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 ‘장기불황’…농가 ‘비명’

공급량 늘고 소비는 줄어 산지가격 2년 연속 하락세

외국관광객 크게 줄어 타격

업계, 대규모 소비촉진 행사


 닭고기 수요가 가장 많은 여름철을 맞았는데도 산지 육계값이 2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8월1일부터 6일 현재까지 산지 육계값(생체 1㎏ 기준)은 1310~1250원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0~510원 하락했다. 육계 최대 성수기인 올 7월에도 산지 육계값은 1412원에 머물렀다. 이 같은 가격은 닭고기 수입량 급증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등으로 복철 특수가 사라졌던 지난해 같은 달 평균(1463원)보다 3.5%나 낮은 것이다.

최근 5년간 7월 산지 육계값을 살펴보면 2010년 2043원에서 2011년 1910원, 2012년 1757원으로 떨어졌으나 2013년엔 1983원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2014년 값이 1400원대로 크게 떨어진 뒤 올해에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육계 사육마릿수 증가로 공급량은 늘어난 반면 소비는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월 육계 사육마릿수는 1년 전(1억3452만마리)보다 10.3% 늘어난 1억4837만마리였다. 이에 따라 도계 마릿수도 증가했는데, 7월 도계 마릿수는 1억1700만마리로 2014년 7월(1억500만마리)보다 약 15%, 평년(9100만마리)보단 29%가량 증가했다.

반면 초복(7월13일)과 중복(7월23일)의 궂은 날씨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영향으로 외국인관광객이 크게 감소해 7~8월 닭고기 소비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삼계탕 소비가 줄어들었다.

김형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초청연구원은 “기존 비축물량이 많은데다 종계업체에서 환우를 통해 육계 병아리를 계속 생산하고 있어 닭고기 총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의 경우 최근엔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문을 닫는 식당이 생겨날 정도로 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최대 성수기인 7월 이후 육계값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불황이 10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농경연은 최근 밝힌 축산관측에서 8월 평균 육계 산지값은 2007년 이후 최저치인 1200~1400원, 9월 1100~1200원, 10월 1000~110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4년 육계 생산비인 1339(생체 1㎏기준)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육계값 장기불황 조짐에 육계업계는 소비촉진에 주력하며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는 최근 국산 닭고기 소비를 늘리기 위해 닭고기 최대 수요처인 치킨외식업체에 치킨값을 현실에 맞게 낮춰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육계 산지값은 1400원대에 머무르고 있는데 치킨값은 1마리당 2만원에 근접할 정도로 높아 소비저항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한국육계협회도 8일 전국 이마트에서 닭볶음탕용·백숙용·삼계탕용 등 다양한 제품을 최대 30% 할인 판매하는 대규모 소비촉진 행사를 진행했다.

황일수 대한양계협회 전무는 “침체에 빠진 국내 육계산업을 살리기 위해 치킨값 인하 요구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닭고기 소비 활성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신문 8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