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폭염, 피할 수 없다면 맞서라…환기·그늘·물 섭취 '필수'
젖소, 하루 150~200리터 물 섭취
돼지, 사료 급여 횟수 나눠야
닭·오리, 사육밀도 10~20% 줄여야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지난 6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이어진 폭염과 이후 장마에 이어 다시금 폭염이 지속되면서 가축폐사, 생산성 저하 등이 우려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기준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는 가금 50만6238마리, 돼지 1만9768마리 등 52만6006마리다. 또한 호우로 인해 폐사한 가축도 지난달 27일 기준 닭 145만9000마리, 오리 15만2000마리, 메추리 14만1000마리, 소 772마리, 돼지 975마리, 염소 230마리 등이며 꿀벌 6782군이 피해를 입었다.
장마 이후 전국적으로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날이 지속되자 정부와 유관기관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를 줄이기 위한 축종별 대응 요령을 발표하는 동시에 사양관리를 통해 가축의 생산성 저하 방지를 당부하고 있다.
장마 이후 폭염에 대응해 농가에서 각별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짚어봤다.
# 축종별 맞춤형 대응 필요
사람의 폭염 안전 5대 기본 수칙은 물과 바람·그늘, 휴식, 보냉장구, 응급조치로 가축에서도 이를 동일하게 적용하면 고온기 가축을 잘 관리할 수 있다.
여름철 고온 다습한 기후가 지속되면 가축의 체온 조절이 힘들어진다. 이는 사료 섭취량 감소와 성장 지연, 번식률 저하를 유발하고 심하면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고온기에는 가축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물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한우는 반추위에서 미생물에 의해 사료가 발효되며 열이 발생한다. 외부의 기온과 발효열로 인해 체온이 더욱 높아져 고온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이때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충분히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사료 섭취량이 줄지 않도록 급여 횟수를 늘리고 질 좋은 풀사료를 5cm 이하로 썰어 급여하는 등 소화 부담을 줄여야 한다. 사료는 더위가 덜한 아침과 저녁 시간대에 나눠 급여한다.
젖소는 체온이 상승하면 사료 섭취량이 줄고 유량이 감소하며 대사성 질병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농가에서는 하루에 150~200리터 정도의 물을 섭취하는 젖소가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또한 사료를 소량씩 자주 급여하면 사료 섭취량 감소를 줄일 수 있다. 소들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바닥은 부드럽고 건조하게 유지하며 축사 청결에도 신경써야 한다.
돼지는 땀샘이 발달하지 않았고 체내 지방층이 두꺼워 대사열을 체외로 방출하는 능력이 낮다. 같은 양의 사료라도 급여 횟수를 나눠 제공하면 섭취량을 10~15%까지 늘릴 수 있다. 사료조는 청결하게 유지하고 신선한 물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또한 생수병을 얼려 마개를 조금 열고 매달아 놓으면 등위로 점적관수가 돼 시원하게 할 수 있으며 얼음봉을 만들어 항문에 넣으면 일시적으로 체감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닭과 오리는 몸 전체가 깃털로 덮여 있고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고온에 매우 민감하다. 기온이 상승하면 사료 섭취량이 줄고 음수량은 급격히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가금류는 사료 섭취량보다 2배가량 많은 물을 마시지만 고온기에는 4~8배까지 증가한다. 사육 밀도를 10~20% 줄이면 체열로 인한 온도 상승 요인을 완화할 수 있어 고온 스트레스 예방이 도움에 된다.
말은 땀을 배출해 체온을 유지하는데 여름철 과도한 땀 배출은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 수분을 충분하게 공급하고 전해질을 보충해야 한다.
면역력이 약한 망아지가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면 세균과 곰팡이, 암모니아 가스 등 유해 요소로 인해 장염, 곰팡이성 피부염, 호흡기 질환 등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 폭염 발생 시 가축 환기 중요
폭염 발생 시 사람에게 바람과 그늘이 중요한 것처럼 가축에게도 환기가 중요하다.
개방형 축사인 우사도 환기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창돈사나 계사는 터널식 환기를 통해 신선한 공기가 순환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송풍 팬으로 우사 바닥의 깔짚을 건조시켜 뽀송뽀송한 상태를 만들어 준다. 투광재 설치 우사나 비닐하우스형 우사는 차광막을 설치해 고온 피해를 막아야 한다. 쿨링 패드를 설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축사 내 에어컨 설치 등을 들을 수 있으며 번식모돈은 환기 덕트에 연결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축사 내 안개분무장치나 스프링클러를 이용하면 열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지만 습도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 [전문가 제언] 유동조 축과원 기획조정과장
- 폭염피해 최소화…현장 기술지원·컨설팅 만전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정부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막론하고 ‘예측 가능한 위험은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생명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축산업 역시 이러한 방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축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먹거리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반복되는 폭염과 집중호우 속에서 축산 현장의 피해를 여러 차례 겪어왔다. 대응 기술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언제 준비할 것인가’다. 축산업은 더 이상 생산만을 위한 산업이 아니다. 기후위기와 복합재난의 시대에 생명을 지키고 식량 체계를 지탱하는 국가의 기반 산업으로 그 역할이 달라졌다.
여름철이 시작되고 무더위가 이어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뉴스가 있다. 바로 ‘가축 폐사’ 소식이다. 폭염으로 소, 돼지, 닭이 무더위를 견디지 못해 쓰러지는 일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그저 한두 마리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중순 2주 동안 전국에서 약 9만6000마리의 가축(대부분 가금류)이 폭염으로 폐사했다. 이후 7월 말까지 폐사는 총 21만6000마리에 이르렀고 전남 지역에서는 2만7000여 마리가 단 하루에 폐사하기도 했다. 또한 가축재해보험 신고 기준으로 보면 6월 11일부터 9월 3일 사이 폐사한 가축이 약 123만 마리에 달했다. 수치로는 실감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가축 한 마리의 폐사가 연간 수익 전체를 좌우할 만큼 타격이 크다.
재난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축산 현장도 폭염과 한파, 집중호우, 태풍, 전염병, 정전 등 다양한 기후·환경 재난을 매일같이 마주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집이 침수되듯 축사 역시 순식간에 물에 잠기고 정전이 발생하면 환기와 급수가 중단된다. 더위에 지친 가축은 사료도 먹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한 채 무기력해진다. 이렇게 한 가지 재난이 겹쳐지며 여러 위협이 동시에 닥치는 일이 흔하다. 축사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가축의 생명을 유지하는 ‘생명유지시설’이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다양한 기술과 정보를 바탕으로 가축 재해를 예방하고 현장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축사육기상정보시스템’을 통해 가축더위지수(THI)를 실시간 분석하고 위기 수준에 따라 경보 문자를 농가에 발송해 선제 대응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축종별로 고온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맞춤형 관리 요령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젖소는 하루 150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므로 깨끗한 음수 공급이 중요하고 돼지는 체열 방출 능력이 낮아 사료 급여 횟수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닭과 오리는 고온에 특히 민감해 사육 밀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축사의 구조와 기자재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송풍팬, 환기시설, 안개 분무기, 쿨링패드 등 냉방 설비의 작동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고 정전 사고에 대비한 무정전 전원장치(UPS)나 비상 발전기도 필수적인 요소다. 육계 농가에는 ‘에너지 부하 자가 진단 서비스’를 통해 축사 환기나 단열 상태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축과원은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을 찾는 기술지원과 컨설팅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도 혹서기를 맞아 고온기 축산 피해를 줄이기 위한 현장 기술지원과 함께 젖소 사양관리에 특화된 전문 강의 등 맞춤형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아울러 거세 한우의 고온기 스트레스 저감 기술, 인공지능 기반 모돈 분만 관리 시스템, 전력 사용 절감을 위한 송풍팬 설치 지원 등 다양한 기술도 지속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대응은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축산 현장에서의 작은 실천과 기술 활용이 가축의 생명과 농가의 일상을 지키는 힘이 된다. 농진청은 현장과 가까운 기술과 정보로 함께 준비해 나가고자 한다.
<농수축산신문 7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