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탄력관세 운용 그대로 
농민 희생과 피해 전제돼선 안돼

현 정부 들어 할당관세와 저율관세할당(TRQ)이 전가의 보도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농축산물 수입을 늘려 물가를 잡는 정책기조 유지를 골자로 하는 ‘2024년 탄력관세 운용계획’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할당관세는 해당 품목의 관세를 기본관세율의 40%포인트 범위에서 가감하는 탄력관세로, 보통 정부는 기본관세율 40% 이내인 품목에 대해 0%(무관세)를 적용해 수입해왔다. TRQ는 저·고율 이중관세 품목의 물량을 조절하는 제도로 주로 저율관세 수입 물량을 늘려 국내 수급안정을 도모해왔다.

내년 할당관세 운용안을 보면 기본관세율 20∼30%인 닭고기는 1분기 동안 3만t이 무관세로 전환된다. 기본관세율 8∼30%인 달걀가공품도 상반기 중 5000t이 무관세로 바뀐다. 이외 기본관세율 50%인 땅콩(조제)과 3%인 대두(채유·대두박용)도 각각 최저 관세로 1만t, 120만t씩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TRQ도 참깨·팥·녹두 등 13개 품목에 대해 올해보다 다소 늘어난 규모로 물량을 증량한다.

‘불에 놀란 놈 부지깽이만 봐도 놀란다’고 올 한해 할당관세와 TRQ로 마음고생이 컸기에 계획안만으로도 해당 품목 농민들이 지레 겁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입법예고로 당장 분통을 터뜨리는 분야는 육계업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에 따르면 올 12월 육계 병아리 입식마릿수가 전년 대비 8.6%, 평년 대비 5.1% 늘어나며 내년 1월 도축마릿수 역시 이와 비슷한 비율로 증가할 전망인데도 1분기 중 많은 물량의 할당관세가 예고돼 있으니 걱정이 태산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대한양계협회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다른 품목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정은 마찬가지다.

농축산물 수입을 통한 물가 잡기 정책으로 인해 농업계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는지는 농민단체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따져야 할 주요 의제로 꼽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근거가 부족한 할당관세·TRQ 운용에 따른 농민들의 피해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농축산물 수입까지 농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수급 상황이 나쁘지 않고 가격이 안정적임에도 무분별하게 들여오니 문제인 것이다. 관세법상 할당관세나 TRQ의 목적엔 국내 산업 보호도 있다. 탄력관세 운용계획에 농민의 희생이 전제되지 않도록 기재부는 농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해 최종 고시에 반영해주기 바란다.

<농민신문 12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