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안성 미트패커 철회” 의견 분분
 
 


 김홍국 하림그룹회장이 안성 미트패커 건립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진의파악과 건립 예상부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하림의 향후 행보에 축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회장이 본지 단독보도(11월 9일자)를 통해 안성 미트패커 건립 공식 철회를 밝힌 가운데 축산업계 일부에서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수출용 닭만 생산하겠다던 계열사 올품이 국내시장을 공략하는 등 하림이 그간 보여준 행보를 봤을 때 문서로 받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믿을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미트패커를 또 새로 지어서 그룹의 규모만 확장할 게 아니라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부터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림이 안성지역이 미트패커 건립의 최적지로 판단했고 투자의향서도 안성시에 제출했던 만큼 이를 백지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지역 내 일부 주민들이 미트패커를 반대하는 분위기를 전환하고 건립을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하려는 방법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안성지역의 한 농가도 “안성지역 인근에 이미 도축장이 5개 정도가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도축장이 들어오면 구제역이나 AI등이 발생했을 때 상상도 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안성미트패커는 방역차원이나 도축장 구조조정 등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형패커가 반드시 필요해 안성이 아닌 타 지역에 하림그룹이 반드시 대형 도축가공유통 시설을 건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성지역의 한 농가는 “현재 우리나라의 도축장은 ‘도살장’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정도로 시설이 선진축산국에 비해 노후화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FTA등으로 수입 축산물이 관세없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국내 축산기업 1위는 하림이 그 역할을 해준다면 농가에게는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 역시 “사실 이번에 하림이 하려던 대형패커는 농협중앙회가 농가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했던 사안”이라며 “안성이 주민간 갈등으로 어렵다면 다른 지역에라도 꼭 건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고용창출과 세수 증대 등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꿈꾸던 안성시가 지역주민들의 반대와 갈등 등으로 하림 안성 미트패커 유치가 무산된 만큼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하림이 계획 철회를 밝히면서 안성지역 다수의 시민단체 등은 자체적으로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하림그룹 유치를 여전히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시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그 동안은 일부 축산농가가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면 하림이 먼저 계획 철회를 밝히면서 이제 다수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유치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찬성’쪽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안성시의 기본입장이 시민의 여론을 듣고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던 만큼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최고 결저권자가 직접 건립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혀 일단은 관련 팀에서도 한발 물러서 있다”며 “관심을 나타내는 지역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검토단계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하림그룹의 이번 안성 미트패커 건립계획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투자자금 일부 지원 등을 거론하며 물밑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축산신문 최윤진 기자(yjchoi@afl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