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시대, 농업을 밸류업(Value-Up) 하라
④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제주 토종닭 ‘구엄닭’ 계승
방목 유정란으로 인기만점

전국 최초 재생에너지로 생산
‘RE100 달걀’도 선보이며
‘지구란’ 브랜드로 소비자 만나

2019년 홍콩 시작 수출 첫발
싱가포르 수출길 개척에 정성


제주도 서귀포시 중산간, 울창한 나무 사이로 닭들이 무리를 지어 자유롭게 뛰놀고 있다. 케이지에 갇혀 사는 일반적인 농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바깥 온도는 35도에 이르지만 이곳의 닭들은 그늘로 들어가 쉬기도 하고, 나무 사이사이를 뛰노는 모습은 마치 자연 속 야생을 보는 듯했다. 이곳은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대표 이욱기·애월아빠)에 달걀을 공급하는 한남제주재래닭농원이다.

가축 사육에도 동물복지가 확산되고 있다. 2005년 설립한 제주웰빙영농법인이 선두주자 중 한 곳이다. 이들은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동물복지 인증 달걀을 생산해왔으며, 최근에는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한 ‘RE100 달걀’ 생산·판매에도 성공했다. “닭을 건강하게 키우면 그 산물을 먹는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신념 아래 20년 동안 달걀 생산에 힘써온 제주웰빙영농법인을 찾았다.

▲건강한 달걀, 소비자 신뢰 얻다=제주웰빙영농법인은 흙을 밟고 자유롭게 뛰노는 환경에서 자란 닭이 낳은 유정란을 유통·판매한다. 현재 16개 농장(약 40만수)이 함께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 ‘구엄닭 방목 유정란’은 제주 토종닭 품종을 계승한 산물이다. 구엄닭은 제주 축산진흥원이 일제강점기 이후 사라진 토종닭을 복원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해 제주시 구엄리에서 대량 증식에 성공한 품종이다. 또 다른 브랜드 ‘애월아빠’는 동물복지 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이다. 현재 전체 생산량(일일 약 30만개)의 3분의 1가량이 동물복지 인증 계란이다.

닭들에게는 제주 제철 원재료와 80여 종의 유익균을 혼합한 EM(유용미생물) 발효사료가 공급된다. 이는 아플라톡신 등 위해 요소를 억제해 면역력을 높이고 계란 품질을 향상시킨다. 회사 내 농장 관리팀이 교육과 입추 관리 등을 통해 품질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이욱기 대표는 “제주 산기슭에 위치한 농장에서 건강한 사료를 먹고 자란 닭이 낳은 달걀이라는 점을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꼼꼼히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등 대형 유통망과 마켓컬리·자연드림·초록마을·신세계백화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들로부터 “비린내가 없고 신선하다”, “버터 맛이 난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자신 있게 승부할 수 있을 만큼 품질에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지구를 생각한 ‘RE100 달걀’=지난해 제주웰빙영농법인은 제주도와 협력해 전국 최초로 재생에너지만으로 생산한 ‘RE100 달걀’을 선보였다. 농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해 달걀을 생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동물복지 인증에 친환경 가치를 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당 제품은 제주도 내 하나로마트에서 ‘지구란’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이욱기 대표는 “제주도의 행정 방향과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맞아떨어지면서 RE100 달걀을 생산할 수 있었다. 지난해 녹색프리미엄 인증을 거쳐 RE100 인증까지 이어졌다. 녹색프리미엄 인증은 농장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전기)를 다시 사용하면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RE100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질소 저감 사료를 닭들에게 먹였다. 조단백 함량을 많이 줄이고 다른 성분을 보강했다. 생산량에 큰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 도전=제주웰빙영농법인의 동물복지 유정란은 해외시장에서도 주목받으며 수출로 이어졌다. 2019년 홍콩 수출로 첫 발을 내디뎠고 현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코로나19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여파로 잠시 중단됐지만 2023년 약 4톤(1만3000달러)의 신선란을 수출하며 재개에 성공했다. 아랍에미리트에도 같은 해(2019) 시범 수출(481㎏)이 이뤄졌다.

제주웰빙영농법인은 달걀의 신선함과 품질 유지를 위해 냉장 컨테이너로 저온 처리하는 등 세심하게 관리했다. 국내 조류인플루엔자 발생과 거리 문제 등으로 잠시 중단됐지만 동물복지에 관심이 높은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수출 길을 개척 중이다.

이욱기 대표는 “처음 수출했던 홍콩 현지 반응은 좋았지만 여러 여건상 신선란 수출은 현재 중단된 상태”라며 “앞으로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현재 노계는 베트남, 계란과자는 미국과 괌, 구운 계란은 괌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와 더 가까이=국내외 소비자들의 신뢰 속에 제주웰빙영농법인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22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80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300억원 달성을 전망하고 있다.

이욱기 대표는 앞으로 제주도 내 소비자 체험 공간을 조성하는 한편 제주도 외 지역에도 농장을 설립하는 등 소비자와의 거리를 더욱 좁히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2027년까지 제주 애월읍 인근에 4000평 규모의 체험장을 조성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닭, 달걀과 더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제주도가 아닌 지역에서도 제주웰빙영농법인의 농장 모델을 실현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 달걀을 맛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장ㅣ동물복지 실현 ‘한남제주재래닭농원’
“흙에서 뛰놀며 건강 유지···방사 사육의 가장 큰 강점”

크기 작고 산란율도 높지 않지만
계란 품질·닭고기 육질은 최고
가격 3~4배 높아도 판매 안정

자연 속에서 사람과 닭 어울리는
정원식 농장 구상···체험공간으로


“가축이 뛸 수 있으면 뛰게 하고, 날 수 있으면 날게 해주는 게 진짜 동물복지 아니냐.”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한남제주재래닭농원의 김성헌 대표는 양계장 운영 철학을 이렇게 강조했다. 7000평의 농장 부지 중 6000평을 닭 운동장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닭은 육계사에서 생후 3개월 정도 기른 뒤 성계사로 옮겨 무조건 방사한다. 어릴 때는 큰 개체의 공격을 받기 때문에 보호가 필요하지만, 이후에는 반드시 풀어놓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농장이 자리한 산 중턱의 지형적 특성과 성계사 내 풍성한 나무 덕에 닭들이 더위에 쉽게 지치지 않는다. 김 대표는 “그늘이 많아 닭들이 시원하게 지낸다. 흙에서 뛰놀며 건강을 유지하는 게 방사 사육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제주웰빙영농법인이 개발한 친환경 EM사료를 급여한다. 생균제와 굴껍데기, 마늘 발효액 등이 포함된다. 김 대표는 “사람이 영양제를 먹듯 닭에게 필요한 것을 보충해주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닭과 달걀의 크기가 작고 산란율도 약 40% 수준에 불과하지만, 계란 품질과 닭고기 육질만큼은 최고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제주도지사 인증을 받은 이 재래닭 달걀은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농장에서 함께 운영하는 식당도 재래닭 백숙을 먹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김 대표는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이 일반 달걀은 못 먹는데, 우리 달걀은 먹을 수 있다. 그만큼 이 달걀을 좋아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내며 “이 달걀은 비린내가 전혀 없고 단백하면서 고소하다”고 설명했다. 달걀 가격은 일반 달걀의 3~4배에 달하지만, 웰빙 열풍과 함께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다.

김 대표의 구상은 단순히 달걀 생산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닭과 함께 어울리는 공간으로, 농장을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다. 현재는 차근차근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단계다.

김성헌 대표는 “앞으로는 정원식 농장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와서 닭들이 노는 모습도 보고, 아이들은 알 줍기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농장이 단순히 생산지가 아니라, 동물복지와 생명 존중을 체험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끝>

<한국농어민신문 8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