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장일근 대표
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 6월호 기사입니다.
병아리가 들어온 뒤 약 한 달이면 출하가 이뤄지는 육계는 깔짚을 재활용하지 않는 한 다른 축종에 비해 냄새 걱정이 덜한 편이다. 크로스와 터널식 환기 시스템을 접목한 최신식 무창계사에 생균제와 악취저감램프, 폐사축 처리기 등을 도입하고 주변 조경까지 신경을 써 냄새 없는 축산을 실천하고 있는 <유성> 장일근 대표를 만나봤다.
경북 상주와 의성에서 약 14만 마리의 육계를 키우고 있는 장일근 대표. 대구에서 사업을 하던 장 대표는 18년 전 의성으로 귀농해 지인 추천으로 육계를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임대 농장에서 5만 마리 정도 키웠습니다. 하지만 임대 농장에서 닭을 키우다 보니 시설이 열악해 문제가 되더라고요. 고민 끝에 2010년경 3만 마리 규모의 농장을 구입해 본격적으로 육계사업에 뛰어들었죠.”
이후 2015년 6만 마리 규모의 무창계사로 축사를 리모델링한 장 대표는 2020년 상주에 부지를 확보하고 8만 마리 규모의 육계농장을 추가로 지었다. 육계농장을 지으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환경이었다.
“사실 육계는 환기 관리만 잘하면 냄새 민원이 크게 없습니다. 출하할 때쯤이면 모를까 그전까지 계사 안에 들어가도 냄새가 심하지 않거든요. 다만 축산하는 사람은 모두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당하기에 남들보다 좀 더 신경 쓰고 있죠.”
실제 장 대표가 운영하는 농장의 경우 두 곳 모두 입구에 차단기를 설치하고 차량·대인 소독기를 뒀다. 또 농장 주위에 꽃과 나무를 심어 조경에도 특별히 공을 들이고 정리정돈에도 항상 신경을 쓴다. 냄새는 코보다 눈으로 먼저 맡는다는 얘기가 있어서다. 이 밖에도 농장 주위에 울타리를 쳐 먼지나 냄새가 밖으로 퍼져 나가는 것도 막았다.
매번 바닥 치우고 새 깔짚 사용
“축산냄새 대부분은 분뇨 때문입니다. 특히 닭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분뇨 냄새가 심해지고 연변을 쌀 수 있어요. 따라서 닭을 건강하게 키우고 깔짚을 항상 보송보송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죠.”
장 대표는 닭을 출하한 뒤 3일 안에 계분을 모두 반출하고 청소와 소독을 꼼꼼히 한다. 환기 후 계사 내부가 완전히 마르면 바닥에 깔짚을 10㎝ 정도 두께로 두껍게 깔아 바닥이 질어지지 않도록 하고 사료통과 급수기 등 집기를 다시 한 번 점검한 뒤 입식 준비를 마무리한다. 깔짚을 재활용하는 농가도 있지만 그는 매번 깔짚을 전부 거둬 내고 새로 깔아준다. 깔짚을 재활용할 경우 냄새가 날 수 있고 질병 감염 등의 우려가 있어서다.
“30일 키워 출하하는 육계는 병아리 입추 후 일주일 안에 승부가 납니다. 따라서 입추 후 일주일 동안 세심한 사양관리가 뒷받침돼야 하죠.”
닭을 건강하게 키우려면 병아리가 땅에 떨어진 후 최대한 빨리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적정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축사 내부 온도, 특히 깔짚의 온도가 중요하다. 깔짚의 온도가 낮으면 병아리를 풀어 놓아도 움직이지 않아 결국 사료와 물을 바로 먹을 수 없게 되고 이는 병아리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출하할 때까지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병아리의 상태나 사료 품질, 축사 위치, 외부 기온 등에 따라 축사 내 적정 온습도와 환기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닭을 키울 때마다 그 조건들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죠.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보니 기준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죠.”
특히 무창계사에서는 닭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모든 것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줘야 한다. 환기팬 하나도 그냥 틀었다 끄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있는 팬을 몇 분 간격으로 몇 초간 돌릴 것인지 정해야 한다.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는 만큼 농장주가 수시로 병아리 상태 등을 확인하면서 우리 농장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유성>의 경우 평상시엔 크로스 환기를, 더운 여름철엔 터널식 환기를 하고 있다.
병아리의 위와 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위와 장이 튼튼해야 영양분의 소화·흡수가 잘 돼 병아리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분변에서 냄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장 대표는 병아리 입추 후 출하할 때까지 사료에 생균제와 효모제를 섞어서 먹인다.
램프로 탈취·살균·제습·공기 정화 효과
“냄새 저감을 위해서는 환기 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환기만 잘 시켜도 냄새를 줄일 수 있거든요.”
보통 여름철엔 환기량을 늘려 축사 내부 공기를 밖으로 빼내고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계속 넣어주기 때문에 냄새 걱정이 덜하다. 하지만 겨울철엔 날이 춥다 보니 환기량을 무작정 늘려줄 수가 없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유성>에서는 재작년 경북도에서 추진한 깨끗한 축산환경지원사업으로 계사 내부에 악취저감램프 <안티러스>를 설치했다.
<안티러스>는 암모니아와 황화수소·아세트알데히드 등 악취 물질을 분해해 냄새 저감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대장균·황색포도상구균·코로나19 등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를 살멸시킨다. 또 탁월한 제습 능력으로 세균 번식을 원천 차단하고 공기 중의 질소산화물·유황산화물·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해 물질을 제거해 대기 정화 효과도 있다.
“축사 안에 한 번 설치해 놓으면 램프를 켜두는 것만으로도 축산냄새 제거와 살균, 습기 제거, 공기 정화 등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덕분에 냄새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의 번식을 막고 바닥도 보송보송하게 유지해 닭을 보다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죠.”
장 대표에 따르면 육계의 경우 병아리 땐 크게 냄새가 나지 않다가 25일령을 넘어서면 조금씩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그때 악취저감램프를 켜 놓으면 확실히 냄새가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환기량이 부족해 축사 내부에 암모니아 등 가스가 생기고 이로 인해 호흡기 질병 등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겨울철에 악취저감램프를 사용하면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축사 내부에 가스가 차면 냄새도 문제지만 닭의 질병발생률이 높아지고 육성률도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악취저감램프를 켜두면 냄새 제거뿐 아니라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 살멸에 공기 정화 효과까지 있어 질병을 예방하고 육성률을 높일 수 있다. 올해는 의성 농장에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폐사축, 고온·고압·스팀으로 멸균 처리
여기에 폐사축 처리기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폐사축은 소각이나 매몰 등의 방법을 이용해 처리한다. 하지만 매몰 처리를 하려 해도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고 침출수로 인해 토양이나 수질오염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소각 처리는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의 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연료소비율이 높아 농가에서 이용하기엔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그러다 보니 축산농가에선 폐사축을 퇴비장 등에 매립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폐사축이 부패하면서 악취가 많이 나는 데다 질병 전파나 환경오염의 우려도 있어 민원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장 대표는 10년 전부터 폐사축 처리기를 도입해 사용해 왔다.
폐사축 처리기는 고온·고압·스팀으로 가열해 멸균 처리하는 방식이다. 진공 상태에서 폐사한 가축을 처리하고 수분을 완전히 제거해 남은 부산물 처리도 수월하다. 특히 기존 처리 방법에 비해 환경친화적으로 폐사축을 처리할 수 있다. 매몰 처리에서 발생하는 침출수 문제나 소각 처리 시 발생하는 매연이 없고 처리 후 남은 부산물은 재활용도 가능하다.
장 대표는 “처리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하지 않고 환경오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 지속 가능한 축산업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가축을 키우는 농가에선 폐사축 처리기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악취저감램프나 생균제 등은 다 보조 수단일 뿐 냄새 없이 닭을 잘 키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라며 “환기 관리가 잘 되는 농장에서 악취저감램프나 생균제 등을 사용하면 효과가 200% 나타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농가에선 50%밖에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 장영내 | 사진 이민희
<농민신문 6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