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지역화’ 인정 여부가 논란이다. 지역화란 가축질병과 병해충 등의 발생 범위를 ‘국가’가 아닌 ‘지역’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즉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지역에서 생산된 닭고기는 수입이 중지되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계속 우리나라로 수출이 가능하게 된다.
지난해 5월 브라질 정부가 가금육에 대한 지역화를 인정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후 우리 정부는 가축위생실태 현지조사와 수입위험평가 등의 절차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안에 수입위생조건 개정 등을 통해 지역화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가금생산자단체협의회는 4일 성명을 통해 “브라질산 가금육에 대한 고병원성 AI 지역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강력히 대처할 것을 천명했다. 이미 지역화를 적용받고 있는 미국·영국·유럽연합(EU)의 경우 해외 의존도가 높은 종란과 초생추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가금육만 수입하는 브라질의 지역화는 국내 가금산업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브라질산 가금육의 지역화를 빌미로 다른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지역화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닭고기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수입 냉동 닭고기의 85% 이상이 브라질산이다. 이미 국가간 무역장벽이 허물어진 세계 무역시장에서 상대국의 요구를 마냥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은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한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내 자급체계 육성은 더욱 중요하다. 특히 브라질 정부 요청 이후 1년이 넘도록 조사·검토 과정을 거치면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관련 농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 없이 8월30일에야 관련 자문회의를 개최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지 않아도 생산비 급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가의 애절한 목소리에 이제라도 진지하게 귀 기울일 때다.
<농민신문 9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