받는 것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항산화 비타민인 베타카로틴(100g당 4㎎)과 비타민 C(21㎎)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단호박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눈 건강에도 유익하다. 또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 변비 예방·다이어트도 돕는다.

이달 웰빙 식탁에 오른 세 가지 음식엔 로즈마리·타임·계피·파슬리 등 허브가 들어 있다. 이들의 감기 예방 효과는 아직 불분명하다.

수많은 허브 중에서 감기 예방·치유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가새풀(에키나시아)이다. 미국 인디언들은 400년 동안 가새풀을 감기·인후통 등의 치료제로 썼다. 지금도 미국·유럽엔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 대신 가새풀을 찾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가새풀이 면역력을 높이고 항바이러스 효과를 발휘해 감기 바이러스를 물리친다고 여겨서다. 그러나 가새풀의 효과에 대해서도 찬반양론이 존재한다.

쇠고기·콩·굴 통해 아연 충분히 섭취를

감기를 예방하려면 음식을 골고루 먹고 운동을 적당히 하며 마음가짐을 평온하게 갖는 것이 기본이다.

신선한 채소·과일을 먹으면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 C가 면역력을 증진시켜 준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미영 교수는 “미네랄 중에선 아연이 면역력을 높여 주지만 과잉 섭취하면 오히려 면역 기능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쇠고기·콩·굴·해바라기씨·계란·우유 등 천연식품을 통해 아연을 섭취하라”고 강조했다.

감기에 걸리면 수분 공급을 충분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열이 난다면 수분 보충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커피·탄산음료 등 카페인 함유 음료는 가급적 멀리한다. 이뇨 효과가 있어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과음·흡연은 염증을 키우므로 감기에 걸렸을 때는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감기 예방과 증상 완화를 돕는 추천 식단

갈릭 허브 로스트 치킨

갈릭 허브 로스트 치킨
재료(4인분): 닭 1마리(중), 레드와인 1/2 컵, 버터 2 큰 술, 마늘 8쪽, 타임(허브) 1 큰 술, 로즈마리(허브) 1 큰 술, 레몬즙 1 큰 술, 소금 2 작은 술, 후추 1 작은 술

만드는 법

①볼에 닭을 담고 레드와인을 부어 20∼30분간 재워둔다

②마늘ㆍ타임ㆍ로즈마리를 다진다

③부드러운 버터에 레몬즙ㆍ소금ㆍ후추를 넣고 잘 섞는다

④①의 닭의 다리를 요리실(면실)로 묶는다

⑤③을 닭의 표면에 골고루 바른다

⑥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40∼50분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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