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닭고기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닭고기가 남녀노소 모두 즐겨 먹는 서민 음식이지만 옛날엔 손님을 접대하는 잔칫상에나 오르던 귀한 음식이었다. 특히 장모는 백년손님인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줬다고 하지 않는가. 대체 닭고기가 어디에 좋기에 장모는 사위에게 닭을 잡아 주었을까.
닭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근육섬유가 가늘고 연해 소화흡수가 잘되기 때문에 위가 약한 환자나 노인, 어린이에게 좋다. 또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닭 가슴살은 단백질을 23.1%나 함유하고 있는 고단백 식품이다. 용사마 배용준의 몸매관리 비법이 닭 가슴살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닭 가슴살 판매가 늘기도 했다.
‘닭 날개를 먹으면 바람피운다’는 말도 있다. 대체 이 말은 무슨 근거로 나왔을까. 닭 날개에는 살코기가 별로 없고 지방이 적당해 독특한 감칠맛이 있으며, 다른 부위에 비해 질감이 쫄깃하며 끈끈하다.
이 끈끈한 물질은 뮤신(mucin)이라고 하는데 강장식품으로 알려진 장어나 곰 발바닥, 상어 지느러미, 달팽이 등의 끈끈한 성분도 바로 이 뮤신이다. 뮤신의 한 종류인 콘드로이친황산은 피부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탄력 있는 피부일수록 함량이 높다.
젊은이의 피부가 노인에 비해 탄력 있고 매끄러운 것은 바로 조직의 수분을 유지시켜 피부에 윤기를 주는 콘드로이친황산 덕분이다.
그런데 닭 날개에는 콘드로이친황산을 함유한 콜라겐 성분이 많아 노화 방지와 강장 효과가 있다. 일부에선 ‘닭 날개를 먹으면 바람피운다’는 말이 닭 날개가 맛있기 때문에 먹지 못하게 하려고 지어낸 말이라 한다. 하지만 영양상 따져보면 닭 날개를 먹으면 피부가 좋아지고 예뻐지기 때문에 나온 말이 아닐까 싶다.
이 밖에 닭고기는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고 전체 지방의 3분의 2 정도가 불포화 지방산이어서 다른 육류보다 필수지방산이 많다. 특히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나 심장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리놀렌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비타민A가 쇠고기의 10배 정도 많고 필수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렇게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닭고기의 소비가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위축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닭고기 먹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농협과 가금업계에서는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고 AI에 감염됐을 경우 20억 원을 배상해 준다는 광고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고 AI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
현재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AI에 감염된 닭 또는 오리와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 감염 가능성은 낮으며 오염됐다 해도 섭씨 70도에서 30분, 75도에서 5분간 끓여 먹으면 절대 안전하다. 또한 AI에 걸린 닭이나 오리는 알을 낳지 못하기 때문에 달걀이나 오리알을 먹는 것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할 때마다 닭고기나 오리고기 소비가 감소해 양계농가에서는 마음고생, 몸 고생 등 이중 삼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조선시대 향약에도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도와야 한다는 환난상휼(患難相恤)이란 말이 있다. 힘든 양계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이어트는 물론 피부에도 좋은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많이 먹고 예뻐지고 건강해지길 바란다.
이상진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원장
동아일보 2008, 4월, 22일(화요일) 페이지:A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