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닭고기

중국 후한(後漢) 말기 위왕(魏王) 조조가 촉한(蜀漢)의 유비와 한중(漢中) 땅을 놓고 싸웠다. 유비가 한중을 선점하여 곳곳에 군대를 배치해 둔 상태였다. 조조가 점령을 위해 온갖 지혜를 짜냈으나 날짜만 가고 성과가 없었다. 곤경에 처한 조조가 어느날 전군에 '계륵(鷄肋)'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계륵이 무슨 뜻이지?" 모두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주부(主簿) 벼슬에 있던 양수(楊修)만 서둘러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한 장수가 그 이유를 묻자 양수가 대답했다. "닭갈비는 먹자니 먹을 게 별로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지요. 지금 위왕께서는 한중 역시 그런 닭갈비 같은 땅으로 생각하고 철군을 결심하신 것입니다."

이 고사에서 닭갈비는 딱히 쓸모는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사물이나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 됐다. 이로 미뤄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닭을 애용한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닭은 아주 오래된 가축이다.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자란 장년층이나 노년층이라면 새벽만 되면 어김없이 기상을 재촉했던 "꼬끼오~" 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삼계탕은 특히 여름철 최고의 몸보신 음식이기도 했다.

닭고기의 비수기인 한겨울에 생닭이 인기라고 한다.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지난해 10월초 2천831원이던 9~10호 생닭 1㎏ 값이 지난 21일 4천369원까지 올랐다. 때 아닌 닭고기 값 폭등 현상을 부른 가장 큰 원인은 폭설과 한파. 해마다 되풀이돼 온 조류인플루엔자(AI)로 겨울철 닭 사육을 꺼리는 농가가 늘어난 데다 최근 강추위로 폐사하는 닭이 늘어 출하량이 줄고 있다. 반면 치킨 수요가 여전한데다 최근 일부 지역에 소 구제역이 퍼지면서 닭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는 '생닭 확보 전쟁중'이라고 한다. 닭고기가 달린다니 정치인들의 '닭 잡아먹고 오리 발 내놓기'도 줄어들려나. 장지태 논설위원 jjt@busan.com
중국 후한(後漢) 말기 위왕(魏王) 조조가 촉한(蜀漢)의 유비와 한중(漢中) 땅을 놓고 싸웠다. 유비가 한중을 선점하여 곳곳에 군대를 배치해 둔 상태였다. 조조가 점령을 위해 온갖 지혜를 짜냈으나 날짜만 가고 성과가 없었다. 곤경에 처한 조조가 어느날 전군에 '계륵(鷄肋)'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계륵이 무슨 뜻이지?" 모두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주부(主簿) 벼슬에 있던 양수(楊修)만 서둘러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한 장수가 그 이유를 묻자 양수가 대답했다. "닭갈비는 먹자니 먹을 게 별로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지요. 지금 위왕께서는 한중 역시 그런 닭갈비 같은 땅으로 생각하고 철군을 결심하신 것입니다."

이 고사에서 닭갈비는 딱히 쓸모는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사물이나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 됐다. 이로 미뤄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닭을 애용한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닭은 아주 오래된 가축이다.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자란 장년층이나 노년층이라면 새벽만 되면 어김없이 기상을 재촉했던 "꼬끼오~" 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삼계탕은 특히 여름철 최고의 몸보신 음식이기도 했다.

닭고기의 비수기인 한겨울에 생닭이 인기라고 한다.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지난해 10월초 2천831원이던 9~10호 생닭 1㎏ 값이 지난 21일 4천369원까지 올랐다. 때 아닌 닭고기 값 폭등 현상을 부른 가장 큰 원인은 폭설과 한파. 해마다 되풀이돼 온 조류인플루엔자(AI)로 겨울철 닭 사육을 꺼리는 농가가 늘어난 데다 최근 강추위로 폐사하는 닭이 늘어 출하량이 줄고 있다. 반면 치킨 수요가 여전한데다 최근 일부 지역에 소 구제역이 퍼지면서 닭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는 '생닭 확보 전쟁중'이라고 한다. 닭고기가 달린다니 정치인들의 '닭 잡아먹고 오리 발 내놓기'도 줄어들려나.

장지태 논설위원 jjt@busan.com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