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AI에 따른 종계 매몰과 종란 파기, 영향과 전망
닭과 오리에 대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살처분으로 실용계 병아리 가격이 폭등하는 등 육계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총 34건의 AI 의심신고가 접수돼 7개 시도, 18개 시·군에서 28건이 양성 판정이 났다. 이에 따라 발생농장 및 예방적 살처분 등을 통해 461농가 1157만마리가 매몰됐으며, 3농가 4만여마리에 대한 매몰이 예정돼 있다.
특히 이번 AI로 종계에 대한 매몰과 종란에 대한 폐기가 진행되면서 입식물량 부족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물량확보 경쟁, 병아리가격 820원까지
육계업계에 따르면 이번 AI로 이달 중순까지 육용 종계 55만마리를 포함해 종계 60만마리 가량이 매몰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올품, 동우, 조인, 에이스 등에서 폐기된 실용계 종란 1100만여개를 비롯해 일반농가에서 폐기된 종란은 2000여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육용 종계가 매몰되고, 실용계 종란이 폐기됨에 따라 입식물량 확보를 위한 계열화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산지 육계시세는 물론 실용계 병아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산지 육계시세는 kg당 대닭 1800원, 중닭 1900원, 소닭 2000원에 형성됐다. 특히 실용계 병아리는 마리당 820원으로 종계감축이 예정되면서 들썩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200원이나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산지 사육마릿수 감소로 출하 물량이 부족해 육계시세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또한 병아리 공급물량 부족으로 계열화업체와 농가들이 사육물량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병아리가격대비 육계시세 낮아 또 적자
이처럼 실용계 병아리와 육계 산지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계열화와 사육농가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육계 산지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하지만 병아리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이 상태로는 출하시 적자라는 것이다.
실제로 병아리가격이 800원대를 넘어설 경우 사료값, 사육비 등 생산비를 고려해 출하 마리당 2000원대 이상의 가격이 형성돼야 적정하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도 생산효율을 높였을 경우이며, 일반 농가의 경우 2500원대의 가격은 형성돼야 안정적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높은 가격에 병아리를 구매해 생산비도 못 건지는 수준에서 출하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럼에도 공장 및 시설 가동을 멈출 수 없고, 납품계약 등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입식을 해야 한다는 게 계열화업체의 설명이다.
하림 관계자는 “AI로 지난 1~2월 8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이제는 종계 매몰, 종란 폐기 등에 따른 공급물량 부족으로 손해가 예상된다”며 “종계업자들도 그동안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 병아리가격을 높게 유지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병아리가격 안정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종계 도태지연, 환우 등 가격 폭락할 수도
이와 함께 높게 형성된 병아리가격으로 육용종계 도태지연과 환우가 진행돼 시장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도 종계감축 계획이 전해지면서 병아리가격이 오르자 일부 농가에서 환우를 진행, 종계감축 효과를 반감시킨 사례가 있었다.
특히 환우, 육용종계 도태지연 등으로 생산기간을 연장할 경우 병아리 품질 하락 등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5일 육계관측을 통해 육용종계 매몰처분에도 불구하고 병아리 생산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육용종계 도태지연과 환우 등으로 종계사육마릿수가 증가할 경우 오는 6월 산지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소비 진작 등 근본적인 해결 있어야
아울러 소비가 크게 진작되지 못한 문제도 지적된다. 높은 병아리가격을 감내하면서 사육을 하지만 닭고기 소비가 늘지 않을 경우 출하할 시기에 가격이 지금보다도 낮을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이번 병아리가격과 산지 육계시세 급등을 견인한 게 소비 수요가 아니라 일시적인 공급물량 부족인 만큼 이 부분이 해소될 경우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계육협회 관계자는 “종계매몰과 종란폐기로 병아리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면서 계열화업체와 사육농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시장 수요가 이를 받쳐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급 부족물량이 해소되는 시점에서 가격 폭락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소비를 확대시키려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태 기자(lht0203@afl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