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육계농장 ‘최율농장’
규모는 30% 줄였는데 수익은 30% 올랐다? 경제 법칙으로는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이런 일이 ‘동물복지’를 지렛대로 삼은 육계 현장에선 벌어지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육계농가는 158개 농장에 이른다. 한우 10개, 돼지 25개 농장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알 수 있듯 타 축종 대비 농가 수는 월등히 적은 육계농가의 동물복지 인증 농가 수는 오히려 많다. 계열화가 정착된 육계분야에선 계열화업체들이 동물복지를 농가에 유도하며 수익을 보전해 주고 있고, 상대적으로 다른 축산물 대비 동물복지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도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2일 동물복지 전후 변화된 삶을 살고 있는 전북 익산의 육계농장을 찾았다. 
 
5년 전 ‘8만수’ 육계 시작…2021년 동물복지 전환 후 5만3000수로 줄여
최찬도(64)·김미정(60) 부부와 아들 최율(31) 씨가 함께 전북 익산시 춘포면에서 5만3000수 규모의 육계를 키우는 최율농장은 2년 7개월 전 동물복지 전환 뒤 수익 창출과 생산성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최율농장의 최찬도 대표는 15년 전 오리를 키우며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그 후 5년 전 육계로 축종을 전환한 뒤 2021년 11월엔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도 받았다. 

최찬도 대표는 “5년 전 육계를 시작하며 2동(3360㎡)에 8만수를 키워오다, 2021년 11월 동물복지로 전환하면서 5만3000수로 사육 규모를 줄였다. 오리에서 육계로 전환하면서 동물복지를 할 수 있는 시설로 개축했고, 동물복지가 수익적인 면에서 더 낫다는 주변의 조언도 있어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닭 활동성·건강 개선…인센티브 등 통해 마릿수 줄었지만 수익은 확대
동물복지 농장이 된 뒤 많은 변화가 일었다. 무엇보다 가축 관리가 수월해졌고, 수익도 향상됐다. 최 대표는 “동물복지로 바꾸고 나서 닭의 활동성이 좋아지며 닭이 잘 컸다. 약품도 최소화하고 있는데 되레 폐사나 질병은 그전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출하일령도 1~2일 당겨져 그만큼 사료비도 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수익적인 면이 크게 향상됐다. 8만수를 키울 땐 연간 2억2000만원의 조수익을 냈다면 동물복지로 전환하고선 3억원 정도의 조수익이 나고 있다”며 “사육 마릿수가 감소했지만, 동물복지 전환 후 계열화업체가 입추나 출하 시 인센티브를 주며 HACCP·무항생제 인센티브도 별도 지급하는 등의 영향으로 대략 30%의 사육 규모를 줄였는데 수익은 30% 더 향상됐다”고 밝혔다. 

수익 향상은 환경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최 대표는 “육계는 바닥에 깔짚을 까는데 깔짚 비용도 많이 올라 예전엔 재사용을 했지만 수익이 나아지면서 병아리를 받을 때마다 매번 깔짚을 깔아준다”며 “이런 효과도 닭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농장 자동화·실시간 영상 확인…스마트 관리로 운영 효율 극대화
최율농장은 스마트 시스템도 자랑한다. 스마트한 시설은 가족들만으로도 축사를 운영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의류사업을 하다 아버지 최찬도 대표가 육계업으로 전환한 뒤 함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율 대표는 “스마트 프로그램으로 사료 급이나 급수 등의 시간을 자동 조절할 수 있고 점등 소등에서부터 이산화탄소 제어 등도 다 자동으로 이뤄진다. 특히 언제든 스마트폰으로 농장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농장 상태 점검을 수시로 어디에서든 할 수 있다”며 “의류업 대비 육계업의 장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시간적 여유로움이 커진 것도 큰 장점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자동 관리가 되기에 우리는 결함이 있는지, 폐사된 닭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역할이 주다. 어머니가 (회계 등의) 관리를 도와주고 있고 사육은 저와 아버지 둘이 담당하는데, 현재 2동 규모에서 앞으로 3동 규모까지 늘려도 가족만으로 충분히 양계장 운영이 가능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육계농가의 입장에서 현재 닭고기산업의 주 이슈인 할당관세와 치킨 가격 인상에 대해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축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정책들이 나와주길 기대하고 있다.

농장 대표의 아내이자 어머니인 김미정 씨는 “모든 게 올랐다는 핑계로 치킨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데, 현재 산지와 육계업체에서의 닭고기 공급 가격을 보면 거품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수입 물량의 경우 우리가 막을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정부가 인위적으로 늘려선 안 된다”며 “정부가 멀리 내다보는 육계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찬도 대표는 “아직 축산농장 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다. 이런 곳에 시설 현대화가 진행되면 축산업에 대한 가치는 더 커질 것으로 정부에서 이에 대한 관심을 뒀으면 한다”며 “무엇보다 우리 아들처럼 젊은이들이 축산업에 많이 유입될 수 있는 청년농 유입·육성 정책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국농어민신문 6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