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에 자리한 정원농장(대표 김준영)은 의료기관에서 쓰는 최첨단 환기시설을 갖춘 육계농장이다.

이 농장은 전체 면적 4167㎡(1261평)에서 육계 9만5000마리를 사육한다. 연간 출하량은 58만5000마리다. 농장을 건립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모두 21억원. 전액 스마트팜 종합자금으로 충당했다. 현재 연간 매출액은 13억원가량이고 투자비는 상환 중이다.

2022년 2월 준공한 정원농장은 냄새 민원을 받은 적이 없다. 비결은 음압 환기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심각한 질환을 가진 환자를 격리 수용하는 병실에서 주로 쓰인다. 공기압이 낮은 내부의 공기가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외부로 나가지 못하는 원리를 이용해 축사 내 공기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한다.

정원농장은 스웨덴 기업 문터스에서 만든 음압 환기시스템을 도입했고, 설치에 3억원 정도 들었다. 김 대표는 “우리 농장에 설치된 음압 환기시스템은 설정한 온도값에 맞춰 자동으로 공기가 들어오고 순환돼 냄새가 밖으로 퍼져나가지 않으면서 적절히 환기가 이뤄져 닭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닭은 환절기 호흡기질병에 취약한 가축이다. 하지만 정원농장은 병아리 육성률이 100%에 달할 정도로 폐사가 드물다. 국내 육계 유통은 주로 계열화 구조로 이뤄진다. 즉 기업이 육계농장에 병아리를 제공하면 농장은 병아리를 키워 기업에 출하한다. 이 때문에 육성률은 중요한 생산성 지표가 된다. 또 육계 생산비 효율 지표인 ‘사료요구율’의 경우 정원농장은 1.48로 양호한 편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좋은 성적을 의미한다. 국내 농가 사료요구율은 2 정도다.

정원농장은 노동력도 크게 절감했다. 병아리를 일령별로 4단계로 나눠 자동 급이·급수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계사 내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한 것도 노동력을 절감하는 데 기여한다. 병아리는 기온이 낮으면 체온을 지키기 위해 군집을 이루는데, 이러한 현상을 발견하고 조기에 대응할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예전엔 농장을 적어도 세번은 둘러봐야 했는데, 지금은 아침에 한번 점검한 이후엔 계사 안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CCTV를 통해 온도·환기량 수치를 따져가면서 과학적으로 사양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김 대표는 “충남 보령이 고향이지만 도저히 축산 부지를 찾을 수 없어 정읍으로 오게 됐다”면서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해당 지방자치단체마다 조례가 달라 축사 설립 과정을 매번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막대한 투자비를 감수하면서 축산업의 질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상황인 데도 정작 축산업을 향한 보이지 않는 저항을 느낄 때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농민신문 4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