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사용 업계엔 타격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고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27년간 공들인 국내산 닭고기업계 노력이 값싼 수입산 가공품에 밀려 빛을 바랠까 걱정입니다.”

국내산 닭고기업계가 수입산을 원료로 한 닭고기 가공제품에 유럽시장 지분을 내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육계업계의 공조와 노력 속에 27년 만에 삼계탕 등 열처리 닭고기제품에 대한 유럽시장 수출<본보 5월 14일자 10면 등 참조>이란 성과를 이뤄냈지만, 값싼 수입산을 써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수입닭고기 가공제품도 유럽 시장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닭고기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입산을 활용한 닭고기 가공제품이 프랑스로 수출됐고, 다른 국가로도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삼계탕 수출 이후 인지도를 높여 치킨 등 국내산 닭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제품을 유럽에 내보내려던 국내산 닭고기 업계엔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산 닭고기업체들의 경우 삼계탕을 먼저 수출한 뒤 인지도를 쌓아 가을께 다른 국내산 닭고기 가공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수입산을 활용한 닭고기 가공제품이 16일 프랑스로 수출됐고, 다른 국가로도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우리는 시설을 개선, 확충하고 농장과 도계장 현장 실사 등 유럽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고 우리의 노력에 대한 열매를 수입산 가공업체가 받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품 뒷면 원재료에 한국산이 아니다라고는 쓰여 있지만 앞면엔 한국 프라이드 치킨이란 영문 표기와 함께 COREE(한국의 프랑스 단어)라는 말까지 들어가 있다”며 “유럽인들은 한국 제품에다 가격까지 저렴한 수입산을 쓴 제품을 찾게 돼 가격 경쟁력과 선점 효과에서 밀리는 국내산 닭고기 가공제품은 설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 속에 국내산을 주로 활용하는 업체 중 수입산을 재료로 해 수출할지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도 알려졌다. 더욱이 국내산보다 낮았던 수입산 닭고기 원재료 가는 3년째 이어진 할당관세로 인해 보다 더 저렴해졌다.

국내산을 주 활용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수입 닭고기 가격이 더 낮아졌고, 유럽 시장에서 이미 수입산 닭고기 가공제품이 진입한 가운데 우리도 확정은 짓지 않았지만 수입산 활용에 대해 내부 검토는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수입산 닭고기 가공제품의 유럽 시장 진출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 농업인의 소득을 증대하고 국내산 닭고기업계의 발전에도 도움을 주는 측면에서 국내산 가공제품 위주의 수출이 진행되는 것도 일리가 있지만, 다른 면에서 볼 땐 파이를 더 키울 수도 있다”며 “밀가루도 대부분 수입하지만 이를 케이푸드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수출에 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케이푸드를 알리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어민신문 8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