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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호들갑 떨기 전에 농가 생각도
데스크승인 2010.07.14  09:37:31 전지현 기자 | cjh@newsprime.co.kr  
[프라임경제]5년 전, 국내 시장에 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전국을 강타하며 양계업계가 된서리를 맞은 적이 있었다. 당시 국내에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한 사람도 없었지만 지나친 안정성 우려와 과잉보도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연일보도 됐고 소비자들은 발길을 뚝 끊었다. 이로 인해 생산농사를 비롯한 양계업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음식점들은 존폐 위기를 겪을 정도로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토종닭을
사육하는 한 양계업자는 “죽고 싶다. 애써 키운 닭을 죽이지도 못하고 하루하루가 지옥같다”고 토로했고, 은퇴자금으로 치킨점을 차렸던 한 50대 가장은 “하루 한 테이블도 손님이 없는 날이 이어진다”며 “투자비는커녕 권리금까지 포기하면서 매장을 철수한다”며 막막한 현실에 눈물지었다.

최근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 8일 권위 있는 한 시민단체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중에서 판매하는 닭고기에서 항생제인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법정허용기준치인 0.1ppm보다 크게 낮은 0.003ppm이 검출된 것이었건만 전체 닭고기에서 항생제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것처럼 호도했다.

이 단체의 발표로 일부 언론(본 기자를 포함한)에서는 ‘시판 닭고기서 항생제 검출’로 크게 보도했고 ‘복날’을 맞아 성수기에 들떠있던 양계
산업대형마트 등에서 닭고기를 회수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적지않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실상
소비자시민모임의 자료유포의 본 취지는 미국 FDA가 ‘사용금지’시켰으니 농림수산식품부, 식약청 등에서도 공중보건학 차원에서 사용금지 법안을 제정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농림
수산식품부 담당자는 소비자시민모임과의 관련자표 배포 전 사전 협의에 대한 질문에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의된 바 없었다”며 “단, 발표 전일 오후 금지 요청건이 있었지만 검출 조사에 대한 내용이나 결과, 취지 등의 설명이 제외된 단순 요청이었다. 헌데 바로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과잉보도를 함으로써 언론플레이를 해 버렸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많은 농가들은 여름철 성수기만을 바라보고 닭고기 산업에 종사한다. 한철 장사를 앞두고 사료 값, 연료비 등 약 2억원
규모의 부채도 진다. 하지만 이번처럼 엉뚱한 일로 언론의 중심에 서게 되면 유통단계에서 제품 출하를 못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농가는 더 큰 부채의 짐을 지게 된다. 극심한 고통과 깊은 상처를 안은 채 절망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조사와 결과물을 발표해야 하는 소비자시민모임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이번 같은 보도자료를 낼 때는 △조사치가 실제 유의미한 것인지 △항생제 구체적 검출량이 과학적으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계 각국은 어떤 기준을 세우고 있는지 등도 함께 알려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무슨 대단한
발견이나 한 것인양 호들갑을 떨기 전에 ‘한 두 장짜리 그렇고 그런 보도자료 때문에 농가가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려야 할지’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