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에서 육계를 사육하는 권성탁씨(56·순창읍)의 농장은 17일 내린 폭우로 모두 물에 잠겨버렸다. 8일령까지 자란 닭 3만8000여마리가 모두 물에 잠기면서 대부분 폐사됐다. 몇몇 살아남은 닭들도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다. 2215㎡ 규모의 농장 전체가 물에 잠긴 탓에 깔아뒀던 왕겨가 모두 물에 젖어 불어있고 닭 사체는 그 사이에 묻혀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권씨는 “위탁농이랑 병아리와 사료값을 모두 물어내야 하는데 그 비용만 2200여만원에 달한다”면서 “죽은 닭은 랜더링까지 해서 폐기해야 돼처리 및 복구비용만 1억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탄했다. 

가축이 폐사한 경우 환경오염 피해 우려가 있어 랜더링을 권장한다. 다만 지자체에 따라 지원금 지급 규모나 방역 세부 지침이 달라 농가 자부담 규모가 상이하다. 

순창 일대는 17일 오후 3시 무렵부터 침수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권씨 역시 농장에 들이차는 물을 퍼내는데 최선을 다했지만 종아리까지 차오르는 물을 막아내기란 불가능했다. 

권씨는 “18년째 육계농장을 운영하지만 이렇게 침수피해를 겪은 건 처음”이라며 “가축재해보험을 들어놨지만 폐사 처리비용이나 농장 복구 비용 등은 보장되지 않아 침수피해를 입은 농가가 책임져야 할 부담이 너무 커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남원 금지면에서는 포도 시설하우스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4000여㎡ 규모로 포도농사를 하는 신동일씨(49)는 “2중 하우스라 한창 수확 작업을 하던 중 물이 너무 들어차 몸을 피하기 바빴다”면서 긴급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신 씨는 “포도나무는 물을 많이 먹으면 열과가 나타나는데 지금 당장은 안 보여도 2~3일 뒤에 피해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안심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열과가 나오면 수확 과정에서 일일이 솎아내야 하기 때문에 품질 저하는 물론 노동력도 더 많이 소요된다.  

신씨는 “주말까지 비 예보가 이어져 물이 빠지자마자 급하게 수확작업을 다시 시작했다”면서  “아직 출하 전인 비가림농장들은 대부분 일요일부터 수확을 시작할 예정이었던 터라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진상욱 남원 춘향골농협 본부장은 “현재 구축된 용수로는 극한호우를 감당해낼 수가 없어 농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면서 “이제 바뀐 기후에 맞춰 용수로 재정비에 나서야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농민신문 7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