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닭고기 군납, 뭐가 문젠가
유통기한이 최소 1년 이상 지난 닭고기 수십 톤이 육군에 납품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22일 공개한 ‘육군본부 기관운영 감사결과’에 따르면, 강원도의 한 육군부대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 대상인 닭고기 2만여 마리를 부식용으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2007년 7월부터 일곱차례에 걸쳐 정상적으로 도계 검인한 닭고기 상자를 빼돌리고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 상자에 검인일자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모두 1359상자(2만385kg)를 강원도 육군 모사단에 납품한 것이다.
문제는 유사한 사례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데 있다.
이 같은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계육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우선 닭고기 군납품시 육질이나 맛 등이 고려대상이 아니며 중량단위로 거래하고 영세한 도계장에 위탁도계하기때문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비위생적인 처리의 가능성이 높고 형식적인 검사로 품질이 낮은 닭고기가 납품될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다는 게 계육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군검수관은 현장경험부족 등으로 냉동닭과 생닭을 구분하기 어려우며, 도계·가공 전 과정 참여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닭고기 시세상승 시 노계·수입육 등 저품질 닭고기의 대체 가능성도 높아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의 납품 가능성도 많은 것이다.
둘째로는, 46년 전에 제정된 규정(예산 회계법 시행령 임시특례에 관한 건/각령 제4997호, ’63.10.4 제정)에 따라 군부대 인근의 군납조합으로만 수의계약에 의해 구매할 수 있도록 운영되다보니, 위생적이고 안전한 닭고기 생산업체로부터 닭고기를 구매할 경로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현행제도 도입의 취지는 지난 60년대 초 냉장유통개념도 없었던 시절에 군부대 인근의 농가로부터 신선한 닭고기를 필요한 때에 공급받도록 하는 한편 농가의 소득향상도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과거와 달리 전국단위로 위생적인 시설에서 도계해 닭고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엄격한 품질관리와 냉장유통체제의 구축으로 신선한 닭고기가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제는 달라진 닭고기 생산 유통여건을 감안해, 기존의 군납제도를 손보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주문이다.
군납조합만이 농가의 이익을 위한 조직인 것처럼 착각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육계 생산농가의 80% 이상은 이미 일반 계열화업체와 계약에 의해 닭을 사육하여 계열화업체에 납품하고, 계열화업체들은 대부분 축산물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도계장에서 위생적이고 안전한 닭고기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물량을 군납조합을 통해서만 군납을 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계열화 사업체 등 일반업체들도 군납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다 공정하게 제도를 정비해서, 군부대에도 위생적이고 안전하며 신선한 닭고기가 공급되도록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단순 중량 중심에서 육질·중량을 동시에 고려한 품질, 위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도록 개선되어야 하며, 기존 농가와 기존 영세 도계장이 아닌 HACCP에 의한 위생적인 도계장 중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향후 한·EU FTA, 한·미 FTA 추진 등으로 계육산업은 농가의 시설현대화, 규모화와 가공공장의 시설현대화를 통한 품질과 생산성 향상이 지속되어야 계육산업의 생존이 가능하다.
계육협회의 한 관계자는 "농가와 가공업체 그리고 소비자가 윈윈(Win-Win)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는 품질이 좋은 닭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고 농가와 가공업체는 선의의 경쟁을 통한 품질과 생산성 향상으로 계육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군납제도의 조속한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