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반영 못하는 가축재해보험 개편·조세 형평성 확보 '시급'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잦지만
실제 보상 사례는 기대에 못미쳐
실효성 신뢰성 부족 농가 가입률 저조

병아리 공급망 안정적 유지 위해
위탁부화업도 면세 적용해야


[농수축산신문=김신지 기자]

불리한 계약 조건, 증가하는 생산비 등으로 인해 육용종계·부화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육용종계·부화 산업은 양계업 초창기 국내 축산업의 기틀을 다지고 발전시키는 종자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육계 산업이 계열화되면서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외국으로부터 종계와 원종계가 수입되는 상황에서 닭고기마저 수입량이 크게 늘면서 올해 국내 닭고기 자급률은 80%선을 위협받고 있다.

이에 국내 육용종계·부화 산업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 산업 기반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 지속되는 소득감소, 버티지 못하는 농가들

국내 육용종계·부화 산업은 병아리 공급의 출발점이자 육계 산업의 기반을 형성하는 핵심 분야다. 그러나 최근 산업 전반의 불안정성과 외부 변수 확대, 특히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 증가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안전망이 미흡해 농가의 경영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현재 육용종계·부화 산업 원종계 4개 업체(삼화, 한국, 하림, 사조)에서 277농가에 종계를 공급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국내 육용종계장 비율은 육계농가 1486호의 약 19% 수준이며 부화장은 총 95개다. 지난 2월 기준 국내 육계 원종계는 17만9000마리였으며 종계는 지난 1월 기준 794만7000마리였다.

육용종계·부화 산업은 육계 산업의 핵심인 병아리를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업계는 종계·부화 농가와 계열회사 간의 납품 계약 구조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계열회사가 병아리 가격이 하락하면 계약기간을 무시한 조기 도태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농가들이 생산비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지속적인 소득감소, 고령화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이종웅 양계협회 차장은 “어려움을 겪던 육용종계·부화 농가들이 코로나19 시기 이후 동물복지 산란계 농가 등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육용종계·부화 농가들이 줄면서 종계 사육기반이 크게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 폭염, 폭설 등으로 인한 피해와 소모성 질병으로 인한 공급량 감소도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 축종별 특징에 맞는 가축재해보험 기준 필요해

현실과 맞지 않는 가축재해보험 보상 기준을 축종별, 산업별 특성을 살려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장치 중 하나인 가축재해보험은 폭우, 폭염, 폭설 등 자연재해와 화재, 질병 피해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 지원제도다. 국가 보조율 50% 이상, 농가 부담률 30~40% 수준으로 운영되지만 실효성과 신뢰성 부족으로 육용종계·부화 농가의 가입률은 낮은 편이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잦아 가입 농가는 늘었지만 실제 보상 사례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손 보상과 현실의 괴리다. 약관상 면책사유나 손해율 기준 미달로 보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는 폭염으로 폐사율이 5% 발생했지만 보상 기준인 15%를 넘지 못해 보상을 받지 못하기도 해 가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피해 평가 기준의 불명확성도 지적되고 있다. 양계협회는 현재 가축재해보험 기준은 농장 환경, 관리 수준, 축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전, 환기 장치 고장 등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어 대규모 피해에도 실질 보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복잡한 절차와 심사 지연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하다. 가축재해보험 보상은 사고 발생 시 피해 사진, 현장 확인 등 다단계 절차를 거쳐야 해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그 사이 피해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함대산 양계협회 종계부화위원회 청년정책소위원장은 “육용종계·부화 농가는 생산 초기 단계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지만 재해나 질병 발생 시 안정적인 보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보험 제도가 실질 피해를 반영하지 못하면 농가 경영 안정성은 물론 산업 전체의 공급 기반이 무너질 수 있어 보상 기준의 합리화, 절차 간소화, 소규모 농가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육용종계·부화 산업, 세금 문제 해결 시급해

국내 육용종계·부화 산업에서 위탁부화 과세 문제 또한 업계 경영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동일한 병아리 생산 활동임에도 부가가치세 부과 여부가 달라 조세 형평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현행 ‘부가가치세법’ 제12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부화업자가 종란을 부화해 병아리를 직접 생산·판매하는 경우 이를 농산물로 분류해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을 준다. 그러나 부화장이 다른 농가로부터 종란을 위탁받아 부화만 수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경우에는 ‘단순 용역’으로 간주돼 과세 대상이 된다.

이로 인해 위탁부화를 주력으로 하는 부화업체들은 동일한 농·축산 활동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면세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종웅 차장은 “직접 판매와 위탁부화 모두 병아리를 생산하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라며 “위탁부화를 단순 서비스로 보는 것은 축산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과세 여부에 따른 불이익은 경영 부담으로 직결된다. 현재 병아리 위탁부화료는 수년째 개당 부가가치세 포함 55~6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인건비, 전기·연료비, 설비 유지관리비 등 운영비용은 지속 상승하고 있어 영세한 부화장일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특히 전력 요금과 인건비 상승폭이 커진 최근 3년간 부화장 운영비 비중이 급격히 늘어 일부 업체는 사업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이에 육용종계·부화 업계에서는 조세 형평성 확보와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가가치세법 제12조 개정 또는 시행령 보완을 통해 축산농가의 면세 범위를 확대하고 시행령 제26조나 관련 고시 내 예외 규정을 마련해 위탁부화업을 농업 생산 위탁행위로 인정, 면세 적용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부화장 대표는 “위탁부화는 농업 생산 과정의 한 축으로 이를 과세 대상으로 두는 것은 산업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면세 적용 확대는 단순한 세금 감면이 아니라 병아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살처분 보상금 과세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 발생 시 살처분 명령은 법적 의무이며 이에 따른 보상금은 농가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수익이 아닌 공공 명령의 결과다. 하지만 현행 세법과 보험료 부과 체계상 이 보상금은 ‘기타소득’ 또는 농외수익으로 분류돼 과세 대상이 된다.

또한 보상금 수령액이 전년도 소득으로 잡히면서 지역 건강보험료 산정에도 반영돼 보험료가 인상되는 ‘이중 부담’이 발생한다. 실제로 일부 농가는 종합소득세와 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추가 비용으로 소진되는 상황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살처분에 대한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살처분 보상금은 피해 복구와 재입식 준비를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과세로 인해 실질적인 지원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 육용종계·부화 업계, 자조금 거출 의지 제고해야

육용종계·부화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육용종계 자조금을 거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저조한 거출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육용종계 의무 자조금 고지액은 2억9400만 원이었지만 실제로 납부된 자조금은 370만 원으로 3년 평균 약 1.3%의 거출율을 보였다. 특히 2022년에는 납부된 자조금이 전무한 수준으로 육용종계·부화 농가들의 낮은 거출 의지를 보여준다.

이에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와 양계협회는 자조금 납부 의무사항에 따라 납부 실적을 증가시키기 위해 납부액을 개별 고지하고 2022년 마리당 30원이던 납부액을 2023년부터 10원으로 낮추는 등의 노력을 통해 거출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지난 1월과 2월 자조금 거출율은 각각 30.9%, 33.4%를 기록했으며 지난달 기준 32.5%의 거출율을 유지하고 있다.

장관수 닭고기자조금 차장은 “육용종계·부화 농가들의 최종 산물은 병아리라고 볼 수 있지만 축산자조금 관련 법률에 따라 도계장을 통해서만 자조금 납부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면서 “자조금 거출율을 높이고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농가뿐만 아니라 도계장의 도움 또한 필요하다”고 전했다.

양계협회는 납부된 자조금을 바탕으로 △농가세제 지원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사업 △전문 CEO 교육 △선진지 견학 △수급조절을 위한 종란폐기사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농수축산신문 8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