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반기에도 지속 적용” 
올 농식품부 소관 품목 71개 
못걷는 관세 1조원 육박할듯 
소비자물가 하락 유인은 시시 
대상 물량·수준 등 결정 앞서 
다각적 영향 분석체계 마련을

수년째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수입 농산물에 대한 정부의 할당관세 적용 조치도 계속되고 있다. 매해 수천억원의 국세 수입이 감소하고 농업 생산기반이 잠식되는 문제를 외면한 채 할당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남은 기간에도 수입 농산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할당관세는 ‘관세법’에 따라 원활한 물자 수급이나 국내 가격 안정이 필요한 때 한시적으로 관세를 40%포인트까지 가감하는 제도다. 정부는 2022년부터 농식품 물가를 잡는다면서 할당관세 카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효과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무엇보다 할당관세 효과에 대한 정부의 환류 체계가 빈약하다. 기획재정부는 ‘관세법’에 따라 매해 할당관세 부과 실적과 결과를 국회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 보고하는데,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을 통해 추산한 할당관세 세수지원액과 주요 할당관세 품목이 물가에 끼친 영향 정도만 제출된다.

그동안 기재부가 국회 기재위에 제출한 ‘할당관세 부과 실적 및 결과 보고’에 따르면 할당관세에 따른 관세지원액은 2020년 3742억원에서 2022년 1조969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38개 품목에 대한 관세지원액이 5661억8000만원(전체의 28.7%)에 달했다. 관세지원액은 할당관세 조치로 걷지 못한 관세 규모를 뜻한다. 지난해는 46개 농식품부 소관 품목에서 3397억2000만원(전체의 31.6%)의 관세지원액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는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농식품부 소관 품목이 71개(7월1일 기준)로 늘어나면서 관세지원액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가뜩이나 세수 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매해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국세 수입이 할당관세 조치로 감소하는 셈인데, 물가에 끼치는 영향은 기대치에 상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닭고기에 대한 992억원 규모의 할당관세 조치는 소비자물가를 0.18% 낮추는 데 그쳤다. 돼지고기에 대한 347억원 규모의 할당관세 조치도 소비자물가를 0.68% 낮추는 효과만 거뒀다.

더욱이 정부는 국산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를 적용한다면서 이 조치가 국산 농산물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분석조차 하지 않는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농식품부·해양수산부 등이 협의를 거쳐 할당관세 품목과 물량을 정한다”면서도 “국내 생산에 미치는 다각적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측면은 있다”고 밝혔다.

할당관세가 국민 후생보다 일부 수입업체 배를 불리는 데 활용된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바나나 등을 수입하는 ‘돌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0배 늘어난 배경에 할당관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농식품부 등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여야 의원들은 “최근 3년간 할당관세로 수입업체가 특수를 누렸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서울 가락시장 수입 과일 경매사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올 하반기의 경우 수입업체가 지난해 상황을 생각하고 수입 물량을 늘렸다가 올해 국산 과일 수급이 안정되면서 적잖은 손실을 보는 실정이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40%포인트까지 관세를 깎아주는 할당관세 조치에 수입 농산물 시장 참여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시장이 들썩이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할당관세 품목과 물량을 설정하기에 앞서 다각적 영향 분석이 수행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관세 인하가 실제 수입 가격과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연관된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한 사후적 실증평가를 거친 뒤 할당관세 적용 물량과 수준을 결정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신문 7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