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닭고기 유통경로 기준온도 미준수

콜드체인 시스템 구축·HACCP 의무화 강화


닭고기 유통과정에서 온도관리나 위생관리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뿐 아니라 기준 자체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소비자공익네트워크(회장 김연화) 주최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비자 식품 안전을 위한 육계 제품의 현주소와 개선방안’ 토론회<사진>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유통경로의 닭고기 온도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유통경로 기준온도 준수 미흡

김진아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실장이 닭고기 유통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도계장을 포함한 닭고기 판매 대리점, 발골업소, 대형 유통점 및 재래시장 판매업소 521곳의 조사대상 1231개소 가운데 25.4%인 313개소에서 온도관리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 기준치 미달률은 도축 이후 각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도축장의 경우 대형 도축장과 소형 도축장 간 위생관리 수준이 큰 격차를 나타냈다. 이에 사육부터 도축, 가공까지 일괄 생산하는 계열업체에 비해 위생관리 수준이 낮은 임도계만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도축장에 대한 위생 지도 및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리점과 발골업소에서 냉장운반차량을 보유하지 않고 유통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냉장운반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대리점과 발골업소는 각각 48.2%, 28.2%로 집계됐다.

발골업소의 경우 발골작업장의 31개소 가운데 9개소(29%)에서 실내온도가 기준 이상이었고, 이 역시 닭고기 가공품의 제품온도 상승으로 품질이 변질될 수 있어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더불어 지난해 재래시장의 가금육 개체포장유통 의무화 해제조치에 따른 후속 보완대책 이행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열시설이 폐쇄구조가 아닌 경우는 35.4%, 소비자가 직접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33.9%, 축산물의 표시기준에 의한 표시 미시행 경우 46.1%, 얼음 사용시 닭고기가 얼음에 직접 접촉하는 경우도 74.3%에 달했다.

# 유통 전반 ‘콜드 체인 시스템’ 구축해야

이처럼 유통과정에서 업소들이 온도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도계장 이후 유통경로의 기준온도 자체가 높게 설정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경로상 어느 한 지점에서 기준온도를 지키지 않을 경우 닭고기 품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진아 실장은 “도축장에서 출하될 때 심부온도 2℃ 이하로 관리하지만, 그 이후 단계에서는 5℃까지 기준온도를 두고 있어 유통 초기단계의 품질을 유지할 수 없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장원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도 “도축장 이후 판매점의 온도 기준이 -2℃에서 5℃ 사이로 설정돼 온도 변화에 의한 품질열화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판매점의 냉장온도를 0℃로 관리하는 만큼 우리도 냉장판매 및 보관, 냉장운송 온도 기준을 -2~2℃로 하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유통과정을 거치는 동안 초기 닭고기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통경로 전반에 ‘콜드 체인 시스템(저온유통체계)’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최준표 ㈜JPS 대표는 “신선한 닭고기와 냉동 닭고기의 제대로 된 온도관리를 위해 ‘스마트 콜드 체인 시스템’을 제안하고 싶다”며 “ICT를 접목함으로써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도록 해 실시간으로 온도관리를 하고 온도관리가 미흡한 업체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부과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도계장 이후 단계에도 HACCP 의무화해야

이와 관련 도계장에 편중된 위생 관리를 냉장운반 및 판매점 등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도축장 이후 별도의 절단, 가공, 포장을 하는 발골업소 및 식육포장처리업체를 겨냥한 지적이다.

도축장에 대해서는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 취득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발골업소와 재래시장에 대해서는 점검이 소홀히 이뤄지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특히 후속 가공단계인 발골업소는 HACCP 인증이 선택사항인 만큼 위생 및 안전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신고만 하면 쉽게 개설할 수 있어 업소 난립으로 지자체의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김진아 실장은 “발골업소에 대한 위생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HACCP 인증을 의무화해 업소를 대형화, 정예화함으로써 위생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한 닭고기 가공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문용 하림 사장도 “식육포장처리업체의 경우 정부 검사관 없이 극소수의 점검만 받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위법사항과 교차오염에 대한 통제관리가 불가능하다”며 “HACCP 의무화를 통해 작업환경 및 위생수준 향상, 정부 모니터링 주기가 확대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수축산신문 8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