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삼계탕’은 옛말?…삼복에도 닭고기 소비 부진


육계 산지값, 생산비 밑돌아 오리·토종닭도 상황 비슷 

전복 등 보양식 다양해진 탓 수요 줄었는데 수급조절 못해 

복 경기에만 매달려선 안돼 

가정간편식 개발 등 소비트렌드 맞춰 업계 변해야




가금업계가 최대 성수기인 삼복(초복·중복·말복)에 초라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더는 복경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육계업계에 따르면 올해 복 특수는 전혀 없었다. 육계업계 관계자는 “복날을 앞두고 닭고기 판매로 한창 바빠야 하는 6~7월 주요 육계 계열화업체의 영업실적이 적자였다”고 밝혔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유통가격동향을 보면 1㎏당 평균 육계 산지값은 초복(7월12일)과 중복(7월22일)에 각각 1200원이었다. 또 말복(8월11일·일요일) 직전인 9일엔 1100원을 기록했다. 육계 수요가 가장 많은 초복 3~4일 전인 7월8일과 7월9일에도 산지값은 각각 1100원과 899원에 머물렀다. 이는 2018년 육계 생산비(1㎏당 1262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오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국오리협회에 따르면 6~7월 평균 오리 산지값은 3㎏당 6600원으로, 1월(6713원) 이후 보합세를 유지했다. 복 시즌인데도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토종닭 시세도 생산비 이하로 떨어졌다. 토종닭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복 시즌에 토종닭가격은 1㎏당 평균 3000원대였는데 이번엔 1900원까지 떨어졌다”며 “닭값이 생산비인 2000원 초반대를 넘지 못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복경기가 실종된 이유는 삼계탕이나 오리탕 외에 다른 보양식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가금·유통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수산물 보양식이 가금산물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예전엔 ‘보양식=삼계탕’이란 공식이 있어 백숙용 생닭이 여름철 보양식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지난해부터 그 비중이 50% 밑으로 떨어지더니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반해 전복·장어·민어 같은 해산물 매출 비중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 복 시즌에 민어 특판횟수를 늘렸고, 홈플러스는 복날맞이 해산물 기획전을 열어 문어·새우 등을 판매했다.

수급조절 실패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됐다. 복날 수요가 사라지는 추세인데도 농가들이 출하량을 늘리는 바람에 가격이 상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7월 육계 도계마릿수는 지난해보다 8.3% 증가한 1억1612만마리였다. 이달 역시 지난해 8월보다 6.7% 늘어난 9219만마리로 전망된다.

오리의 경우 ‘오리사육 휴지기제’ 여파로 전체 물량 감소를 예측한 계열화업체들이 냉동비축분을 크게 늘린 게 악재로 작용했다. 오리업계 관계자는 “7월 기준 냉동비축 물량은 약 480만마리로 파악됐다”면서 “이 물량을 소진하려고 일부 계열화업체에선 평소보다 30% 낮은 가격으로 오리고기를 팔아치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복 특수에 매달리기보단 평소에 가금산물이 잘 팔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전문가는 “복경기는 사라지고 있으므로 특수를 노리지 말고 소비패턴 변화에 맞춰 1인용 제품이나 가정간편식(HMR)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치킨게임’을 멈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경선 한국가금학회장(전북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교수)은 “너도나도 입식을 늘리면 수급상황이 더 안 좋아져 가격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무의미한 경쟁을 멈추고 자발적 감축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신문 8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