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물가 불안 품목의 관세율을 인하해 서민 먹거리 부담을 완화하고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연쇄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다.’ ‘이번 조치를 통해 서민들의 먹거리 물가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수입 먹거리에 대거 할당관세를 적용하며 발표한 자료의 일부다. 이처럼 할당관세 정책은 소비자 입장에서만 고려되며 생산자나 국내 생산기반에 대한 고민은 늘 빠져 있다.

정부의 할당관세 정책을 유독 뼈아프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축산농가들이다. 사료값, 전기·가스 요금 등 생산비 인상으로 축산농가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육돈 1마리당 순수익이 전년 대비 16.6% 떨어지는 등 대부분 축종에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여기에 더해 4년 만에 발생한 구제역을 비롯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지속하는 가축 전염병은 농가들의 피로감을 더한다. 이처럼 악재가 겹친 상황임에도 얼마 전 정부는 하반기 공급물량 부족을 이유로 12월말까지 돼지고기 최대 4만5000t에 지난해에 이어 할당관세를 추진한다는 발표를 하며 다시 한번 농가의 사육 의지를 꺾었다. 정부가 조금이라도 생산자를 고려했다면 이처럼 손쉽게 할당관세라는 카드를 꺼내 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처럼 생산자들이 피해를 보는 정책이 현장 의견 수렴 없이 늘 통보식으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4월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수입 닭고기 3만t에 할당관세를 적용한다는 말이 나온 직후 육계 생산자단체 관계자에게 의견을 묻고자 연락했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관계자가 할당관세 연장 논의가 이뤄진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생산자들과 일절 논의가 없이 갑자기 추진된 사안”이라며 “기사를 보고 내용을 알았는데 정부는 늘 이런 식으로 결정을 통보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생산자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생산자 의견을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하는 등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에 많은 서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하는 정책을 이처럼 매번 관성적으로 구사할 수는 없다. 정부가 고려해야 하는 서민에 축산농가도 포함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농민신문 6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