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계약서 있으나마나…불공정 계약 관행 여전
“안성 토종닭 위탁사육 농가, 사육비 대신 변상금 청구 통보받아 '날벼락'
기준 육성률 미달 이유…변상금 산출법,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멋대로'
한 토종닭 계열업체가 위탁 사육 농가에 불합리한 조항이 담긴 계약서를 사용해 토종닭 농가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축산농가와 축산계열화 업체 간 공정한 거래를 위해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놨지만, 현장에서는 불공정 계약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너스 613만3790원. 경기 안성에서 토종닭을 위탁 사육하는 윤세영 씨가 계열화업체인 희도축산(대표 정근홍)에게 받은 사육료다. 윤 씨는 지인의 소개로 희도축산과 지난해 9월 22일 토종닭 3만2800수를 위탁 사육 계약을 맺었다. 이후 윤 씨는 올해 1월 7일에 평균 중량 2.68kg으로 출하했고, 다음 날인 8일에 정산서를 받아 본 뒤 오히려 희도축산에 돈을 배상해야 하는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는 윤 씨가 계약서에 명시된 기준 육성률 90.0%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 입추 한 달째 괴사성장염이 돌았고, 윤 씨가 출하했을 때의 육성률은 기준 육성률에서 6.8% 모자란 83.2%였다. 이에 희도축산은 육성률 미달 수수에 대한 변상금으로 변상 마릿수에 당시 시장 출하 가격인 2500원을 곱해 1400여만원에 이르는 변상금액을 산출했고, 윤 씨는 사육비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희도축산에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보통 이런 문제가 발생해 변상금액을 산출할 때는 병아리 가격과 사료 값만 배상토록 한다는 것. 윤 씨는 “다른 곳은 변상할 때 병아리 가격과 사료 값만 배상하라고 하는데 이 회사의 계산 방식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더욱이 계약 당시 윤 씨는 희도축산 측으로부터 사료효율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계약서에는 정확한 사육기간과 사료단가 등도 표시돼 있지 않았다. 지인을 통해 희도축산을 소개받은 터라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피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무엇보다 윤 씨와 희도축산 간 계약서에는 천재지변이나 법정 전염병으로 인한 손실을 농가가 모두 부담하게 돼 있다. 정부가 마련한 표준거래계약서에는 이를 공동으로 부담토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근홍 희도축산 대표는 “강제성 있는 조항이 없다면 방역이나 질병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는 농가들이 있어 어쩔 수 없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토종닭협회에서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지면 그대로 따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질병이 발생해 윤 씨 농가를 방문했을 때 폐사체와 사육일지가 없어 정확한 병을 진단하지 못했다”며 “진단자료가 없기에 계약서상의 방식으로 배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종닭협회 관계자는 “일단 농가와 계열회사를 한 자리에 불러 합의점을 찾아보겠다”며 “올 상반기 안으로 농가와 회사들의 의견을 모아 토종닭 사육 표준 계약서를 만들어 기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표준계약서가 권고 사항이다 보니 영세계열업체에서 잘 반영이 되지 않는다”며 “토종닭협회에서 농가와 계열업체의 합의를 통한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져 영세 계열사도 잘 준수해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어민신문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