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번호 12자리 입력하면…‘닭의 과거史’ 보인다

가금류 이력제 시연회 

내년 시행 앞두고 관심 촉구


‘축산물이력제’ 애플리케이션(앱)에 닭고기 포장지에 적힌 이력번호 12자리를 입력하자 농장주부터 사육정보, 포장처리정보까지 축산물 생산과 유통 전 과정이 한번에 뜬다. 달걀과 오리고기 포장지에 적힌 이력번호를 입력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도 신기한 듯 너도나도 이력번호를 앱에 입력했다.

6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점에선 내년 1월1일 가금 및 가금산물 이력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언론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연회가 열렸다(사진). 시연회 진행을 맡은 박경동 축산물품질평가원 팀장은 “축산물이력제 앱과 홈페이지에서 이력번호 12자리를 넣으면 소비자들은 언제 어느 때고 이 축산물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가금 및 가금산물 이력제란 닭고기·오리고기·달걀 등의 생산 및 유통 정보를 단계별로 기록하는 제도다. 이러한 이력제는 축산물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자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알 권리를 보장하고자 도입됐다. 앞서 쇠고기 이력제(국내산 2008년, 외국산 2010년), 돼지고기 이력제(국내산 2014년, 외국산 2018년)가 시행됐고 이번에 가금 및 가금산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가금 및 가금산물 이력제가 시행되면 가금 사육시설마다 농장식별번호가 부여되고, 정기 사육현황 신고, 가금 및 종란의 농장간 이동 등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이력번호는 12자리로, 도축장 또는 선별포장업을 하는 달걀유통센터(GP)에서 매겨진다. 이력번호 안엔 축종코드, 이력코드 발급일자, 작업장 코드와 일련번호가 들어간다. 도축장과 GP는 최소 포장단위에 이력번호를 표기해야 한다.

다만 달걀의 경우 선별포장업이 시행되는 내년 4월 전까지는 어느 정도 유동적으로 이력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GP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평원에 따르면 6일 기준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곳은 도축장의 경우 닭 80%, 오리 100%이다. 달걀은 GP 100여개 중 60여곳만 참여 중이다. 달걀은 GP가 건립되지 않은 곳도 많아 정확한 진척도는 파악할 수 없다.

한편 산란계업계에선 중복 정보제공이라는 비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달걀은 8월부터 난각(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를 표기하고 있는데, 이력번호로도 산란일자 조회가 가능해지면 괜히 두번 일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한 가금업계 관계자는 “이력번호를 조회하면 산란일자가 다 나오는데 왜 난각에 표기하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장승진 축평원장은 “이력제는 가금 및 가금산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달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답변”이라며 “여러가지 우려가 있는 것은 알지만 이력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농민신문 1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