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다가오지만…뚝 떨어진 닭값, 육계농가는 운다

14일 산지값 1㎏당 1128원 한달 전보다 23% 떨어져 생산비 1237원 밑돌아

6~8월 공급과잉 심화 전망 여름철 소비는 예상만 못해 정부 차원 수급조절 호소

닭고기 대목인 초복(7월17일)이 약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육계 사육농가들의 표정이 어둡다. 초복 한달여 전부터 업체들이 미리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닭값이 오르는 게 일반적인데 오히려 값이 내려가서다.


◆육계 산지값, 생산비 밑돌아=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4일 산지 육계값은 1㎏당 1128원을 기록했다. 한달 전인 5월14일(1472원)에 비해 23%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육계 1㎏당 생산비가 1237원인 점을 고려하면 생산비를 건지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닭을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육계값 부진이 여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6~7월 육계 산지값을 1㎏당 1300~1500원, 8월은 1300~1400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마저도 조만간 사료값이 오른다는 전제 아래 가격을 높게 예측한 결과다.


농가들 사이에서는 복날 특수는커녕 적자가 누적될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김창식씨(58·경기 파주)는 “이미 가격이 바닥인데, 복날을 앞두고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와 닭값이 더 떨어질까 무섭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위탁 사육농가는 업체와 사전에 계약한 금액이라도 받지만 나 같은 일반 사육농가는 생산비도 못 건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14일 일반 사육농가가 받은 육계 1㎏당 산지값은 994원에 불과했다.

다수의 농가는 적자를 면하려면 육계 1㎏당 1400원가량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초복 한달 전부터 말복까지 판매되는 닭고기 물량이 평소보다 40% 이상 많은 실정을 고려하면 1400원대를 받기가 어려워 보인다.


◆공급과잉이 문제…정부, 수급조절 나서야=이처럼 육계값이 하락한 것은 공급과잉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심민희 농경연 연구원은 “올여름 폭염이 예상된 데다 월드컵·아시안게임까지 있어 계열업체 및 농가들이 공급량을 많이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농경연 축산관측에 따르면 4~5월 도계마릿수는 육용계 사육증가로 8021만~8638만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2017년 같은 달 대비 각각 19.6%, 12.2%나 늘어난 양이다.


하지만 소비는 이만큼 급증하지 않았다. 5월14일 기준 냉동 비축한 닭고기 물량만 해도 지난해보다 74.7% 증가한 1218만마리에 이른다.

앞으로 공급될 물량은 더 많다. 6월에만 지난해보다 9.2% 증가한 9669만마리, 7·8월에도 각각 1억879만마리, 9279만마리가 도계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기간과 다음달 초복에 소비량이 급증한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가금업계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가금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주문 물량이 지난해 대비 20% 정도 감소하는 등 스포츠행사를 통한 소비증대가 예상만 못할 것 같다”고 근심을 내비쳤다.


위기 상황인데도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어 농가는 막막해하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가금업계가 모여 수급조절협의회를 개최하고 미리 자율감축에 나서는 등 대책을 마련했겠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어려운 처지라서다.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금 관련 협회 및 계열화 사업자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부당한 공동행위를 조사하고 있어 (수급조절회의를 하려고 해도) 모일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문회장은 “자조금을 통해 소비활성화에 앞장서는 등 생산자가 먼저 자구책을 마련하겠으니, 정부도 축산물의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농민신문 6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