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체인과 스위치에 주목하라”
국내 최대 닭고기업체이자 종합식품기업인 하림을 3년째 이끌고 있는 정호석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2일 전북 익산 하림 본사에서 미디어데이를 겸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정호석 대표이사는 닭고기산업의 현주소에 ‘콜드체인’과 ‘스위치’란 두 단어를 대입했다. 닭고기 등 신선식품의 ‘저온유통체계’를 말하는 ‘콜드체인’과 관련해선 물가당국에 물가 인상의 주요인이 생산~소비 과정 중 어느 분야에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 그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당부에 활용했다. ‘교체하다’, ‘바꾸다’라는 의미의 ‘스위치’는 할당관세로 저품질의 수입산을 쓰던 프랜차이즈 업체가 수입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냉정한 판단과 외면 속에 다시 국내산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현상을 알려주는 데 사용했다.
‘콜드체인’서 물가 인상 요인 찾을 수 있어…생산~소비 과정 꼼꼼히 살펴야
정호석 대표이사는 “극도의 소비 침체 속에 닭고기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고 육계업체들도 상당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떨어진 닭고기 가격이 실제 소비자 가격에 반영이 됐는지를 보면 그렇지 않다”며 “이것은 농가 문제인가, 기업(육계업체)의 문제인가, 아니면 외식·판매 업체의 문제인가. 그 답은 콜드체인 과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이사는 “건강검진을 해 어디가 나쁜지 보고 이 부분을 치유하는 것처럼 물가 인상의 본질을 해결하려면 콜드체인 과정을 제대로 들여다본 뒤 어디에서 인상 요인이 있는지 살펴봐 물가당국에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할당관세로 수입산 쓰다 저품질 문제로 국내산 ‘스위치’…국내 산업 육성 힘써야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수입 닭고기 할당관세와 관련한 문제도 지적했다.
정 대표이사는 “할당관세를 하면 그만큼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 줘야 하는데 이 역시 그렇지 않다. 최근 수입 닭고기를 쓴 치킨 가격을 재차 올린 유명 프랜차이즈업체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며 “세금이 낭비되면서도 소비자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 할당관세는 결국 몇몇 프랜차이즈업체들만 배불리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하림에 납품을 요청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등 할당관세로 수입육을 쓰던 업체들이 다시 국내산으로 스위치하고 있다. 수입 닭고기를 먹어보면 냄새를 안 나게 하려고 짜게 만들고 인위적인 양념도 가미하는데 소비자들이 이를 알고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 위주인 할당관세보단 여기에 투입되는 세금을 국내산 닭고기산업 육성과 가격 안정화란 선순환 구조에 적용한다면 대한민국 닭고기 경쟁력 향상과 가격 안정화 모두를 도모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SG 경영 내실화·동물복지 확대 계획…EU 국가 삼계탕 수출, 새로운 성장 기회
ESG 경영과 동물복지 및 수출 시장 확대 등 닭고기산업의 미래가 될 그림도 보여줬다.
정 대표이사는 “하림은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ESG 경영의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지속 가능한 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2020년부턴 전체 임직원이 참여하는 ESG-TFT(태스크포스 팀)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1년엔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최근엔 ESG 전담조직인 지속경영팀을 신설하는 등 ESG 경영 내실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한국 ESG기준원 평가에서 종합등급 A를 획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물복지와 관련해선 정 대표이사는 “현재 하림에선 동물복지 농가가 85 농가로 57%를 점유하고 있다. 2028년까지 100 농가로 확충할 계획이며 동물복지 수요 증가에 따라 조기 달성 및 목표 상향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첫 수출이 진행된 EU 삼계탕 수출 등에 대해선 “삼계탕 수출 실적은 연평균 1.2% 성장하고 있고, EU 국가의 삼계탕 수출은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는 지난 5월 5000만 달러 수출을 시작으로 하반기 독일, 프랑스, 체코,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5억5000만달러 수출 계약을 추진하고 있고, 2027년엔 25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다양한 한인 채널과 현지 유통 채널 입점을 통해 유럽 시장 수출 확대를 주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기업군으로 분류되는 하림은 대기업 중 이례적으로 서울 등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관심은 크지 않다.
이와 관련 정 대표이사는 “대기업이란 이유로 지원에선 배제된 채 규제 위주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대기업이 지역에 둥지를 틀면 지역 인력 채용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는데 이런 부분이 간과돼 아쉽다”고 전했다.
2년 전 하림 역사상 최초로 직원 출신 수장이 된 정호석 대표이사는 끝으로 “좀 더 빠르고 다양하게 시장에 다가가겠다. 시장 변화에 공격적으로 대응하며 혁신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겠다”며 “가금산업 1등 기업이란 자부심과 사명감을 지니며 업계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하림은 12~13일 진행된 전문지 기자단 초청 미디어데이에서 선진화된 하림 시스템 견학, 농가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하림은 워터칠링(수분 흡수로 닭고기 풍미 훼손 및 교차 오염 발생 증가)이 아닌 에어칠링(수분 흡수를 원천 차단해 맛과 풍미 보존 및 교차 오염 차단) 등 하림만의 차별화된 기술과 지난해 계약 농가 평균 조수익 2억5900만원 달성 등 농가와의 상생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농어민신문 6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