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업 발전전략] (2) 축산업이 나아갈 길 1인당 육류소비량 쌀보다 많아 단백질 공급원…국민건강 기여 악취 제거 등 청정축산 필수로 사료값 올라 경영비 크게 상승 경제적인 제품 개발·보급 시급 저단백사료 온실가스 감축 효과 전염병 막고 생산성 향상 위해 자동화시스템 갖춘 농장 도입 시설현대화 인프라 구축 추진
축산업은 우리나라 농업·농촌 경제를 지탱하는 대표 산업이다. 축산물은 꾸준히 소비가 증가해 국민 식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3대 육류(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소비량은 2000년 32.9㎏에서 2022년 59.8㎏으로 1.8배 증가했다. 지난해 추정치는 60.6㎏으로 사상 처음으로 60㎏을 넘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33년에는 65.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국민의 육류 소비량은 이미 2022년 쌀 소비량(56.7㎏)을 넘어섰다. 바야흐로 고기가 주식이 된 육식국가로 발돋움한 것이다.
고기가 주식이 된 육식국가
이처럼 국내 축산업은 생산성 향상과 농장 대규모화 등으로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또 국민의 영양 공급, 연관 산업의 성장, 농업소득 향상 등 국민 경제에 기여해왔다.
이같이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현재 국내 축산업은 난관에 부닥쳤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비롯해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악성 가축전염병이 확산하고, 국제 곡물가 상승, 축산농가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면서다. 또한 축산 냄새 발생, 수질오염, 토양의 양분과잉 등 환경문제는 축산업 성장을 제약하는 동시에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가 국제적인 이슈로 부상하고, ‘2050 탄소중립(Net-zero·넷제로)’을 위한 국내 축산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구체화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학계·산업계·축산농가를 포함한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축산업 관통 키워드는 높은 사료값
최근 축산업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사료가격 인상’과 ‘환경부담 저감사료’다. 배합사료의 제조원가에서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7%로 높고,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사료값은 항상 국제 곡물값, 환율, 해상운임 등에 좌우된다.
특히 사료비는 축산물 생산비에서 50% 이상을 차지해 사료값 인상은 농가경영비를 상승시키고,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료 원료가격이 올라갔고, 바이오에탄올 수요 증가와 고금리 경제 상황 같은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축산업계에도 지속가능한 사료사업을 펼치기 위한 전략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우선 경제적인 사료 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단미사료 연구가 필요하다. 첫째, 배합사료를 경제적으로 생산하려면 영양소 요구량에 맞는 배합비가 제공돼야 한다. 최적의 배합비를 도출하는 데 축종과 사료 원료에 따른 데이터 제공은 필수적이다. 둘째, 경제적 사료의 생산성 검증을 위해 에너지·영양소 소화율에 대한 전환계수를 측정해 정밀 영양 데이터를 도출해내야 한다. 셋째, 성장단계별 최적의 경제 사료 배합을 위한 사양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경제적인 사료 개발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축산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축분뇨 등에 환경 규제가 강화돼 사료업계에는 새로운 기술 개발 요구가 밀려드는 실정이다.
그간 사료업계는 고영양 사료를 개발하는 데 과열 경쟁을 펼쳐 온실가스와 축산 냄새를 저감하는 방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속가능한 축산으로 전환하려면 이같은 문제를 출발점으로 삼고 개선해나가야 한다.
대표적 대안에 저단백사료가 있다. 업계에선 사료 내 단백질 함량이 1% 감소하면 가축분뇨가 퇴비화되는 부숙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고, 축산 냄새의 원인물질인 암모니아가스를 최대 1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비싼 단백질 원료도 사용이 줄어 배합사료 1㎏당 3∼4원의 사료값이 절감돼 축산농가의 생산비 감축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저탄소 축산업 활성화 필요
사료 개선과 함께 축산농가의 참여와 저탄소 축산업 활성화도 필요하다. 축산농가는 사양단계에서부터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켜야 하기 때문에 탄소 섭취량을 줄이고 영양소의 체내 이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선 저탄소사료 급여와 함께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를 낮출 수 있는 첨가제를 개발해야 한다. 첨가제는 효소제·해조류 등 유해가스를 유발하는 효소를 차단할 수 있는 물질이 돼야 한다.
축산농가의 생산성은 유지하되 유해가스 발생은 줄일 수 있도록 목표를 잡고, 저탄소사료와 첨가제를 사용하는 농가에는 축산물 인증제를 발급해 소비자로부터 보다 높은 가격으로 보상받도록 판로를 열어주는 등 다양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절실하다. 한국 축산식품이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려면 품질과 안전성을 끌어올리고 국제 표준을 준수해야 한다. 정부의 무역 지원과 업계의 국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 양돈농가의 생산비가 급등했지만 돼지고기 경락값은 상대적으로 하락세를 보여 농가들이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 낮은 관세로 외국산 축산물이 무분별하게 수입되면서 국내 축산업의 기반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소비자 요구에 맞춘 안전하고 품질 좋은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선 농가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국내 축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 축산업 경쟁력을 증대하려면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하는 셈이다.
가축질병 극복·스마트축사 지원 시급
마지막으로 축산업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ASF, 구제역, 고병원성 AI 등 악성 가축전염병이다. 이를 타개할 체계적인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 정부는 방역체계를 강화하고, 농가에 교육·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또 가축전염병 관리뿐만 아니라 농가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축사시설 현대화와 스마트축사 도입도 필요하다. 자동화 시스템이 포함된 스마트축사로 생상성 향상에 필수적인 효율적 사양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사시설 현대화사업과 같은 인프라 구축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축산물 유통구조를 손보기 위한 제도적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축산업 지원을 통해 환경·복지·자연·사회까지 모두 담아내는 사회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친환경적인 사료 제공과 위생적이고 안전한 사육환경으로 21세기형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인호 한국축산학회장·단국대학교 동물자원학과 교수
<농민신문 8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