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2년 국민 1인당 육류(돼지·소·닭고기) 소비량은 59.8kg(한국농촌경제연구원)으로 주식인 쌀 소비량(56.7kg)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2023엔 각각 60.6kg과 56.4kg으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고, 육류 소비량은 2033년 65.4kg까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맞춰 안전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식탁에 축산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가축 질병 방역’의 중요성도 날로 강조되고 있다. 다행히 국내 가축 질병 방역은 다른 국가에 비하면 성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처음 발생한 럼피스킨은 불과 2개월여 만에 감염을 차단했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나 아프리카돼지열병도 달걀·돼지고기 수급 대란을 겪은 미국이나 유럽, 중국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상당히 선방하고 있다.
그런데 가축 방역 현장에선 모순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축 방역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방역도 선방하고 있는데, 이 업을 맡는 가축 방역 종사자들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사회적 화두인 의료 대란에 앞서 이미 ‘가축 방역 대란’은 진행 중에 있다.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취업난이 무색하게 가축 방역 최일선에 있는 전국 지자체 가축방역관은 1152명으로 적정 인원 1954명 대비 태부족하다.
의학처럼 다른 학문보다 긴 6년이란 시간 동안 대학에서 수의학을 연마한 수의사들이 맡는 가축방역관. 선망의 직종이 된 수의사들이 가축방역관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명약관화, ‘처우 열악’이다. 7급으로 들어와 6급으로 공직을 마무리하는 게 다수의 가축방역관 숙명이며 채 3000만원도 받지 못하는 연봉에다, 주말도 없는 가축 방역 특성상 업무 과부하도 심각한 수준이다. 수의사들이 가축방역관이 아닌 민간동물병원으로 취업하는 건 당연한 순리일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시료 채취와 농장 예찰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소속 가축방역사들도 무기계약직에 머물며 그만두는 일이 허다하다. 지난달 한국농어민신문이 ‘농축산 필수 직업 탐방기’ 취재 차 일상을 엿본 방역본부 소속 방역사들은 “소 뒷발에 치이는 것보다 후배들 퇴사가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수장 역할을 하는 방역본부장은 공공기관장으로선 보기 드문 비상근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K-방역 위용을 뽐낸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보다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막아냈다. 그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비롯한 의료진의 노고와 헌신에 대한 많은 지지와 공감대도 형성됐다. 2020년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기도 했다.
가축 방역 업무 종사자들도 이에 못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열악한 처우에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K-가축 방역’을 구축하며 주식 축산물을 안전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국민들의 식탁에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업은 중요시되고 업 종사자는 외면’하는 가축 방역 현장의 모순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축산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축 방역 종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한국농어민신문 5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