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따라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
“보상금 산정 두고 갈등 우려
지자체 세부지침 마련 시급”
앞으로 축산계열화사업자의 가축전염병 방역 의무가 강화된다. 또한 계열사는 살처분 보상금도 계약사육농가와 나눠 받을 수 있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월2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가축전염병 예방법(가전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축산계열화사업은 계열사가 계약사육농가에 가축·사료 등 사육자재를 공급하고, 농가는 이를 바탕으로 사육한 가축을 계열사에 출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가전법’ 개정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5월 ‘가전법 제48조 제1항 제3호 단서’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기존 법은 가축 소유자가 계열사일 때 계약농가의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지방자치단체는 농가에만 살처분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헌재는 지난해 5월30일 “해당 조항은 가축의 소유자인 계열사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보상금을 계열사와 농가가 나눠 받을 수 있도록 입법 보완을 주문했다.
국회는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한편, 반복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금 계열사의 방역 의무를 높일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만들고자 ‘가전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법안은 7월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정부는 같은 달 22일 이를 공포했다.
개정안에 따라 가금 계열사는 2년마다 방역관리계획을 수립해 시장·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모든 계열사는 계약농가의 방역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개선 조치를 해야 한다. 농식품부 장관과 시장·도지사는 이행 여부를 점검해 이행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살처분·도태 보상금은 계열사와 농가가 협의해 나눠 받되, 협의가 불발되면 지자체 가축전염병피해보상협의회가 이를 조정한다. 방역 기준을 위반하면 계열사엔 최대 5000만원, 농가나 계열사가 소유·운영하는 관계시설 영업자에게는 최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보상금 수급권 규정은 공포 즉시, 나머지 조항은 2026년 1월23일부터 적용된다.
최정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계열화율이 높은 가금산업 특성상 계약농가에 대한 방역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법 개정에 따라 고병원성 AI 등 전염병 대응 체계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보상금 산정 기준인 축산물품질평가원 가격이 시세보다 낮다면 계열사와 계약농가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계열사·지역별 보상금 차이도 있어 지자체가 세부지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림 관계자는 “방역 책임과 보상금이 분담되면서 계열사가 계약농가에 방역활동을 더 독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관계자는 “현재 계열사와 농가는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생존 게임 중”이라며 “정부는 지자체·연구기관·제약사와 함께하는 통합 방역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신문 8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