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보디빌더 정영지 씨 “20kg 감량… 자신과의 싸움” “소금기 없는 삶은 닭 가슴살과 계란 흰자를 먹으며 몸을 만들었어요. 혹시나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을까 봐 친구들과 연락도 끊고 살았죠.” 여성 보디빌더 정영지(32·용인대·사진) 씨. 그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보디빌딩선수권 여자 58kg 이하급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성 보디빌더가 아시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2000년 한필선 씨 이후 7년 만이다. 6월 미즈&미스터 코리아대회에 이어 아시아선수권까지 2개 대회를 연속 우승한 정 씨의 비결은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다. “매일 네 시간씩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하고 세 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식사는 여섯 끼로 나눠 조금씩 먹었어요. 평소 77kg인 몸무게를 55∼57kg으로 줄여야 했기 때문이죠.” 그는 보디빌딩 이론 공부에도 열성적이다. 대학 때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땄고 올해 2월에는 용인대에서 ‘여성 보디빌더의 다이어트 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내년에는 박사과정에 입학할 계획이다. 정 씨가 보디빌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2년. 군산대에서 실내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건축사무실을 다니던 도중 허리를 다쳐 병원 측으로부터 헬스클럽에 다닐 것을 권유받았다. “수영 테니스 탁구 등 운동을 좋아했지만 보디빌딩은 달랐어요. 하루하루 내 몸이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묘한 희열을 느꼈죠.” “여자가 웬 근육이냐며 반대하던 부모님도 이제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는 그는 선수 생활은 물론이고 보디빌딩 지도자로 후배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