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차단 성공이 축산업 지속성 보장…농가 자율방역 '강조'

[농수축산신문=홍정민·안희경·박현렬·김신지 기자]

최근 일본에선 훗카이도 육용 닭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고 우리나라도 전북 군산 만경강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지난달 9일 고병원성 AI(H5N3형)가 확인돼 위기 경보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이에 방역당국은 전국 가금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주기 단축, 방사 사육금지 명령 등 강화된 방역조치를 시행 중이다.

가축전염병 특별방역대책이 지난달부터 내년 2월까지 추진되는 가운데 고병원성 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럼피스킨(LSD), 구제역 등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선 농가 자율방역 등 차단방역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 고병원성 AI 세계적으로 H5N1형 주로 발생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은 지난 9월 30일 홋카이도에서 시료 채취한 야생조류(매) 폐사체가 지난달 8일 고병원성 AI(H5N1형)로 확진됐다. 이어 지난달 8일 시료 채취한 야생조류(오리류) 분변도 지난달 15일 H5N1형으로 확진됐다.

이와 함께 지난달 17일 일본 홋카이도의 육용 닭 약 1만9000마리 사육농장에서 올해 동절기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160여 종에 달하는데 전체 발생 건수 중 약 85%를 ‘H5N1형’이 차지하는 가운데 해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고병원성 AI가 겨울철에 동시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일본과 겨울 철새의 도래 경로가 비슷해 올 겨울철 국내 가금농장에서도 고병원성 AI의 유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일본은 2022년 야생조류(9.25.), 가금농장(10.28.), 지난해는 야생조류(10.4.), 가금농장(11.24.)에서 첫 발생했고 우리나라는 2022년 야생조류(10.10.), 가금농장 (10.17.), 지난해는 야생조류(11.27.), 가금농장(12.3.)에서 각각 첫 발생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텍사스 지역에서 젖소의 고병원성 AI H5N1형 감염 사실이 처음 보고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14개 주, 338개 젖소 농가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확인됐고 감염된 소는 심한 유방염과 함께 유량 감소를 보이고 있어 경제적인 손실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의 경우 방목보다는 축사 내에서만 키우는 특성상 철새로 인한 고병원성 AI 감염은 쉽지 않은 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8년부터 매년 돼지, 개, 고양이 등 포유동물에서 조류에서 유래된 바이러스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그 대상에 젖소를 포함한 소와 염소도 추가됐다. 또한 국내에서 고병원성 AI H5N1형이 발생했던 경기·충남·전북·전남 지역에서 집유된 원유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경기지역의 한 수의사는 “우리나라 사육 특성상 고병원성 AI의 감염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젖소끼리 전염이 된다는 것은 다른 포유류나 사람에게 전염될 위헙성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업계 종사자들은 반드시 장화, 방역복 등 개인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럼피스킨, 춘천‧당진‧예산‧서산 ‘심각’ 단계

럼피스킨도 최근 의심증상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한우 128마리 사육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럼피스킨 양성이 확인됐다. 같은날 충남 당진시에 위치한 한우 8마리 사육농장에서도 피부결절 등 의심증상 신고에 따른 정밀검사 결과 럼피스킨 양성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강원도 인제와 인접한 양구‧춘천‧홍천‧양양‧속초‧고성을 비롯해 충남 당진과 인접한 아산‧예산‧서산 소재 소 농장‧도축장‧사료공장 등 축산관계시설 종사자와 차량에 대해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24시간, 48시간 각각 발령되는가 하면 소 농장과 주변 도로를 집중 소독하는 한편, 위기 경보 ‘주의’ 단계인 4개 시‧군(춘천‧당진‧예산‧서산)에 대해선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됐다.

# ASF, 차단방역·야생멧돼지 폐사체 수색·포획 점검

강원 화천군 양돈농가에서 지난달 13일 ASF가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은 방역 추진 실태와 확산 방지를 위한 차단방역 대책, 야생멧돼지의 폐사체 수색과 포획 등 방역관리 상황을 점검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지난달 21일 강원특별자치도청을 방문해 행정부지사를 면담하고 ASF와 럼피스킨 차단방역 관리상황을 점검한 후 방역 현안에 대해 논의했고 야생멧돼지 2차 울타리와 춘천시 소재 양돈농장으로 이동해 멧돼지 차단방역 실태와 농장의 차단방역시설 운영실태 등 현장을 점검했다.

강원지역은 시기적으로 가을 영농‧수확철로 멧돼지 먹이활동이 활발해지고 등산객이 증가하는 등 오염 기회가 많아 추가 발생의 우려가 있는 만큼 멧돼지 폐사체 수색과 포획 강화, 농장 점검과 예찰 강화, 농장과 주변 집중 소독, 농가 방역 수칙 준수 등 강도 높은 방역관리 필요성이 강조됐다.

# 가금농장 차단방역 강화

방역당국은 고병원성 AI 예방을 위해 가금농장의 차단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을 경유해 유입될 수 있는 야생조류에 대응하기 위해 부산, 경남 지역 등의 철새도래지에 대한 야생조류 예찰을 확대하고 철새도래지 주변 도로와 인근 농가에 대한 소독을 강화한다.

최정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가금 농장은 고병원성 AI 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해 농장 내부로 출입하는 차량·사람 등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축사 출입 전 손 소독과 장화 갈아신기, 축사 내·외부 매일 청소 등 가금농장 차단방역 수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가금농장에서 사육하는 닭·오리 등이 폐사 증가, 산란율 저하 등 주요 증상 뿐만 아니라 사료섭취 저하, 침울, 졸음, 호흡기 증상, 녹변(녹색 설사) 등 고병원성 AI 의심 증상을 발견하는 경우 신속하게 가축방역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럼피스킨 확산 방지를 위해 관계기관과 지자체가 임신말기 소와 송아지 등 접종 유예 개체에 대해 적기에 백신을 접종하고 매개곤충 방제 등 방역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소 농가에선 럼피스킨 매개곤충에 대한 방제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 농가 자율방역 중요성 강조돼

이런 가운데 국가적인 방역비상상황에서 차단방역의 성공이 축산산업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초석이라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에선 가축 질병을 유발하는 매개원을 전부 없애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농가의 자율방역이 질병 차단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종현 친환경컨설팅방역부장은 “최근 가축질병 발생 동향은 질병 확산경로가 복잡하다는 것인데 특히 기후변화와 환경적 요인에 따라 야생조류 분변에서 지난해보다 6주가량 빠르게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계속 남하하는 등 방역 조치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수록 농가와 축산 관련 종사자 스스로 가축 질병 예방을 위해 방역수칙 준수와 차단 방역, 농장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이어 “자율방역을 철저히 할 경우 가축 질병 초기 진압을 통한 지역 확산을 막을 수 있고 질병 확산 방지를 통해 농가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자율방역을 통해 지속가능한 축산업과 건강한 가축사육에 기여할 수 있고 축산업의 안정적인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도도 높아져 국내 축산물의 소비가치도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신창섭 서울대 수의대 총동창회장은 “특별방역기간에 차단방역의 효과를 높이는 기본활동은 농장의 동물이동과 흐름에 있어서 외부와 내부가 교차하는 출하대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건조, 소독하는 것”이라며 “또한 출하대를 밟는 장화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하고 가장 좋은 것은 출하 작업자와 내부 작업자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지만 국내 여건상 쉽지 않기 때문에 장화만이라도 출하대 전용으로 별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우업계는 럼피스킨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며 상시 방역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농가단위의 자율방역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우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가단위의 방역 교육을 통해 방역의식을 고취시키는 한편 ‘내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차단방역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며 “농가모임을 자제하고 농장소독과 함께 상시적으로 가축의 건강상태를 살피며 질병을 막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금 생산자단체에서도 매년 발생하는 AI를 예방하기 위해 농가 소독, 장화 교체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닥에 깔짚을 깔아 사육하는 육계농가는 계사마다 다른 장화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율방역을 실천하고 있다.

전라도의 한 육계농가는 “육계를 사육하는 약 28일 동안 바깥출입 자체를 지양하고 있다”며 “집에 들어가지 않고 계사 옆 숙식공간을 마련해 생활하며 계사마다 다른 장화를 두고 닭을 키워 바이러스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 회장은 “산란계농가들은 바닥에 물기가 없어 고무로 된 장화보다 일회용 장화를 사용해 바로 버리는 형태로 방역에 힘쓰고 있다”며 “당일에 사용한 장화와 방역복은 다시 사용하지 않고 폐기하도록 하며 밖에서 신는 운동화와 농장 안에서 신는 운동화를 철저히 구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수축산신문 10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