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 전면 수입금지 나비효과는

산란계농가 입식시기 ‘불투명’ 
치킨업계 단기 수급불안 우려 
‘지역화’ 적용 여부 논의 재점화


브라질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최초로 발생하면서 우리 닭고기·달걀 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 브라질 가금류에 대한 ‘지역화’ 도입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세계 최대 닭고기 수출국서 고병원성 AI 첫 발생=우리 정부에 따르면 브라질 농축식품공급부가 15일(현지시각) 브라질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에 있는 종계농장에서 사육 중인 종계가 폐사한 것을 확인했다. 이후 정밀 검사한 결과 H5N1형 고병원성 AI로 최종 판정했다. 브라질에선 2023년 5월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적이 있지만 가금농가에서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닭고기 수출국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브라질은 닭고기 생산 2위, 수출 1위 국가다. 우리나라 역시 수입 닭고기의 대부분을 브라질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닭고기 수입량(18만4716t) 중 브라질산은 85.7%(15만8355t)에 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브라질산 종란·식용란·초생추(병아리)·가금육(닭고기)·가금생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국내 달걀 생산 차질 불가피=국내 가금류 생산자단체들은 당혹해했다. 달걀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정부는 4월10일 ‘지정검역물의 수입금지지역’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면서 브라질을 초생추·종란·식용란 수입허용지역에 포함했다. 지난해 미국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수입 대상국을 넓혀달라는 단체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브라질에서 발병하지 않았다면 5월 중순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고 6월 첫째주 브라질산 산란 원종계 1만마리가 국내로 최초 반입될 예정이었다는 게 단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원종계업체 관계자는 “수입하려던 산란 원종계는 국내 산란 종계의 65%가량을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었다”며 “도입길이 막히면서 산란계농가가 제때 입식을 하지 못하는 등 피해가 뒤따를 것 같다”고 전했다.

◆닭고기 수급 불안감 가중=일부 소비자와 언론은 치킨값 인상 가능성을 운운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도 원료육 자체 수급 주판알을 튕기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닭다리·닭날개 등 국내 소비자가 주로 선호하는 부분육은 국산 물량 수급이 어려워 브라질산으로 대체해왔다”며 난감해했다.

정부는 소비자가 걱정하는 것만큼 치킨값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으로 일축했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은 대부분 국산 닭고기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브라질산 닭고기를 수입하는 업체들 역시 두달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을 이미 비축해 두고 있어 소비자 우려만큼 물가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 수급 불안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농식품부 검역정책과 관계자는 “브라질 내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마지막으로 발생한 날부터 28일간 추가 발생이 없고 브라질 정부가 안전성을 입증하면 한국 정부의 평가를 거쳐 수입이 재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브라질 내 고병원성 AI 추가 발생이 없더라도 최소 한달간은 수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다.

◆브라질 대상 ‘지역화’ 도입 논란 재점화=브라질에 고병원성 AI ‘지역화’ 개념을 적용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도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지역화란 가축질병·병해충 등의 발생 범위를 국가가 아닌 지역 개념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대한산란계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싱가포르·홍콩 등에 달걀을 수출할 때 AI 비발생지역에서 수출하는 방식으로 지역화를 적용받고 있다”며 “브라질처럼 면적이 넓은 국가에 지역화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판단이고, 향후 국가간 무역에서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양계협회를 주축으로 하는 가금생산자단체협의회는 브라질에 지역화 개념을 적용해선 안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국산 닭고기 자급률과 국내 육계농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브라질에 대한 지역화 적용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민감한 주제인 만큼 정부는 브라질 지역화 문제에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신문 5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