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1년] 끝나지 않는 AI와의 전쟁…방제약도 없이 ‘상재화’ 걱정 커져
 
지난해 1월 16일 국내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이후 꼬박 1년이 넘었다. 방역당국은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AI방제를 위한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리고 소독과 방역활동에 들어가는 등 AI종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13일과 14일 AI가 발생한 부산 강서·안성·여주의 바이러스 유전자형이 기존 국내에서 발생했던 것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는가 하면, 이동중지명령 상황에서도 지난 17일과 19일 전북 정읍의 육용오리 사육농가와 19일 전남 무안에서도 AI의심축이 확인되는 등 상황은 녹녹치 않아 보인다.
 
1년 동안 총 260건 발생 확인
부산 강서·안성·여주 바이러스
기존의 유전자형과 달라 ‘긴장’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60건
 
지난해 1월 16일부터 올 1월 18일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생이 확인된 AI는 총 26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16일부터 7월 25일까지 총 212건, 9월 24일부터 12월말까지 42건에 이어 올 들어 발생이 확인된 것만 6건이다.

또 2014년 이후 야생조류에서 검출된 고병원성 AI는 모두 46건으로 이중 38건은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12월부터 현재까지 총 8건이 검출됐다. 9월부터 현재까지 가금류 매몰처분수는 발생과 예찰, 그리고 예방적 살처분 등을 모두 합해 총 87만3000마리에 이른다.

특히 13일 부산 강서구(기러기·토종닭 등)와 경기 안성(종오리), 그리고 14일 경기 여주(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한 AI는 기존 바이러스와 같은 H5N8형이기는 하지만 염기서열이 다른 유전자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농식품부는 19일 AI발생현황 브리핑에서 최근 발생한 AI 바이러스는 나주와 영암지역 사육농장에서 분리된 유전자형과 다르며, 지난해 11월 이후 야생조류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발생하고 있는 AI바이러스는 지난 9월 이후 나주와 영암, 성남 모란시장에서 나왔던 바이러스와는 다르다”면서 “최근에 부산 강서·경기 안성·여주농가에서 분리된 바이러스를 분석해본 결과 2014년 11월 이후 국내 야생조류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같은 것으로 나타나 검역본부에서는 어떻게 농장으로 유입되었는지 그 유입경로에 대해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방역당국 관계자는 “방역당국에서는 지난해 고창과 부안에서 발생한 AI 중 고창 것은 한 번 발생으로 사라졌고 이후 부안주가 전국에 퍼졌다고 보는데, 당시 철새들이 유럽과 시베리아, 일본 등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부안주가 변이를 일으켜 현재 발생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도 방역당국은 중간역학조사결과, 철새에 의한 유입으로 인해 물적 인적으로 전파된 AI가 전국으로 확산됐다고 밝힌바 있고, 이로 인해 지난 한 해 동안 총 254건의 AI가 발생했었다.  

일시이동중지명령 ‘긴박’
 
17일 오전 6시부터 18일 오후 6시까지 내려진 AI일시이동중지명령은 생산자단체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 기준으로 볼 때 축산농장 18만 6000호, 축산시설 3000여개소, 축산차량 4만8000여대, 축산관계자 2만9000여명 적용대상이었고, 공무원 약 9178명과 방역차량 813대를 동원해서 통제초소 3953개소를 운영하는 한편, 이동승인서 978건을 발급했다”면서 “축산차량 GPS 운영실태 점검결과 약 7300여대를 점검해서 5대를 적발 후에 고발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또 “농협은 공동방제단 562명과 방역차량 450대 등을 동원해서 주요 도로 2663개소와 소규모 가금농가 1만 2000호에 대해서 소독을 지원했다”면서 “축산차량의 경우 82대가 이동중지명령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이 되면서 관계 법령에 따라 즉시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민안전처와 농식품부 합동으로 중앙점검반을 구성해 여러 가지 지자체의 방역체계와 이동중지상황 등을 점검했다”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돼 18건에 대해서 현지 시정조치를 내렸다”고도 했다.

차단방역 곳곳에 구멍
 
지자체가 시비로 농가형 소독장비를 지원해 차단방역이 원활히 추진된 곳이 있는가 하면 상황실을 운영하지 않은 지자체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천일 국장은 시군을 지칭하지는 않은 채 “A시 같은 경우에는 지자체 시비로 농가형 소독장비 구입비용을 지원해서 차단방역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B군의 경우 경찰과 군부대와의 협조체계를 구축해서 통제초소를 운영하고, 도로를 소독하는데 인력과 장비가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한 곳이 있었던 반면, C시의 경우는 자체점검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상황실을 운영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면서 “D군은 축산 관련 종사자를 등록할 때 법인에 포함된 직원 중 일부만 등록해 결국 관리대상에서 누락되는 사례가 있었고, E시와 같은 경우는 AI 취약점으로 얘기가 되고 있는 가든형 식당이나 전통식당에 대한 취약대상 관리가 부실한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이에 대해 “앞으로 가축방역조직이나 인력예산 등 지자체별로 방역에 대한 노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제3기관에 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라면서 “이번에는 안전처에서도 지자체 평가 중 재난상황에 대한 평가에 FMD 같은 가축질병을 평가요소로 포함시키겠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지역적으로 볼 때 FMD나 AI가 지리적으로 잘 발생하지 않는 지역들이 있고, 지자체의 노력 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제3기관에 용역을 의뢰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라면서 “평가를 해서 농식품부에서는 방역비용이라든가 그런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병행하고, 안전처의 경우 안전과 관련된 교부금 지급 같은 것이 연동이 될 수 있게끔 그렇게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 한 관계자는 “이번 점검에서 GPS를 장착하지 않았거나 계란집하차량이 이동하는 등의 이동중지명령 위반 건들이 발생했었다”면서 “KT와 준비 중인 빅데이터를 이용한 AI조기경보 시스템과 KAHIS를 연동하고, 각 지자체별에 대한 용역연구결과를 묶어 모두를 전산화 해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이를 전산과 연결시켜 발생위험지역을 사전에 예측해 정보를 알려주고 방역에 철저를 기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동중지명령에도 의심축 나와
지자체별 차단방역 천차만별
농식품부, 제3기관 평가 추진

설 앞두고 AI 확대 우려 고조
 
방역관계자들은 긴급 백신 접종이 실시되고 있는 FMD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갈 것으로 예측하는 가운데 AI가 새로운 복병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FMD와 AI로 인해 농식품부에서는 매주 2회 이상 장관 주제로 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지난 16일, 17일과 18일 양일간 내려진 일시이동중지명령을 앞두고 열린 회의는 자못 비장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2일부터 4일간 농식품부와 국민안전처가 합동으로 방역실태 조사를 했는데 소독기 열선 고장, 발판소독조 운영 부적절, 소독조에 소독약 없음, 축산시설에 대한 출입자 통제 미흡 등 18건의 지적사항이 나왔고, 이중 6건은 확인서와 경위서를 쓰도록 조치됐다”면서 “특히 FMD가 발생한지 한 달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 농가 중 백신항체율이 0%가 나오는 농가가 있어 이에 대해서는 이동필 장관의 질책이 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설 전에 AI를 막지 못하면 상재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면서 “철저한 소독과 방역을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수의·방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FMD는 긴급 백신을 진행하면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반면, AI는 부산 강서와 안성, 여주에서 새로운 유전자형의 것이 발생하면서 긴장을 더하고 있다.

한 방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단 FMD는 긴급백신 이후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특히 지역단위로 묶여서 발생하는 것으로 볼 때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AI는 방제약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는 주이석 검역본부장이 확인하기도 했다. 주 본부장은  “지난해의 경우도 야생철새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난 후 1달에서 1달 반 정도 이후에 가금농장에서 발생하는 유형을 나타냈는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밝혀 FMD와 달리 AI는 현재 진행형임을 암시했다.
 
이동제한 해제된 진천, 또 FMD
 
한편, 지난 19일 충북 진천군에서 또 다시 FMD가 발생했다. 진천군 이월면 소재 돼지농가에서 접수된 FMD는 사육중인 1300여마리의 돼지 중 8마리가 재대로 걷지 못하는 등 FMD 증상을 보여 30여마리가 살처분 됐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방역당국은 진천지역의 이동제한을 해제한 바 있다. 이는 2차례에 걸친 긴급 백신접종과 2주가 지난 후에 발생이 없으면 이동제한지역을 발생농장 3km 이내로 조정할 수 있다. 또 3km 방역대 해제는 SOP에 따라서 발생농장의 마지막 매몰이 이루어진 후에 21일이 경과하고, 해당농장이 임상검사 등에서 이상이 없을 경우에 발생농장 이동을 해제하면서 동시에 해제 된다.
<한국농어민신문 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