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FTA 체결국 수출입동향’
소고기 수입액 평년비 15.1% ↑
돼지는 13.9%·닭고기 92.1% 증가
수입물량 증가율 크게 웃돌아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와 우유(유제품 환산) 수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관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수입단가는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통상당국이 ‘시장을 개방하면 관세가 낮아지고 그에 따라 수입가격이 떨어지면서 국민의 복리후생이 증진될 것’이라고 했던 주장이 ‘헛구호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국민 후생차원에서도 적정자급률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규제가 아닌 진흥차원의 축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이행지원센터가 내놓은 ‘2023년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동향’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동안 소고기 47만2900톤(35억9980만달러)·돼지고기 52만9400톤(19억6200만달러)·닭고기 23만4900만톤(5억2270만달러)·우유 16만3800톤(6억4220만달러) 가량이 수입됐다. 물량으로는 평년(2018~2022년) 기준 각각 45만1900톤·51만770톤·14만3200톤·13만3800톤에 비해 4.6%·2.3%·64%·22.4% 늘어난 수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관세인하에도 불구하고 물량 증가율보다 수입단가 증가율은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2018~2022년) 수입액은 소고기 31억2650만달러·돼지고기 17억2310만달러·닭고기 2억7220만달러·우유 4억5050만달러로, 평년대비 지난해 수입액 증가율은 각각 15.1%·13.9%·92.1%·42.6%로 나타나면서 수입량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것.

지난 2019년 기준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우유의 톤당 평균수입단가가 각각 6583달러·3014달러·2021달러·3317달러였던 반면 지난해는 7612달러·3705달러·2225달러·3920달러로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는 관세가 인하됐음에도, 우유는 TRQ물량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수입단가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2023년 사이 연도별 소고기와 닭고기 수입단가 중 정부가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으로 하반기에만 무관세로 각각 10만톤·8만2500톤을 들여 온 2022년에 가장 높았다.

2022년도 소고기 평균수입단가는 톤당 8932달러로 2019년 6583달러 대비 35.6%가량, 닭고기는 2476달러로 2019년 2021달러 대비 22.5% 더 높았다. 무관세로 7만톤을 들여오기로 했던 돼지고기도 3709달러로 23%, 분유 1만톤을 들여오기로 했던 우유 평균수입단가도 3879달러로 17%가량 올랐다. 

특히 다른 축종과는 달리 TRQ 증량방식으로 기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관세 수입량이 늘어나도록 협상을 했던 우유(유제품)는 2019년 톤당 3317달러이던 평균수입가격이 2023년 3920달러로 큰 폭 상승했다.

축산단체 한 관계자는 “이전에 주요국과 FTA를 체결할 당시 통상당국에서는 농축산물 시장이 개방되면 관세인하로 수입가격이 낮아지면서 국민 후생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었지만 당시에도 농축산업계에서는 상황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었다. 축산물 수입가격은 수출입국의 생산 상황과 소비 및 가격 상황 등을 고려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면서 "관세와는 상관 없이 국내산 가격이 오르면 수입축산물 가격도 오르는 양상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물가안정도 국내에서 일정 수준 필요량을 생산하는 기반이 갖춰져 있을 때나 안정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일”이라며 "희토류와 요소수 대란 때처럼 국내 자급기반이 무너지면 결국 정부가 수급책임을 고스란히 질 수 밖에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이건 먹을거리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국농어민신문 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