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계육, 가격결정구조 이대로 좋은가


소, 돼지, 닭 전 축종을 통털어 가장 빨리 계열화가 진행된 계육산업. 

  통상적으로 국내 계육산업은 85%정도 계열화가 진행돼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계육산업이 선진화돼 있는 구조에도 불구하고 가격구조의 전근대성을 벗지 못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계육산업의 가격 결정구조 무엇이 문제인가?


  #생계가격이 중심인 불안정한 가격구조

  현재 소나 돼지의 가격은 일일 경락시황을 통해 경매시세가 공개되고 있다. 

  전국의 도매시장에서 실시간 경매시황을 중계해 가격을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육계의 경우는 도매시장도 없을뿐더러 계열화가 85%이상 진행돼 있는 상태에서 경매가나 실거래가는 사실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육계가격은 전일 생계가격을 기준으로 한 산지 유통인의 실거래가로 시세가 결정되고 있다.

  하림의 한 관계자는 “계열화에서 빠져 있는 일부 사계농가와 일반 유통인에 의한 거래가격이 시세를 결정하고 있어 매우 소량에 해당하는 산지 유통량이 전체 생계 시세의 폭락과 폭등을 결정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타 축종의 경우 도매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은 물론 유통과 분배의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는 데 비해 육계는 산지 유통인들이 전일 바닥시세를 기준으로 결정된 생계시세를 중심으로 가격이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형석 마니커 회장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생계가격이 중심인 후진국형 가격구조를 가지고 있어 근본적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기준 가격을 도계육시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육계의 경우 개체수가 너무 많아 도매시장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기 어렵다면 악순환을 낳고 있는 현재의 유통구조라도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문용 하림 사장은 “현재의 구조에서는 시세가 높으면 계열주체가 높은 마진을 취하는 반면 대리점과 2차점의 마진은 축소되고, 시세가 낮으면 계열주체의 손실이 불가피한 반면 대리점과 2차점의 마진은 오히려 증가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계열화의 고도진행에 비해 유통구조는 낙후돼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가격조건 = {[(①생계시세+②60원)/③수율]+④제비용}*⑤중량
     ① 생계시세 : 산지 유통인의 전일 바닥시세를 기준으로 결정
     ② 60원 : 생계의 운송비로 농장의 거리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
     ③ 수율 : 생계 중량 1kg 1수를 도계했을 경우 도계 후 신선육의 중량
     ④ 제비용 : 도계비용+노무비+재료비+판관비+기타 제비용(생산원가)


  #도계육시세 전환, 순기능만 있나

  그러나 기준가격을 도계육시세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육계의 경우 사육기간이 짧고 전염병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가격이 요동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자칫 생산농가가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계육시세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한 양계인은 “도계육시세 중심으로 전환하면 계열업체의 사육비가 비교적 일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현장의 상황이 반영되기가 힘들다”며 “전일 생계시세를 기준으로 한 현재의 시세는 살아있는 시세라고 보면 도계육시세는 죽어있는 시세”라고 반박했다.

  일부이지만 사계를 사육하는 농가들에게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산업적으로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위한 도계육시세전환에는 공감하지만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일부라고는 하지만 사계농가들을 고려한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형성되고 있는 시세에 불만을 가지는 계열업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상도에서 사계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농가는 “경상도의 모 도계장은 순수도계비로 200원에 못 미치는 돈을 받는 곳도 있지만 계열업체 도계비는 일괄 350원으로 매우 높으며 수율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판매는 계육협회시세를 중심으로 하고 계약농장과의 정산은 양계협회시세로 하는 등 이중잣대를 이용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계열화만이 능사?

  미국의 경우는 100% 완전계열화가 추진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육계의 가격결정을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가능한 제품 수량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따라서 업계는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 우리나라의 가격결정도 이같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열화 발전 속도 만큼 유통구조도 현실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