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단협이 장관에 건의한 내용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이 답변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불가피하게 수입해야 한다면
관련 품목단체와 협의 약속
사료구매자금·축사 현대화 등
농가 경영 개선 위해 힘쓸 예정
축산자조금 자율성 보장 검토
축산공익직불제 확대도 노력
“할당관세를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해야 한다면 사전에 품목단체와 충분히 협의하겠다.”
그동안 무관세를 골자로 한 축산물 할당관세를 일방적으로 추진, 축산농가의 공분을 샀던 정부가 앞으로의 할당관세 진행 과정에선 ‘최소화’와 ‘충분한 협의’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4월 30일 서울 서초구 제2축산회관 회의실에서 진행된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대표자회의에 참석한 김정욱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이같이 약속했다.손세희 축단협 회장 등 축단협 주요 대표가 지난 4월 16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과의 면담 자리에서 주요 축산정책을 건의했고, 김정욱 정책관은 이날 회의에 참석, 단체 건의에 대한 답을 했다. 건의사항에 대한 답변은 자료로도 함께 배포됐다.
할당관세 지적
정부는 2022년 하반기 소·돼지·닭고기와 분유까지 4대 축산물에 대한 할당관세를 단행했고 지난해에도 닭고기는 연중, 돼지고기는 하반기 할당관세를 진행했다. 닭고기는 올해 들어서도 할당관세를 재차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축산농가와 단체들은 할당관세를 한다는 결과만을 통보받았고, 가뜩이나 사룟값 등 생산비 상승에 신음하는 농가 반발은 거셌다.
당연히 축산정책 건의 첫머리도 정부의 과도한 할당관세에 대한 문제 지적이었다. 축단협은 할당관세 지양을 넘어 농축산물의 저율 또는 무관세 수입 시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가 아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심의가 필요하다는 요구까지 담았다.
손세희 축단협 회장(대한한돈협회장)은 “우리는 무조건 할당관세 도입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생산자 생존권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축산은 물론 모든 농업 쪽이 먹고살기 어려운 지경인데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할당관세만 한다 하니 농민들의 분노와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근 축단협 부회장(한국육계협회장)은 “닭고기 자급률이 85%는 유지돼야 하는데 작년에 77%가 나왔다. 육계 농가들은 현재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소비자 물가 잡기 위해 들어왔다는 할당관세 물량이 물가를 잡기는커녕 수입업체와 프랜차이즈업체 배만 불려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정욱 정책관은 “할당관세 심의를 정부가 아닌 농해수위에서 결정하도록 해달라는 건의에 대한 축산단체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여러 상황상 다 수용하기는 어렵다. 대신 불가피하게 수입해야 한다면 이를 최소화하고 특히 사전에 관련 품목단체와 충분히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안정 정책자금 확대
할당관세 이외에도 축산농가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구매자금과 생산성 향상의 밑거름이 될 축사시설 현대화사업 등 ‘축산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 조건 개선’도 축산단체의 주요 건의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김정욱 정책관은 “예산의 한계는 있지만 기재부 등 재정당국이나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충분히 이야기를 전달해 농가 경영 개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자조금 자율성 보장
지난해 관 주도로 진행하려다 축산단체의 거센 반발에 중단된 축산자조금법의 자율성 확대 건의에 대해선 충분한 검토 견해를 밝혔다.
김 정책관은 “자조금은 축산단체가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기에 자율성 보장을 충분히 검토하겠다. 자조금 개선을 논의할 때 축산단체가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선 추진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계속 견지하겠다”며 “다만 농가가 십시일반 거출한 자조금을 보다 공정하고 공익적 차원에서 쓰여 농가에 혜택이 가도록 해야 하기에 정부가 일정 부분 관여할 수밖에 없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정부가 견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취지를 고려하면서 운용의 묘를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자조금 정부 승인이 지연되곤 했는데, 여러 자조금 위원회 내부 의사 결정을 거쳤기에 신속하게 승인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익직불금 확대 및 도축장 전기세 할인 연장
상대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는 축산분야 공익직불제 확대와 올해 종료되는 도축장 전기요금 특례 할인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단 답변이 나왔다.
이 중 직불금과 관련 김 정책관은 “공익직불금 혜택을 경종농가를 넘어 축산농가도 누리도록 하겠다. 저탄소 프로그램 등 여러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보완해서 축산농가도 공익직불금이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장에서 농가가 실행하고 있는 여러 노력을 알리고 기안해주면 아직 내년 예산안을 기재부에 제출하지 않았기에 적극적으로 예산에 담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축장 전기요금 건에 대해선 “도축장 전기세 연장은 축산업계의 여러 경영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데다 물가 안정 차원도 있어 연장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과 충분히 협의하고 국회에서 논의될 때도 순조롭게 연장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수용된 축종별 건의사항
이외에도 축단협은 축종 단체 의견을 취합한 축종별 건의사항을 농식품부에 전달했다. 이 중 수용된 건의는 △한돈산업 중장기 발전대책 수립 △토종닭 종자 육종·개량 지원과 토종닭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 및 수출 방안 모색 △가축인공수정 전산화 사업비 증액 △농업경영체 등록 조건인 1000㎡ 이상 농지 경영 조건에 초지 포함 △소득세법 시행령 농가 부업 규모 축산 범위에 말을 포함해 비과세 혜택 부여 △가축방역관 처우 개선(가축방역관 최초 임용 직급 상향 및 승진 우대, 동물위생시험소 3급 기관 상향) 등이었다.
이날 자리를 마무리 지으며 김정욱 정책관은 “정부가 운영하는 예산 재원이 무한정하지 않기에 자격 요건을 두거나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지만 최대한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인식하며 정책을 펴고 재정당국 및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손세희 회장은 “그동안 현장과 정책의 간극이 컸고 소통의 부재도 있어 왔다. 이를 극복해 더 이상 농가들이 생존권 사수를 위해 아스팔트 위해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농어민신문 5월 3일>