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에 이어 정읍 오리농장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발병이 확인됐다.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아니지만 대체로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철새들에 의해 전파된다는 것이 인정된 가설이라 이미 겨울철도 지나고 2, 3월의 집중적 관리기간 동안 발병이 없어 방역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아 버린 4월에 발생된 것이라 그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몇 해 동안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가금사육농가들의 피해는 엄청난 규모였던 바, 또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AI의 급습은 농가들의 넋을 빼놓고 있다. 농장주로서는 제어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삶의 원천인 가금들이 산채로 생매장되는 광경은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이고, 살 길이 막막해지는 절망감과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느냐는 분노의 가슴앓이뿐일 것이다. 관련법규에 의해 발병농가 인근 농장들도 살처분하거나 이동제한 조치로 수입원이 끊기는 공황상태를 맞이해야 된다. 언론의 호들갑에 이어 닭이나 오리를 가공·판매하는 업체들이 손을 놓게 되고, 연쇄적으로 도시의 치킨집이나 오리요리 집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은 뻔하다. 사실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을 방역당국만의 탓이라 하기에는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너무 일찍 ‘조류 인플루엔자 끝!’이라고 샴페인을 터뜨린 당국의 태도는 성급한 축배를 든 꼴이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수많은 가금사육농가들이 피눈물 흘리지 않아도 될 일을 성과지상주의에 몰입된 조급증이 오늘의 사태를 불러오지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예년의 경우에 이 시기에 AI가 발병한 전례가 없었으니 어쩔 수 없노라고 변명해도 농가들의 입장에서는 당국을 탓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꽃피는 좋은 계절 4월에 느닷없이 닥친 조류인플루엔자로 모든 꿈이 사라질 판이니 누군가를 탓하지 않는다면 미쳐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당국은 이 잔인한 4월이 빨리 마무리되도록 특단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 농업인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