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술 적용·개량·최고급 한우 생산…농가수익·생산성 '모두 잡아'
사료가격·가축분뇨·가축질병 등
축산업 전방위적 '위기'

개량 통해 생산량 증가
ICT 장비 도입으로 계사 관리
최고급 한우로 부가가치 높여
위기를 기회로 돈버는 농가 눈길



최근 축산은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사료가격, 가축분뇨, 악취 등 환경문제, 가축질병 발생 등으로 인해 축산이 전방위적인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도전 정신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손꼽히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앞서 적용하는가 하면 최고급 한우 생산으로 승부를 보거나 개량으로 돈을 버는 등 위기를 기회로 돈 버는 다양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사례1] 경기 포천 노곡목장, ‘개량’ 끈질긴 집념으로 구제역을 이겨내다

“개량이 왜 중요하냐고요? 개량을 하면 궁극적으로 농가가 돈을 벌기 때문입니다. 개량을 통해 생산량이 증가되고 좋은 우군의 비율이 높아지면 농가의 수익이 늘어납니다. 이를 통해 목장을 운영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점점 늘어가는 생산비와 줄어드는 원유 소비량, 농가들의 고령화 등으로 힘들어하는 낙농가들에게 개량은 필수 덕목 중 하나다. 그 중 젖소는 목장주의 가치관과 목표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개량에 대한 공부가 더욱 중요하다.

농가들이 개량을 인식하기 전부터 수십 배 비싼 돈을 들여 정액을 사 지속적인 개량을 진행 중인 선구자 있다. 2010년 목장의 소들이 구제역에 걸려 140마리의 소들을 살처분 해야 했던 현실에서 개량에 대한 끈기와 의지 하나로 목장을 다시 일군 경기 포천의 최명회 노곡목장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 구제역으로 무너진 목장, 개량으로 뛰어넘어

그는 1997년 목장을 시작해 먼저 앞서 나가는 농가들을 뛰어넘기 위한 방법으로 개량을 선택하며 그 당시 1000~2000원에 구입해 사용하던 정액 대신 수십 배 비싼 정액으로 우량 우군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군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노곡목장 앞에 구제역이라는 시련이 왔다. 이로 인해 140마리의 우량 우군을 살처분해야 했다.

최 대표는 2010년 구제역으로 인해 목장의 소들을 살처분하던 때를 생각하며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살처분을 하고 난 뒤 고능력우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제역에 걸리기 전까지는 빚이라는 게 없었는데 이후 5억 원이라는 큰 빚을 떠안게 됐다”고 전했다.

구제역에 걸리기 1년 전 4297.5㎡(1300평) 규모의 우사를 새로 지으며 8억5000만 원의 거금을 투자했던 최 대표. 착유를 할 수 있는 젖소가 없어 빚을 갚지 못 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최 대표는 “힘들어도 개량을 포기한 적은 없다”면서 “이웃 농가들의 도움과 개량에 대한 의지로 목장을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멀리 내다보는 눈,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법

최 대표의 개량 의지는 포천개량동호회의 창설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2003년 국내 최초로 일본 북해도에서 교육을 받은 후 개량동호회의 필요성을 느끼며 포천개량동호회를 만들었다. 이후 그는 지역개량동호회 활성화 방안을 만들고 전국의 지역 소규모 개량동호회 창설에 이바지하며 개량의 중요성을 알렸다.

현재 최 대표는 포천개량동호회 고문으로서 낙농 2세들과 소통하며 개량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농가들이 돈을 벌어 목장을 운영하기 위해선 생산량과 강건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개량을 통해 생산성을 늘리고 산차를 오래 유지하면 생산비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곡목장을 운영한지 3년 만에 1350리터의 쿼터로 시작, 생산하던 1800리터의 원유 중 500리터를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쿼터를 구입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그는 “그 당시에 주변 사람들은 없어질 수도 있는 쿼터를 돈 주고 사지 말라며 말렸다”며 “이에 굴하지 않고 리터당 3만6000원을 주고 500리터를 구매했고 이후 리터당 10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바로 앞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바라보며 살았던 최 대표는 결국 한 발짝 앞서 나가는 선도 농가로 우뚝 서며 이제는 ‘낙농지도자’로서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

 
[사례2] 충남 서산 고북농장, 18년 경력 이제는 ICT 고수

충남 서산의 고북농장은 2006년 재래식 계사로 육계농장을 시작해 2012년 6월, 계사를 허물고 ICT를 접목한 스마트 축사를 신설해 올해로 12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온도·습도·환기(정압) 관리와 자동 급이·급수, 안개분무, 체중관리까지 모든 것들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보균 고북농장 대표는 안정적인 농장 관리를 위해 ICT 시설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전 재래식 계사를 운영할 당시에는 이 대표와 부인이 모두 출근해 축사를 관리해야 했지만 스마트 축사로 바꾼 뒤 혼자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6만3000마리의 규모를 사육 중인 고북농장은 모든 것이 핸드폰 하나면 통제가 가능해 공간과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 원하는 등급의 육계를 출하하고 출하 시점을 예측하기 위해 지속적인 무게 측정이 필요한데 ICT 장비 도입으로 이를 해결하며 효율적인 농장 관리가 가능해졌다.

이 대표는 이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농장을 운영 중인데 출하와 입추가 바로바로 이뤄진다. 고북농장은 현재 자동적으로 육계의 체중을 측정해 출하 날짜를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사료빈에 저울을 설치, 실시간 사료섭취량 또한 데이터로 변환된다.

이 대표는 “병아리가 축사에 들어오면 무게를 측정해 출하 날짜를 예측할 수 있으며 처음 입추되는 병아리 무게에 따라 1~2일 정도 차이가 난다”며 “이를 활용해 출하가 끝난 뒤 바로 입추가 가능하도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 평균 연간회전수 7.7회전

2012년 약 10억 원이라는 금액을 투자해 스마트 축사를 지을 때 반대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 대표의 지인들은 멀쩡한 축사를 부수고 큰 금액을 들여 다시 짓는 것을 아까워했다.

하지만 그는 반대를 무릅쓰고 대부분의 금액을 대출받아 새로운 축사를 지었고 현재는 그 결정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이유는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재래식 계사를 운영할 당시 평균 연간회전수는 6.2회전이었지만 현재 평균 연간회전수는 7.7회전으로 1.5회전이나 늘어났다. 스마트 축사를 운영하며 모든 데이터가 저장돼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 축사를 처음 운영할 때는 대부분 7회전이었는데 최근에는 거의 8회전 가까이 된다”면서 “최근 5년 동안 8회전 3번과 7회전 2번을 기록해 생산량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사례3] 전남 영암 푸른농장, 위기에도 돈되는 최고급 한우

지난해 연말 개최된 ‘제26회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전남 영암의 서승민 푸른농장 대표의 수상축은 도체중 647kg, 등심단면적 171㎠, 1++A의 성적으로 kg당 14만 원, 총 9058만 원에 낙찰됐다.

1억 원에 육박하는 낙찰가에 대한민국 한우농가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한우 전국도매가격 평균 kg당 1만5000원으로 폭락한 지금 한우산업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도축마릿수는 97만3000마리로 예측,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통계청 한우 비육우 마리당 생산비는 2022년 기준 1033만7000원으로 한우 마리당 평균 도매가격을 현재의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750만 원으로 소를 1마리 출하할 때마다 농가 빚이 289만 원 씩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우 100마리를 키우는 농가의 경우 1년 사이 빚이 1억5000만 원씩 쌓인다는 한우협회의 설명도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때문에 최고급 한우로 부가가치를 내는 농가들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천하제일사료가 조사한 거세우 등급별 출하대금 비교를 살펴보면 No.9 등급의 경우 지난해보다 오히려 수익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거세우 1+등급 평균 출하대금은 860만 원으로 No.9 1117만 원과 257만 원 차이가 났지만 올해 1월부터 2월까지의 경우 264만 원 차이가 나 No.9이 불황속에서 더욱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등심단면적이 클수록 No.9 출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등심단면적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천하제일사료가 지난해 단풍미인 한우 1644마리 출하우 중 1++등급 1057마리를 분석한 결과 등심단면적이 클수록 No.9 출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같은 등급이라도 등심단면적이 클수록 경매가격이 높았다는 것이다. 천하제일사료가 지난해 6월 22일 출하한 No.9 두 마리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등심단면적이 큰 한우가 kg당 경매가격에서 약 4000원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2일 전남에서 만난 한 한우농가는 “최근 소 6마리를 출하했는데 등심단면적에 따라 같은 No.9이어도 kg당 경매가격이 6000원에서 1만 원까지 차이가 났다”며 “한우 가격이 하락하면서 고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고급 한우의 수익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별인터뷰] 이정익 과연미트 대표

“불황이라고 하지만 소 8마리 한 차를 출하하면서 마리당 평균 1100만 원을 받는 농가가 있습니다. 엘리트 농가들은 마리당 1200만 원을 받기도 합니다. 불황에도 돈을 버는 농가는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최근 3년간 출품 한우를 최다 낙찰하면서 한우업계 거상으로 불리고 있는 이정익 과연미트 대표는 농협음성축산물 공판장 거래실적으로도 손가락 안에 드는 중도매인이다. 매년 매출액이 400억 원을 넘기고 있는 과연미트는 지난해에만 음성공판장에서 7300마리의 한우를 거래했다.

“2022년 매출액이 420억 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한우 가격이 떨어졌어도 매출액은 비슷했습니다. 올해는 1만 마리 이상의 한우를 구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우 가격이 떨어지고 한우산업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지만 좋은 한우는 가격을 제대로 받고, 그 한우를 출하한 농가는 돈을 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대표는 좋은 소는 무조건 등급만 잘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규격에 맞는 소여야 한다고 말했다.

“도체중이 600kg인 소와 500kg인 소가 똑같이 등심면적이 150㎠라고 한다면 어떤 소를 도매인들이 선호하겠습니까. 도체중만 무겁다고 해서 상인들에게 좋은 소는 아닙니다. 등심단면적, 근내지방도, 지육률을 총체적으로 보는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때문에 이 대표는 한우에 있어서도 보다 명확한 기준과 규격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시장에서 일본 화우와 우리나라 한우가 경쟁을 하면 우리 한우의 가장 높은 등급이 화우 최고 아래 등급에도 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등급은 일본과 비교했을 때 범위가 너무 넓은 것이 사실입니다. 더 좋은 등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인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규격에 맞는 소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우산업이 더욱 발전하고 국제 경쟁력을 가지려면 명확한 규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우 산업의 위기가 거론되는 시기지만 이 대표는 이런 때에 농가들이 더욱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경쟁이 치열해 21마리밖에 구매하지 못했습니다. 한우 가격 하락으로 위기가 거론됐지만 이런 면을 볼 때 그만큼 고급육 시장은 확대됐고 이는 한우 산업에 긍정적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한우농가들이 노력을 기울인다면 위기는 반드시 타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수축산신문 5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