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동행’ 나눔축산운동
<8>상주 육계농장 ‘부성스마트팜’

8년 여 부모 설득 끝 시설 신축
2.5세대 스마트팜 기술 적용
데이터 기반 솔루션 도출 든든

닭들에 생균제 먹여 일석이조
안개분무시설 등으로 냄새 잡아


9만수 규모의 육계농장을 사실상 한 명이 관리하고 있는 곳이 있어 주목된다. 2.5세대 스마트팜 장비를 농장에 접목하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농장이 준공된 것도 2019년 8월. 지자체로부터 축사 신축 허가를 받는 것도 어렵지만 설사 허가가 나더라도 민원 때문에 신축은 어려웠던 시기. 어떻게 가능했을까?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가 주관하고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나눔축산운동본부가 후원한 ‘제6회 청정축산환경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부성스마트팜 이재훈 대표를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육계사 신축비용만 30억 훌쩍 
2019년 8월 준공 후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부성스마트팜은 상주시 청리면 원장리 일원의 논 한가운데 신규로 준공된 육계농장이다. 4425㎡ 면적에 육계사 3개동으로 9만수가량의 육계를 한 번에 입식할 수 있는 규모이며, 이를 통해 연간 63만~65만수 가량의 육계를 생산할 수 있다.

이재훈 대표는 “부친께서 30년 전 육계농장을 시작하셔서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농장일을 도우면서 성장을 해왔다”며 “대학시절에는 부모님과 농장을 공동으로 경영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배웠고, 이 과정에서 새로 사육시설을 신축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8년가량을 설득한 끝에 지금의 부성스마트팜을 신축하게 됐다”고 했다.

사업계획서를 만든 후 8년가량의 설득기간이 있었다는 것인데, 그도 그럴 것이 농장건축비만도 30억원이 훌쩍 넘게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많은 비용을 들여 육계농장을 지었을까? 

이유는 이랬다. 우선 인건비. 이 대표는 “이렇게 한번 지으면 20~30년은 사육이 가능한데 이정도 규모면 최소한 2명 이상은 고용하는 게 통상적”이라면서 “2명 인건비와 숙식비 등을 합치면 최소 한 달에 600만원, 20년으로만 따져도 14억원이 넘는다는,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는 계산이었다”고. 

그래서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이 되더라도 1인 체제로 운영이 가능한 농장을 지어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고 최종 2018년 1월 사업에 착수했다. 그는 부성스마트팜에 대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2.5세대 스마트팜 기술이 적용된 농장으로 사료자동급이기·음수자동급이기·전자동 계사환경관리기·사료빈 관리기·계사음수관리기·개체체중계·자동열교환기·CCTV 등이 설치돼 있고, 여기에서 산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솔루션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사실상 대표인 저 혼자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학박사로 강단에 서기도
“‘이렇게 자금을 많이 들였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라는 우려의 말씀도 많이 들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했었다”는 이재훈 대표가 이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만의 특별한 이력도 한 몫 했다.

2003년 상주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축산전공 농학석사를 취득한 후 농협중앙회 축산업허가제 강사를 맡아 일했고, 이후 2016년 경북대학교 축산전공 농학박사학위 취득 후에는 2019년부터 경북도립대학교 축산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이재훈 대표는 “경험으로 가축을 키우는 시대는 지났다는 생각을 가지고 대학원에 입학을 했고, 대학원 공부 과정에서 많은 논문과 보고서 등을 읽으면서 스마트팜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었다”면서 “특히 축산업허가제 강사로 활동하면서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농가들에게 표준모델로 보여줄 시설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게 됐다. 이런 내용들을 담아 만든 것이 현재의 부성스마트팜 사업계획서였다”고.

2014년 농림부장관 표창·2015년 경북도지사표창·2017년 대통령 표창·2022년 농촌진흥청장 표창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농학박사 학위 취득과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부모님께서도 성실함을 인정해주셨고, 농장 신축을 허락하셔서 현재의 부성스마트팜이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차 집진, 2차 집진…악취 차단
축산업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민원 중 단연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바로 냄새나 악취와 관련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축사를 신축하는 것은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성스마트팜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가로부터 충분한 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었다. 농장이 생기면 악취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공사차량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길을 막기도 했었다”고 말하는 이재훈 대표다. 
 

부성스마트팜 준공 후에도 민원은 이어졌었다. 농장 앞 농로는 지역 주민들이 산책을 많이 하는 길인데, 그날따라 난 악취가 새로 들어선 육계농장에서 나는 것이라고 민원을 제기했던 것 같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 

이 대표는 이에 대해 “3건의 민원이 접수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시청에서 단속을 나온다고 해서 ‘오시라’고 했다. 방역상 육계를 사육 중인 상황이었다면 어려울 수도 있었겠지만 민원이 제기된 당시는 재입식을 위해 농장 내부가 비워져 있던 상황이었고, 그래서 문을 활짝 열어서 보여드렸다”며 “그 상황을 보고 시청 공무원들도 ‘우리도 민원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단속을 나와야 하니 이해해 달라’며 돌아갔다”고. 

그는 “냄새의 근원은 습도조절이다. 첫째는 바닥의 습도를 얼마나 잘 잡아주느냐에 따라 암모니아 가스 발생 유무가 결정이 되고, 둘째로는 먼지를 얼마나 집진을 하느냐에 따라 외부로 배출되는 공기의 질이 결정된다”며 “부성스마트팜은 최첨단 시설 설비와 함께 지자체에서 보급해주는 미생물을 활용해 생균제를 배양하고 이를 닭들에게 먹이고 있다. 이를 통해 닭의 건강도 챙기고 사람에게 해로운 암모니아 가스도 잡는 1석2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농장 외부로 빠져나오는 환기구 아래에는 물을 놓아두면서 1차 집진을, 또 축사 외부 벽에 안개분무시설을 설치해 2차로 집진과 냄새 저감을 하고 있었다. 

◇깨끗한 농장 가꾸기에 온 힘
“큰 금액은 아니지만 지난 코로나 시기 때 지역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한 사랑의 생필품 세트 기탁 행사가 있었는데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업체를 수소문해 필요 물량을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기탁한 적도 있었고, 또 지역 고등학교에 적은 금액이지만 매년 발전기금을 기부하면서 학생들의 학업 증진에도 미약한 힘을 보태고 있다”는 이재훈 대표. 

그는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더 노력해 육계 산업에 이바지하고 싶다. 또한 점점 변해가는 이상기온으로 육계 사육이 힘들어지고 있는데 닭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항온·항습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앞으로 개발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장비를 좀 더 보강해 완벽한 스마트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장 신축 당시에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있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지역 주민을 실망시키는 그런 일은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악취 발생을 없애는 한편, 농장 주변에는 나무를 심고 화단도 만들어 육계농장이라기보다는 아름답고 깨끗한 공간을 만들자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깨끗한 농장 가꾸기에도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한국농어민신문 8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