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지난 동절기 가금분야에서 40여건 넘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육계에서는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사업장별로 마련해 운용 중인 자율방역프로그램과 계열단위에서의 지역 담당관제, 그리고 육계농장에서도 철저하게 방역조치를 이행해 준 덕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호석 ㈜하림 대표이사의 말이다.

지난 3월 26일 ㈜하림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 사장에 재선임된 정호석 대표이사가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3년간의 임기와 재선임 후 앞으로의 ㈜하림이 추진해 나갈 사업방향에 대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 대표이사는 지난 2022년 이후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매출 1조 클럽’을 넘어 ‘매출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한편, 계열사와 계약농가의 노력으로 지난 동절기 단 한건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방역태세로 비발생 상황을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1조 클럽을 넘어 2조 클럽으로
‘믿고 먹는 식품 공급’ 원칙…국내 닭고기 소비량  확대 노력

이날 정호석 대표이사는 3년 전 대표이사 취임 때를 회상하며 “당시 ‘식품의 최고 가치는 신선함에 있다는 하림의 식품 철학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시장과 고객지향적 사고로 무장해 닭고기 명가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져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3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고, 돌이켜보면 현장 중심으로 많은 활동을 했다.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율은 5.7%가량, 식품업은 4.3%가량인데 반해 가금업은 1%를 하회하고 있다”며 가금산업이 가진 열악한 수익구조를 언급하면서 “이처럼 낮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에 매진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싶다. 향후 3년은 우리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힘을 쓰고 싶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그간 8000억원대에 머물던 매출이 2021년 1조원 초반, 이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1조2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대로 올라서면서 ‘1조 클럽’에 안착하는 성과를 나타냈다”며 “여기서 머물지 않고 단일기업으로 2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2조클럽’ 입성을 위한 핵심 과제로 국내외 닭고기 소비시장을 넓혀 나가겠다는 것인데, 우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닭고기 소비량 32.5kg에 비해 우리나라는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16kg이라는 점에서 국내 닭고기 소비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 

“‘고객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공급한다’는 하림의 목표와 이를 철칙으로 여기면서 일하는 임직원들의 자부심, 그리고 소비자들로부터 ‘역시! 하림’으로 인정받는 회사로 지속 발전시켜 닭고기 소비를 넓혀 나간다”는 게 정호석 대표이사의 구상이었다.

평범해 보이는 정공법, 그러나
하림만의 특별한 기술, 도계 과정부터 가공제품 생산까지 이어져

평범해 보이는 그의 말은, 그러나 식품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면서 정공법으로 시장을 넓혀 나가겠다는 것이어서 오히려 주목된다. 하림만의 특별한 기술이 도계 과정에서부터 이를 원료로 한 가공제품 생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료육(생닭)이 생산되는 도계과정의 첫 관문.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살(전기충격)방식이 아니라 가스-스터닝(Gas Stunning)방식이 적용된다. 이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도계 전 닭을 잠들게 하는 것인데, 이후 방혈과정에서 모세혈관 안에 있는 혈액까지 깔끔하게 배출시킬 수 있어 닭고기의 신선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이어 탕적·탈모과정을 거친 닭은 스티뮬레이션(Stimulation)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도계 중인 닭에 전기 자극을 줘 경직된 근육을 풀어준다. 닭고기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과정이라는 게 하림 관계자의 설명. 

이어 41℃가량 되는 닭고기의 육심온도(내부온도)를 2℃까지 낮추는 과정이 이어지는데 이때도 얼음물이 아닌 차가운 공기를 이용한다. 에어-칠링(Air Chilling)이라는 방식으로 공기냉각방식인데, 하림에서는 도계과정에 있는 닭이 최장 7km가량 설치된 레일을 따라 200분가량 찬바람을 쐬는 과정을 거치면서 박테리아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온도인 2℃까지 육심온도를 낮추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 일반적으로 육심온도를 낮추는 데는 차가운 얼음물에 담그는 방식(워터 칠링:Water Chilling)이 사용된다. 하지만 차가운 물에 담구는 방식으로 육심온도를 낮추게 되면 닭고기가 물을 먹게 되고, 또 만일에 오염이 있을 경우에는 다른 닭고기로의 교차오염도 있을 수 있다”면서 “하림이 육심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에어-칠링을 적용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HACCP에서 권고하는 15℃보다 훨씬 낮은 8℃로 작업장 온도를 유지하고, 최종 포장이 끝난 닭고기를 다시 40분가량 영하 25℃ 냉각터널을 통과시켜 재차 신선도를 제고하는 과정을 또 거친다. 겹겹이 닭고기의 신선도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수출 확대도 자신
닭가슴살 삼계탕·뼈 없는 삼계탕 등 ‘현지 입맛 공략’ 신제품 개발 계획

삼계탕 수출도 눈에 띈다. 지난 2020~2024년 사이 수출물량이 34.3%나 신장했기 때문. 하림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삼계탕 전체 수출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6.0%의 신장율을 보였다. 이에 반해 하림이 만든 삼계탕 수출은 동일기간 34.3% 이상 늘었고, 전체 국내산 삼계탕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28.3%에서 2024년 40.5%로 커졌다.

특히 북미시장의 경우 2020년 52억원이던 수출액이 2024년 70억원으로 18억원 가까이 늘었고, 삼계탕 수입 허용을 요청한지 27년만에 유럽연합과 영국 수출길이 열리면서 지난해 이들 신규시장에서만 3억원 가까운 수출액을 달성했다

이에 하림은 해외시장 공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 하에 기존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파우치 삼계탕 이외에도 닭가슴살 삼계탕·뼈 없는 삼계탕 등의 신제품을 개발해 현지인들의 입맛을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림 관계자는 “닭을 물에 삶아 만드는 일반 파우치형 삼계탕과는 달리 하림은 당일 도계한 닭을 사용해 닭은 별도로 자숙(찜)을 하고 육수를 따로 만들어 함께 포장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면서 “이어 영하 35℃로 급랭한 후 냉동상태로 제품이 유통되는데, 일반 상온에서 유통되는 다른 제품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영하 35℃로 급랭하는 방식은 김홍국 회장께서 빙하기에 냉동된 메머드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뼈 속 혈액이 확인됐다는 점에 착안해 급속냉동기술이 장시간 신선도와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보고 기술개발에 착수했던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하림에서는 지난 1999년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획득한 바 있고, 이 기술을 적용해 삼계탕을 만들어 오면서 지금까지 차별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0’
계열농장 철저한 방역관리로 성과…긴장 늦추지 않고 방역 고삐

지난 동절기. 하림 계약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단 한건도 없었다. 농장을 비롯해 부화장 등 축산 사업장에 대한 차단방역 매뉴얼을 제작·배포하고 담당관을 지정해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계열주체로서의 노력에 더해 계약농장에서도 철저한 차단방역이 이행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하림이 2024/2025년 동절기에 대비해 마련한 방역관리계획서에 따르면 우선 외부로부터 농장 내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농장을 출입하는 외부인원에 대한 방역교육에 더해 방역복과 소독제 등의 방역물품을 지급하는 한편, 농장내부 동선까지 지정해 관리했다.

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특별방역기간에는 2주 1회 이상·발생 시에는 주 1회 이상 계약 농장의 차단방역에 대한 자체평가점검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직원 간에도 발생동향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계약농가를 대상으로 위험정보와 방역수칙 등을 전달하는 등 강화된 방역조치를 이행해 왔다.

정호석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겨울철새를 통해 국내로 유입된 바이러스가 농장에서 사육중인 닭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농장을 방문하는 차량에 대해 방역복과 소독약 지급 등 방역물품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사업장별로 자율방역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했고, 지역 담당관을 통해 주 1회 이상 이행실적을 점검하며 계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호석 대표이사는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전국 23개 시·도에서 40여건 넘게 발생했고, 이러한 상황이 2020년 이후부터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하림에서는 정부의 핵심 방역지침을 철저히 이행하게 하는 것을 기본으로, 또 추가로 농장 내부 작업자의 이동 동선 관리를 통해 교차오염의 위험성을 줄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농가에서도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가짐과 언제든 바이러스가 농장 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철저한 차단방역에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정호석 대표이사는 사회공헌사업에 대해서도 “초등 장학생 도서 시상·청소년 문화탐방·나는 요리사 경연대회 등의 프로그램 운영하고 있고, 환경 보호 및 생태계 보존 피오봉사단 운영에 더해 생물다양성 보존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전북지방환경청·국립공원공단과 ESG활동 협력을 체결하고 식수조림이나 외래식물 제거 등의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범축산업계가 동참하고 있는 나눔축산운동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역할을 하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국농어민신문 4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